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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수수한 노다, 그 바탕엔 실용주의

서승욱
도쿄 특파원
이웃나라 총리에겐 실례일지 모르겠다.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일본 총리 이야기다. 흔히 ‘국적을 불문하고 정치 거물을 만나면 초인간적 카리스마와 포스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노다 총리에게서 그런 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매력은 그런 수수함 속에서 빛났다.



 “과거 일본에선 지반(地盤·지역기반)·간반(看盤·지명도)·가반(가방·선거자금)이 없으면 정치가가 될 수 없었는데, 그에 비해 난 대중 속에서 태어난 정치가” “역대 총리 중 재산이 꼴찌란 점이 난 자랑스럽다”는 답변들이 신선했다. ‘자위대원의 아들’로 정치 명문가가 즐비한 일본 정계의 좁은 문을 뚫었고, 계파의원 수의 절대 불리함을 딛고 총리에 당선된 노다 정치력의 바탕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를 예방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를 단독회담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그러나 이런 수수함보다 더 강렬했던 건 현실에 기반한 실용적 정치성향이었다. 그는 25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은 지역구 전철역 앞 가두 연설로 누구도 접근하지 못할 연설 내공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답변엔 거대한 담론이나 거창한 목표치, 미사여구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금은 눈앞의 과제들을 착실히 해결해나가야 하는 순간” “현안 해결을 위해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가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일본 전체의 힘을 한데 묶는 미드필더가 되겠다”는 그의 리더십관 역시 소박하기만 했다.



 취임한 지 2개월이 채 안 된 ‘초보 총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기 초부터 ‘동아시아공동체’란 거대 구상을 앞세워 미국과 대립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담론주의, 관료들을 철저히 무시하며 제 갈 길만 갔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의 마이웨이와는 분명 차별화된 발걸음을 그는 떼고 있다. 한때 ‘야스쿠니에 합사된 A급 전범은 전쟁 범죄자가 아니다’란 망언을 했던 그가 총리가 된 뒤 “총리로선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조선왕실 도서 5권을 직접 들고 한국을 찾은 것도 정치적 실용주의의 단면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노다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기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실무를 잘 알고,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한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이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말도 했다. 이는 실제로 이 대통령의 강점이기도 하다.



 화해 무드로 솟구쳐 올랐다가 어느새 원점으로 돌아와버리는 것이 그동안의 한·일 관계였다. FTA를 비롯한 경제문제든, 역사문제든 실용적 리더 두 사람이 자주 머리를 맞댄다면 말로만 외쳐온 ‘미래지향적 신한·일 관계’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명박-오바마’ 밀월에 버금가는 한·일 정상의 밀월을 기대해본다.



글=서승욱 도쿄 특파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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