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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목요문화산책] 권력에 눈멀어 아버지까지 … 황금반지의 저주

미국 월가 점령 시위가 ‘부(富)를 독점한 1%’, 특히 금융위기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금융가들에 대한 항의로 들끓으며 한 달을 넘겼다. 한편 올 초 북아프리카의 여러 독재자를 축출한 재스민 혁명도 계속 파급 중이다. 이집트에 외화벌이 나왔던 북한 화가가 혁명에 자극 받아 한국으로 망명한 사건이 최근 보도되기도 했다. ‘아랍의 봄’과 ‘뉴욕의 가을’은 서로 다른 체제에서 일어났지만 정치 권력이건 부의 권력이건 소수가 독점하는 것에 대한 분노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집중된 권력이 가져오는 저주는 고대 북유럽 문학집 『에다(Edda)』의 황금반지 이야기에 이미 나타난다. 절대적 부와 지배력을 상징하는 이 반지를 차지하는 자는 하나같이 얼마 못 가 파멸한다. 반지에 대한 만인의 욕망이 피의 경쟁을 낳기 때문이다.



문소영의 명화로 읽는 고전
권력독점의 비극 … 스노리의 『에다』

『에다』는 13세기 아이슬란드에서 편찬되었는데, 북유럽 신과 영웅들에 관한 구전(口傳) 시를 모은 『시(詩) 에다』와 문인 겸 정치가 스노리 스툴루손(Snorri Sturluson·1179~1241)이 쓴 『산문 에다』 두 권이 있다. 황금반지 이야기는 두 『에다』에 모두 나오며 『산문 에다』를 기준으로 한 내용은 이렇다.



그림 ① 용을 죽이는 지크프리트(1912), 아서 래컴(1867~1939) 작,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출판본의 일러스트레이션.


 북유럽 신화의 최고 신인 오딘(Odin)과 장난과 속임수의 신인 로키(Loki)는 어느 날 수달 한 마리를 때려잡았는데, 운 나쁘게도 그 수달은 강력한 마법사의 아들이었다. 마법사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황금을 요구했고, 신들은 한 난쟁이에게서 황금을 몽땅 빼앗아 마법사에게 넘겨주었다. 난쟁이는 부의 원천인 반지만은 남겨달라고 애원했으나 그것마저 빼앗기자 누구든지 반지를 갖는 자는 파멸하리라고 저주했다.



 반지에 걸린 저주는 곧 실현되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남은 두 아들이 황금을 탐내 아비를 살해한 것이었다. 이 패륜아들은 다음에는 자기들끼리 싸웠는데, 한 명이 더 강해 다른 한 명은 달아났다. 이긴 쪽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용으로 변신해 반지를 포함한 황금을 배에 깔고 엎드렸다. 혈육의 피까지 흘리면서 얻은 황금을 갖고 고작 한다는 일이 그저 그것을 지키는 것이라니. 하지만 이 어이없는 모습은 현실의 반영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희생을 서슴지 않지만 정작 얻으면 다른 일에 활용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쓰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적지 않다. 황금반지를 차지하면 실상 그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반지를 지키는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 후 달아난 쪽은 대장장이가 되어 시구르드(Sigurd)라는 용감한 소년을 양자로 삼았다. 그가 바로 독일에서는 지크프리트(Siegfried)라고 불리는 전설상의 영웅이다. 대장장이는 시구르드에게 용과 싸워 황금반지를 빼앗으라고 부추겼고 그를 위해 명검을 만들었다. 시구르드는 그 검으로 용을 죽였다.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시대(19세기 말~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영국의 아서 래컴의 작품 중에 이 장면을 묘사한 것이 있다(그림 ①).



