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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북극곰 290㎏ → 230㎏ ‘생존 다이어트’

최근 지구온난화로 동식물 크기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큰 물고기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탓에 바닷물고기 평균 크기도 줄어들고 있다. 동식물의 크기 변화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명체의 활동과 생태계 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인류에게는 ‘먹거리’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미래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인류가 자연생태계에 미친 영향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셈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서쪽 작은 섬 히르타는 1934년 사람들이 떠나면서 무인도가 됐다. 하지만 남겨진 양들은 번식을 계속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1985년부터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소속 연구팀은 매년 이곳에서 태어나는 양의 숫자와 크기·몸무게 등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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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결과 한 살짜리 양의 몸무게 평균이 85년부터 2009년까지 5%, 즉 3온스(93.6g)나 줄어든 것을 확인하게 됐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고 온화해져 매년 늦게까지 풀이 자라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발육이 부진한 양도 좋아진 기후조건 탓에 생존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살짜리 암양이 낳은 작은 새끼도 겨울을 넘기며 대부분 살아남았다. 어린 암양이 낳은 새끼는 다 자랄 때까지도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역시 전체적인 개체 크기에 영향을 미쳤다.

 동물학자들 사이에는 과거부터 고위도 지방으로 가면서 기온이 떨어질수록 동물의 체구가 커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바로 독일 생물학자인 크리스티안 베르그만이 1847년 내놓은 ‘베르그만(Bergmann) 법칙’이다. 공주대 생명과학과 정기화 교수는 “몸 크기가 커지면 몸의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줄고 체온 손실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이와 반대방향으로 작용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동식물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달 초 영국 런던대학 연구팀은 과학잡지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American Naturalis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온도가 올라갈수록 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요각류(橈脚類)의 성체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수온이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곤충·갑각류·물고기·양서류·파충류 등 냉혈동물의 몸 크기가 평균 2.5% 줄어든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냉혈동물의 경우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체온도 올라가고, 덩달아 대사율도 높아진다. 대사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먹이를 많이 먹어야 한다. 먹이가 충분하지 않으면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줄여야 하고, 결국은 몸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7일 싱가포르 국립대학 연구팀이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도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식물의 열매·싹 크기는 3~17%씩, 해양 무척추동물은 0.5~4%, 물고기는 6~22%씩 크기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육식동물도 먹이 동물의 체구가 작아지면 더 자주 먹이를 잡아먹어야 하므로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고, 체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북극곰의 경우 바다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바람에 체구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바닷물고기도 작아지고 있다. 미국 수산청에 따르면 알을 낳기 위해 태평양 연안으로 돌아오는 핑크연어의 크기는 지난 40여 년 동안 30% 이상 줄어들었다. 대서양 연안에서 잡히는 대구의 일종인 해덕(haddock)은 과거 세 살은 돼야 산란을 했지만 이제는 한 살짜리도 산란을 한다. 남획 속에서 종족을 유지하려면 채 성숙하기도 전에 알을 낳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큰 물고기만 계속 솎아내면 결국 물고기 집단의 ‘유전자 구성(gene pool)’ 자체가 바뀌게 된다”고 설명한다. 남획이 중단돼도 금방 큰 물고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큰 물고기를 낳는 유전자가 이미 줄어든 탓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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