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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12월 일본 오면 나머지 문화재 전달”… ‘미꾸라지 총리’ 한국 오자마자 추어탕 첫 식사

노다 일본 총리(왼쪽)가 17일 도쿄 총리관저 접견실에서 보좌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김현기 중앙일보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했지만, 자위대 출신 아버지와 마쓰시타정경숙 등의 질문에는 힘줘 답했다. [도쿄=프리랜서 권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총리는 17일 오후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현재의 편향된 엔고(円高) 흐름을 우려하며 투기적인 움직임이 없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엔고 저지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든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필요할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노다 총리의 방한(18~19일)에 앞서 이뤄졌다. 노다 총리는 지난 8월 30일 총리 취임 후 일본 내에서 모든 일본 언론 및 외신과의 단독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나 첫 인터뷰로 본지를 택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첫 정상회담 방문국으로 결정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인터뷰는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총리관저 4층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도쿄=김현기·서승욱 특파원

# 한국과의 관계 진전, 일본에 매우 중요

노다 총리의 부인 히토미 여사.
 -왜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습니까.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 가치,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 확보 등 이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를 전진시키는 게 두 나라 양측에 매우 중요한 거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이 같은 생각을 함께 나누고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19일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떤 의제에 중점을 두고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실 생각입니까.

 “일·한 경제동반자협정(EPA·‘한·일 FTA’를 지칭)을 비롯한 양국 경제 문제, 그리고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실은 제가 3년 전 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당시 취임식 연설에 감동했습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한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이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언제라도 기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조선왕실의궤도 전달하는데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반환하기로 한 조선총독부 도서 1205권 중) 5권을 제가 직접 가져 갑니다. 이번에 넘겨줄 5권은 한국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서입니다. 한국에서의 학술적·문화적 연구 촉진에 기여하고 (도서 반환을 계기로) 한·일 전문가들끼리의 학술교류가 시작돼 양국 간 문화교류 및 문화협력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머지 (문화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으니(12월에) 일본에 오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에서 큰 인기인데요.

 “실은 내 처(히토미 여사·48)가 한국의 ‘이케멘’(イケメン·꽃미남이란 뜻)들을 너무 좋아합니다(웃음). 저는 그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요. 제가 ‘미꾸라지 연설’로 총리가 됐잖습니까(웃음). 한국에는 아주 맛있는 ‘미꾸라지 수프(추어탕을 뜻하는 듯)’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한국에서 꼭 먹고 싶네요.”(그는 지난 8월 말 사실상 총리가 될 사람을 뽑는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진흙탕을 누비는 미꾸라지처럼 저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연설로 전세를 역전해 총리가 됐다.) 노다 총리는 18일 저녁 방한, 저녁식사로 추어탕을 먹었다.

# ‘일본 재생 전략’으로 일자리 만들 것

 -엔고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현 경제 여건으로 볼 때 괜찮습니까.

 “외환시장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엔고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 정부는 이를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모든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필요할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겁니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적정한지는 이 자리에선 언급을 유보하고자 합니다.”

 -엔화 가치는 높지만 일본 경제는 활기가 없다고들 합니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세계 경제 2위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과연 일본 경제나 기업이 부활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 경제 부활은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의 복구·부흥과 더불어 이번 내각이 몰두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지난해 (전임 정권이)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지만 저는 이를 강화하는 새로운 ‘일본 재생 전략’으로 다듬어 올해 안에 발표할 생각입니다.”

 -어떤 구체적 내용들이 포함됩니까.

 “프런티어(Frontier·미개척지)의 개척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걸 환경에너지와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하려 합니다. 신산업과 고용 창출의 환경을 만들 겁니다. 전 세계 성장시장과의 경제 제휴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관·민이 일체가 된 시장 개척을 진행시켜 나갈 겁니다. ”

 -경제 제휴를 말씀하셨는데, 한국과의 EPA 협상은 2006년 이후 진전이 없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힘든 것 아닌가요.

 “일본과 한국은 서로 상대방이 제3위의 무역국입니다. 또 이제는 양국 내에서만 협력이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의 기업이 연대해 다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개척, 전개하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양국 관계를 전략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일·한 EPA 협상을 재개하고 체결해야 합니다. 그게 양국 정부의 임무이자 중요한 과제입니다.”

“총리·각료, 야스쿠니 참배 안 할 것”

신사참배·위안부·중국 관계


# 동일본 대지진 때 자위대 진가 보여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할 궁내청 소장 도서 5권 중 하나인 『대례의궤』의 황제지보(皇帝之寶·대한제국의 국새) 그림이 있는 부분. 『대례의궤』는 고종의 황제 즉위식을 기록한 도서다.
 -총리는 2005년 야당 국회의원 시절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은 더 이상 전쟁범죄인이 아니다”란 발언 때문에 한국·중국 내에선 ‘강성 정치인’이란 인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총리는 취임 직후 “총리로서 공식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총리 재임 중에는 총리 개인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억제하겠다는 뜻인지요.

