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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오동나무 Paulownia coreana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길상호(1973~)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 …)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가을을 불러온 오동나무 잎사귀가 가을을 안고 허공으로 흩어진다. 떨어지는 오동나무 잎사귀 따라 가을이 차곡차곡 내려앉는다. 한 잎 두 잎 허공으로 떠나면 사람의 마을에 가을이 깊어진다. 낙엽은 사람 사는 세상을 스쳐 지나는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물결치듯 흐르는 나뭇잎 따라 가을이 지나간다. 삶의 뜨거운 추억들이 눈물 되어 흩어진다. 가을 오동나무는 낙엽으로 발자국을 남기고 멀어져 간다. 맥없이 떨어진 오동잎 베고 누워 오래 잠들고 싶은 시월도 낙엽처럼 차갑게 무너 앉는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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