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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핵무기여 잘 있거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25년 전 나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미·소가 핵무기를 점진적으로 감축해 2000년에는 모두 폐기하자는 협상을 했다. 서로의 의견 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명국가들이 야만적 핵무기를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핵무기의 완전 폐기는 결국 합의하지 못했지만 레이캬비크 회담은 레이건의 표현대로 “더 안전한 세계를 향한 중대한 계기”였다.

 이제 다시 ‘핵무기 없는 세상’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비판론자들은 냉전 시기의 장기적 평화가 대규모 전쟁을 막는 유일한 수단으로 핵 억지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는 언제나 어렵고도 불안정한 평화 담보자였다. 핵의 전면 폐기를 위한 설득력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미국·러시아 등 핵 보유국들은 필연적으로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미래를 맞으려 한다. 이런 대재앙은 피해야 한다.

 5년 전 나는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 등과 함께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면서 핵 억지 논리가 갈수록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작용이 더 큰 선제적 전쟁이나 경제 제재가 아니라 핵무기 폐기를 위한 진지한 조치만이 군비 축소나 핵확산 금지 협력을 이루는 데 필요한 상호 안보로 나갈 수 있다.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조성된 신뢰와 이해는 두 개의 역사적 협정을 일구는 기반이 됐다. 1987년 합의된 중거리 핵전력(INF) 협정은 유럽 평화를 위협했던 신속 공격 미사일을 폐기시켰다. 1991년에는 최초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1)이 체결돼 이후 10년 동안 미·소의 핵무기를 80% 줄였다.

 현재 핵 폐기에 대한 추진력이 상실되면서 핵확산 금지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핵 보유국들은 1968년 체결된 핵확산금지협정(NPT)의 의무사항을 준수하고 군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보편적 핵 군축을 위한 진지한 프로그램만이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신뢰를 줄 수 있다.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을 차별하는 현 체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경제적 제약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레이건과 나를 행동에 나서게 했듯 현재의 세계 경제 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 폐기의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첫 걸음은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는 일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원을 설득해 협정에 비준함으로써 그가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했던 ‘핵 없는 세상’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중국·이집트·인도·파키스탄·인도네시아·이란·이스라엘·북한 등이 CTBT를 다시 생각할 것이다. 이후 미국·러시아가 새 START를 맺어 더 많은 핵무기 감축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술 핵무기와 필요 없는 예비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방사능물질감축협정(FMCT) 체결과 내년 서울의 핵안보정상회담(NSS)의 성공은 위험한 핵물질의 안전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지나치게 군사화돼 있다. 현 경제 환경에서 핵무기는 돈 먹는 하마다. 미국·러시아와 핵 보유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자적 군비 감축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재래식 무기 감축까지 더해진다면 지구촌은 더욱 살 만한 세계가 될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정리=정재홍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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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