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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로 사고 줄이듯 ‘죽고싶은 마음’도 보듬어야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자살하는 한국인이 너무 많다. 웬만한 질병을 제치고 사망원인 4위다. 지난 한 해에만 1만556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에 42.6명 꼴이다. 매일 수백 명의 가족의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다. 유족들은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평생 괴로워한다. 먼저 간 가족에 이어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자살은 불행의 늪이다.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까지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 불행의 시작을 막을 순 없는 걸까.

6명 중 1명 “평생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

자살은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계획을 세우고 기도해 죽음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자살자도 많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나라 6명 중 한 명은 평생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전국 651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전체 응답자의 3.2%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두 번 이상 시도한 사람은 1.1%였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전홍진 학술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우리나라 자살시도자가 인구 100명 중 3명 꼴이라는 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중국은 1%, 일본은 1.9%, 미국·유럽·중동은 2.7%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시도했다면 고위험군

‘죽고 싶다’는 마음은 마약과도 같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분당서울대병원)은 “자살을 한번이라도 시도했던 사람은 항상 자살을 생각한다”며 “죽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유혹을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자살 시도자를 우리나라 인구 수(5066만여 명)에 적용하면 162만여 명이 자살 고위험군인 셈이다. 3년 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김모(여·27)씨도 고위험군이다. 김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겨우 극복해 잘 지내다가도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자살이란 잘못된 생각이 뇌 속에 뿌리를 내려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윤대현 홍보이사(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자살하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은 이들은 매우 후회한다”고 말했다.

자살 생각한 이유 우울증 28%, 질병 22%

자살도 예방할 수 있다. 하규섭 회장은 “세상이 복잡하고 살기 어려워지면 우울증과 자살이 증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며 “자살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미리 발견해 치료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영국·호주·핀란드 등은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적극 관리해 자살률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2009년 경찰청 자살통계에 따르면 자살시도의 28.3%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원인이었다. 육체적 질병이 21.9%, 남녀문제·가정불화가 19.6%였고, 경제적·직장 문제는 22.8%에 그쳤다.

 힘들 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우울증이 있으면 뇌의 세로토닌과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작은 문제에도 방아쇠를 당겨 본인도 원치 않았던 충동적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 전홍진 위원장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원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벨트로 교통사고를 줄였듯 마음이 괴로울 땐 정신건강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연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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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