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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간장병 만드는 유림화학의 고민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공생 발전’에다 대기업이 넘봐선 안 되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 선정’에 이래저래 중기들이 기를 펴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어울리지 않게 근심에 빠진 중소기업이 있다. 시름하는 이유는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요, 대기업 때문도 아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정책이 문제였다.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유림화학. 샘표식품과 40년 넘게 거래를 해온 회사다. 15L들이 대형 간장 용기 등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양승림(46) 대표는 1992년에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가업을 물려받았다. 대를 이을 당시 직원 13명, 매출 6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지난해 직원 63명, 매출 170억원으로 커졌다. 다른 업체에도 물품을 대지만 주거래처인 샘표와 함께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양 대표는 “원자재값이 오르면 샘표는 늘 적절히 반영해줬다”며 “그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압박을 심하게 받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일화도 털어놨다. “90년대 후반 현 박진선(61) 샘표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이 됐을 때였다. 인사차 찾아가 과하다면 과하고, 아니라면 아닐 정도의 상품권을 내밀었다가 혼이 났다. 그때 뼈저리게 느낀 게 ‘이게 아니구나, 제품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겠구나’라는 거였다. 그게 회사가 성장한 원동력의 하나가 됐다. 생각해 보면 야단을 맞은 게 아니라 가르침을 받은 셈이었다.”

 샘표와 이런 연을 맺으며 성장한 유림화학이 걱정을 하게 된 건 지난달 말 동반성장위가 발표한 ‘1차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 때문이다. 여기엔 간장 등 16개 품목이 들었다. 샘표가 당장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조달 시장 등에 참여할 길이 막혀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영향은 유림화학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양 대표는 “안정적인 거래선이 흔들리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중기를 보호한다며 시행한 정책이 다른 중기에 피해를 끼친, ‘동반성장 정책의 역설’이다.

 중기 적합 업종·품목 선정의 파편에 신음하게 된 중기는 유림화학 하나뿐이 아닐 것이다. 과연 이런 부작용의 가능성을 동반성장위는 사전에 얼마나 고려했을까. 양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을 결정할 때 우리 같은 중기의 입장도 잘 살펴줬으면 합니다.”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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