 정확히 말하자면 이 그림은 『에다』 원본의 삽화가 아니라 『에다』 를 바탕으로 독일 작곡가 W R 바그너(W R Wagner·1813~1883)가 쓴 악극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1876)’ 출판본을 위한 것이다. 래컴은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하지만 래컴 특유의 황혼 무렵 같은 색조는 반지 이야기의 우울한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바그너는 시와 음악의 결합을 추구하면서 ‘니벨룽의 반지’ 대본을 직접 썼는데, 몇몇 캐릭터와 플롯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 내용은 『에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황금반지를 둘러싼 파멸의 순환이 강조되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다시 『에다』로 돌아가, 시구르드는 대장장이가 황금을 독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그를 죽이고 반지를 포함한 황금을 갖고 떠났다. 그 후 그는 구드룬 공주와 결혼했다. 그러나 처남 군나르가 아름다운 여전사 브룬힐드와 혼인하도록 도운 게 화근이 되었다. 브룬힐드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반신(半神) 여전사 발키리(Valkyrie)였는데, 불의 벽으로 둘러싸인 성에 살면서 그 불을 뚫고 오는 남자와만 결혼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시구르드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그는 군나르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불의 벽을 통과해 브룬힐드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고는 진짜 군나르가 브룬힐드를 데려갔다.



그림 ② 지크프리트의 죽음(1899), 앙리 드 그루(1866~1930) 작, 캔버스에 유채, 151x120.5㎝, 개인 소장.


 나중에 진실을 안 브룬힐드는 격분했다. 그녀는 남편 군나르에게 자존심을 지키고 싶으면 시구르드를 죽이라고 했고, 군나르는 친척을 시켜 잠자는 시구르드를 습격해 죽이게 했다. 벨기에의 상징주의 미술가 앙리 드 그루의 작품(그림 ②)은 ‘니벨룽의 반지’에서 지크프리트(시구르드와 동일)가 라인 강(江) 근처에서 암살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에다』에서 시구르드의 암살자는 그저 군나르의 명령을 이행했던 것이지만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암살자 자신도 지크프리트가 소유한 황금반지를 탐내고 있었다. 그래서 지크프리트를 향해 창을 내리꽂는 그의 눈은 반지에 대한 욕망으로 희번덕거린다. 그 광기가 라인 강의 폭풍과 현란한 색채로 그림 전체에 흐르고 있다.



 그림 왼쪽에 있는 나체의 여인들은 ‘라인처녀들(Rheint<00F6>chter)’, 즉 라인 강에 사는 물의 정령들이다.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난쟁이가 갖고 있던 황금반지가 본래 라인 강에서 온 것으로 설정돼 있다. 난쟁이가 라인처녀들에게 구애하다가 희롱만 당한 후 그녀들이 지키던 강 속의 황금을 발견해 훔쳐 달아나 반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다시 『에다』로 돌아가면 일세의 영웅 시구르드도 반지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고 죽었고, 새로 반지를 차지한 군나르도 역시 그것을 탐낸 구드룬의 새 남편 아틀리 왕에게 살해당했다. 구드룬은 나중에 남편을 죽여 오라비의 원수를 갚았다.



 이처럼 『에다』의 반지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살인의 연속이다. 이것은 세계사적으로 계속돼온 권력투쟁의 극단적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황금반지가 절대적 부의 원천이 아니었다면, 즉 권력이 분산돼 있었다면 이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반지는 하나뿐이고 권력을 독점한 자는 그것에 집착하고 갖지 못한 자는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여기에서 반지의 소유자가 계속 바뀌며 파멸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기억해야 할 권력 독점의 비극이다.



문소영 기자



“마이 프레셔스~” 골룸 원조는 니벨룽 난쟁이



『에다』 계승한 『반지의 제왕』




『에다』에서는 난쟁이가 신들에게 황금반지를 뺏기고 파멸의 저주를 건 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니벨룽 난쟁이족(族)에 속하는 알베리히가 황금반지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반지 주인이 계속 바뀌는 동안에도 그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 알베리히는 영문학자 J R R 톨킨(J.R.R. Tolkien·1892~1973)이 쓴 판타지 소설의 고전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1954~55)』에서 절대반지에 집착하며 소름 끼치는 목쉰 소리로 “My Precious~”를 외쳐대는 골룸(사진)의 캐릭터로 계승된다. 『반지의 제왕』 역시 『에다』 에 바탕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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