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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편파가 박수 받는 세상

[김진국 논설실장]
“박종훈씨가 마이크를 잡았네요.” 나를 태운 운전기사 임병남씨는 박씨의 목소리만 들어도 신나는 듯 싱글벙글했다. “한화 이글스가 하위권이긴 하지만 편파중계는 재미있어요.” 지난 일요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열린 위아자 나눔장터에 참여했다. 중앙일보가 주최한 행사다. 이날 개막식과 경매를 진행한 박씨는 CMB대전방송의 유명한 편파 야구중계 캐스터. 중앙일보 대전지사에 근무하는 임씨는 박씨의 중계가 그 지역에서 상당한 인기라고 했다.

 요즘 이런 편파 중계는 대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에서도 인기란다. 스포츠에는 열성 팬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꼴찌를 했다고 외면하지 않는다. 싫어하던 팀이 우승했다고 갑자기 좋아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편파적이든 말든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중계가 내 감정과 일치한다. 같이 고함을 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게 된다.

 그런다고 세상이 뒤집어질 일도 없고, 스포츠 정신이 무너졌다고 개탄할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치가 되면 달라진다. 정치를 잘하건 못하건 막무가내로 한쪽 편만 든다면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개막식 직후 점심 자리가 그랬다. 행사에 초대된 주요 손님들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대전 분들이라 정작 투표할 사람은 필자 한 사람뿐인데도 온통 관심은 서울시장 선거에 쏠렸다. 선진당 출신 한 국회의원은 안철수 현상을 정당 정치에 대한 경고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겨냥했다. 민주당 의원도 동의했다. 그렇지만 그는 반성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안철수·박원순은 ‘우리 편’이고, 민심의 비난을 받을 정당은 한나라당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국민들의 경고마저 패거리 정치에 묻혀 버린 것이다.

 그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보수신문이 보수와 진보로 편가르기 한다고 불만이었다.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와 조·중·동의 싸움”이라며 박 후보의 병역 문제를 해명하려 했다. 필자가 “중앙일보는 이미 ‘그 책임을 13살짜리였던 박 후보에게 추궁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11일자 사설)라고 썼지 않느냐”고 하자 “중앙일보가 그렇게 쓸 수가 있느냐”라며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중앙일보를 읽지도 않고 그런 말을 했다는 말인가. 중앙일보가 왜 그런 사설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중앙일보는 ‘편파적이고 나쁜 신문’이어야 하니까? 민주당이나 박원순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면 ‘나쁜 신문’이 되는 걸까?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私邸) 얘기가 나오자마자 ‘대통령 사저 관련 해명은 미흡하다’(11일자 사설) ‘대통령 사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13일자 사설)고 잇따라 추궁한 중앙일보 사설은 읽어본 것일까. 언론을 왜 억지로 특정 정당 편으로 갈라놓으려 하는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신문은 가만히 있는데 스스로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놓고 패거리를 짓지 말라니….

 기자가 된 이후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 중앙일보에서는 젊은 기자들로 구성된 공정보도위원회가 2주에 한 번씩 선배들의 판단에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따지는 자기검증 장치가 있다.

 세태는 패거리로만 치닫는다. 대통령 사저 문제를 보도한 ‘나는꼼수다’(나꼼수)라는 팟캐스트가 뜨고 있다. 나꼼수가 알려진 건 사저 보도 때문만이 아니다. 편파중계보다 더 편파적인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을 조롱하며 정치를 개그로 만든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낄낄거리게 되고, 듣다 보면 편향된 그들의 정치인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자 김어준씨는 “너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원래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 방송인터뷰에서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으로 따로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 보도가 근엄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개그를 섞어 쉽게 설명하고, 정치 무관심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나꼼수도 그런 점에서는 분명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와 왜곡 사이에서 방황하는 역사 드라마의 고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

 저마다 팟캐스트를 띄울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에 퍼나를 수도 있다. 그런 정보가 홍수를 이룰수록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늘어난다. 편파중계가 어울리는 운동장에서 상대편 응원단과 소통할 일은 없다. 차분한 대화와 타협은 조롱거리가 된다. 역사와 소설, 평론과 개그의 벽이 허물어질수록 객관적 진실과 신뢰, 공정성을 지키는 정통 언론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김진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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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