 “국제 정세에 끼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는 자제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리가 보수 성향의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인 데다 부친이 자위대 출신인 점을 들어 사상이 우익 쪽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자위대 대원인 부친 밑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유사시에 대비해 혹독한 훈련 속에 밤낮을 지새우는 자위대원, 여러 다양한 분야의 최전선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자위대원들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많이 봐 왔습니다. 자위대의 본질적인 사명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진가가 드러났던 것이 동일본 대지진 때였습니다. 자위대원들은 ‘용기’와 ‘진심’으로 기대에 부응해줬습니다. 저는 어제(16일) 항공자위대 열병식을 지켜보곤 자위대에 대한 경애와 믿음의 마음이 새삼 커졌습니다. 마쓰시타정경숙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경숙에 들어간 것은 당시 제1기생 모집의 유인물을 보고 ‘나도 이 정경숙에 들어가면 제 손으로 (저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인생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들어간 것입니다. 정경숙의 배움대로 결코 도망가지 않고 눈앞의 여러 정책과제를 착실히 해결해 나가는 데 전력을 쏟고자 합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의 개인 청구권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 정부는 “(1965년 청구권 협상으로) 법적으로 다 해결된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조회장은 “ 인도적으로 뭔가 가능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총리께서도 이런 것을 검토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일·한 청구권과 경제협력협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지금까지 일괸되게 명확히 밝혀 왔습니다. 그대로입니다.”

# G2로 급부상 중국과의 관계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일본의 총리가 최근 수년간 1년에 한 번꼴로 바뀌는 것에 대해 불신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너무 자주 바뀌는 거 아닙니까.

 “아쉽게도 일본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의 모습에서 꾸지람을 들을 일이 많습니다.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고 현재의 위기와 오랜 현안들의 해결을 위해 우직하게,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끈질기게 전력을 다해 나갈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더불어 G2로 부상한 중국은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퍼파워로서의 영향력은 확대하고 있지만 인권 문제나 글로벌화돼 있지 않은 정치시스템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중국은 일본에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의 하나이며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사회체제나 정치체제가 다른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때로는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두 나라 모두 아시아와 세계 평화 및 안정, 번영을 향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안정적이면서도 튼튼한 일·중 관계 구축을 위해선 국민 감정의 개선이 불가피합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을 비롯해 폭넓게 대화와 교류를 추진, 상호 이해와 상호 신뢰를 다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쓰시타(松下)정경숙(政經塾)=1979년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가 “국가의 지도자를 기르겠다”며 70억 엔의 사비를 들여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설립한 정치 교육기관. 22∼35세의 대졸자나 사회 경험자를 중심으로 한 해 10명 이내의 소수를 선발해 무료로 교육한다.

김현기 특파원, 총리관저 인터뷰

이날 인터뷰는 8월 말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일본 국내에서의 첫 외신 인터뷰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인 한국의 대표 언론과 하고 싶다”는 희망에 따라 이뤄졌다. 첫 인터뷰라서 그런지 이날 총리 관저 내부의 관심부터 뜨거웠다. 노다 총리의 대표적 외교 브레인인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 보좌관, 가와이 지카오(河相周夫) 관방부장관보, 요코이 유타카(橫井裕) 외무성 보도관, 사토 마사루(佐藤勝) 국제보도관 등 핵심 브레인들이 접견실을 가득 채우는 바람에 미리 마련해 둔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총리의 첫 외신 인터뷰에 긴장한 총리 경호원들도 “현장에서 인터뷰를 좀 지켜봐야겠다”며 접견실 내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감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의 노다 총리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푸른 리본을 달고 나왔다. 그는 본지 특파원 등 취재진에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노다 요시히코입니다. 잘 부탁합니다”고 일일이 인사를 한 뒤 의자에 앉았다. 그러곤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 아, 저는 노다입니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일본에선 지반(地盤·지역기반)·간반(看盤·지명도)·가반(가방·선거자금)이 없으면 정치가가 될 수 없었다”며 “그에 비하면 나는 대중 속에서 태어난 정치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다 총리가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다소 작아 보이는 그의 양복 바지가 양말 위 끝 부분까지 말려 올라갔다. 이처럼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느낀 털털하고 수수한 느낌은 이전의 일본 총리들에게서 받은 인상과는 차이가 났다. 그는 지난 주말 공개된 일본 각료들의 재산 내역에서 역대 총리 중 가장 적은 재산(1774만 엔, 약 2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노다 총리는 이날 “난 그 점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양국 현안에 대해선 ‘돌다리도 두드리는’ 답변 태도였다. ‘안전운전 총리’란 별칭대로였다. 그러나 자위대원 출신의 아버지, 인생을 바꿔놓은 마쓰시타정경숙 등 총리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답할 때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또 중국에 대한 생각은 좀 복잡한 듯했다. 그는 인터뷰 전날인 16일 항공자위대 열병식에 참석, “중국의 군사력 증대로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견제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도쿄=김현기·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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