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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자율학습’ 딜레마

서울 Y고 1학년 정모(17)군은 요즘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30분쯤 학교 인근 구립독서실을 찾는다. 입장료 500원을 내고 오후 10시까지 공부한다. 교내에서 이른바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하고 싶지만 올 2학기부터 폐지됐다. 학교에서 올 초 신입생에게 자율학습 희망 여부를 조사했지만 신청자가 400여 명 중 20여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군은 “교실에 남아 공부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나가 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독서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교실에 불이 꺼지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교사들이 감독하며 밤늦게까지 진행되던 이른바 야간 자율학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기·인천교육청 등이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학교에 자율학습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대신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다닌다. 일부 교사 사이에선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졌지만 학교가 학생 성적 향상에 손을 놓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B고 3학년 자율학습실. 150석 규모의 교실에 학생 90여 명이 앉아 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까지 고3 학생 전원이 1년 내내 오후 5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 하지만 학생의 자율적 선택을 내세우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자율학습을 강제하면 학교를 감사하겠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에 따라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30분 이후 자습은 학생이 선택하게 했다.

 서울시의회 정문진(한나라당) 의원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야간 자율학습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서울지역 고교에서 자율학습에 참여한 학생 수는 9만 7176명으로 전년 동기(11만 9578명)에 비해 2만2402명(19%)이 줄었다. 자율학습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학교도 1학년 22개교(지난해)에서 27개교(올해)로, 3학년 17개교에서 23개교로 늘었다. 반면 독서실은 늘었다. 서초구립 우면산독서실의 올해 9월까지 청소년 이용자 수는 지난해보다 47%가량 증가했다.

 일선 학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자율학습이 성적 향상에 필요하지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전국 교장·교감 11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자율학습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올 초 학생이 인터넷에 강제 자율학습을 한다고 글을 올리는 바람에 교육청 감사를 받았다”며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 의지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40대 학부모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시켜주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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