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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 목숨값이 5000원? … 보훈처 황당 계산법

국가보훈처는 1950년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인 김모(63·여)씨에게 보상금을 주기로 지난해 6월 결정했다. 김씨의 오빠가 전사한 지 60년 만이었다. 그러나 보훈처가 김씨에게 주기로 한 돈은 단돈 5000원이었다. 보훈처가 6·25 전사 장병의 ‘목숨 값’을 5000원으로 계산하자 국민권익위원회가 16일 “부당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김씨가 1950년 입대해 그해 11월 전사한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008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김씨 나이는 두 살이었다. 김씨 가족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 전쟁 중 폭격으로 사망했다. 김씨 어머니는 폭격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여러 곳을 전전하던 김씨는 어머니와 경북 영덕군의 한 마을에 머물다 이장의 호적에 올려지면서 성(姓)이 박씨로 바뀌었다. 김씨는 2008년 원래 성과 이름을 되찾기 위해 호적을 정리하다 몰랐던 가족사를 알게 됐다.

 김씨는 그해 12월 국가보훈처에 ‘군인사망보상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김씨 오빠가 전사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거절했다. 규정상 군인사망보상금은 5년 이내에 청구하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불복한 김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했고, 지난해 4월 법원으로부터 ‘보훈처는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받아냈다.

 그러자 보훈처는 올 4월 김씨에게 오빠의 군인사망보상금을 5000원 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6·25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 끝나 74년 6월 폐지된 군인사망보상금 옛 규정에 따르면 사병의 경우 5만환을 보상해주도록 돼 있다는 게 보훈처의 입장이었다. 5만환은 금액으로만 보면 현재 5000원에 해당된다. 62년 화폐개혁 때 10환을 1원으로 바꿔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김씨 오빠가 사망했던 50년 당시와 다르다. 5만환으로 살 수 있었던 쌀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60만원어치에 해당하고, 금은 380만원 상당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약 76만원에 이른다고 한국은행 측은 밝혔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이 같은 고려 없이 현재의 원 단위로 그대로 환산한 5000원을 보상금으로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에 다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심위는 16일 국가보훈처의 보상금 5000원 처분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행심위는 ▶보훈처가 김씨에게 합리적 지급 기준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안 했고 ▶5만환에 대해선 물가상승률·법정이자 등을 따져야 하며 ▶현재 사망보상금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74년 6월 이후 군인사망보상금은 군인연금법에 따라 정해진다. 사병의 경우 2000만~3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보훈처는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업무는 국방부 소관이어서 보훈처가 지급 기준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임의로 기준을 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익위 관계자는 “국방부와 보훈처가 책임을 미루는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6·25 전사자 유족에게 5000원을 지급하기로 한 이해하기 어려운 처분이 내려졌다. 관계 기관은 이번 기회에 적절한 보상금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행정심판=국민이 행정기관으로부터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제기하는 제도. 법원이 담당하는 행정소송과 달리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에서 진행된다. 비용이 무료이며 결정이 신속한 편이다.

6·25 전쟁 유족 김모씨의 법정투쟁 일지

▶1950년 11월 김씨 오빠 전사(김씨는 당시 2세)

▶1962년 6월 10일 10환을 1원으로 화폐개혁

▶2008년 4월 김씨, 오빠 있었다는 사실 알게 돼

▶12월 국가보훈처에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요청 → 보훈처, 청구권 소멸됐다며 거절

▶2009년 2월 김씨, 보훈처 상대로 행정소송

▶2010년 4월 법원, 보상금 지급 조정

▶6월 보훈처, 보상금 지급 결정

▶2011년 4월 보훈처, 김씨에게 “5000원 지급하겠다” 통보

▶10월 행정심판위, 보훈처 처분이 부당하다고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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