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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초반 4:0 앞섰지만 … 삼성 ‘표준기술’로 후반 뒤집기 노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세기의 특허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스마트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거대한 전쟁이다. 소송전 2라운드의 공을 울린 건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다.

14일 이 법원은 삼성이 요청한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한편으론 애플이 삼성에 특허료를 지불해야 하며, 양사 간 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함을 명기해 장기전의 불을 지폈다. 이제 두 회사는 당장 상대편 제품의 판매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가처분소송뿐 아니라 진정 본원적 ‘파워’를 가진 특허는 누구 것인지를 겨루는 본안 소송에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소송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애플과 노키아가 최근 비슷한 특허 소송전을 치른 전례에 비춰 보면 막판 극적 화해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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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전의 발단=애플은 4월 15일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디자인·기능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표면상으론 애플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삼성과의 로열티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란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엿새 뒤 삼성은 서울중앙지법과 독일 만하임 법원, 일본 도쿄 법원에 동시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본안 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후 두 회사의 소송전은 9개국 30건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당사자들이 같은 이슈를 놓고 벌이는 소송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법정 분쟁일 것으로 추정한다.

 많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메이커 중 애플이 유독 삼성전자를 목표로 삼은 이유는 뭘까.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지난해 3분기(7~9월) 시장 점유율 17.4%에서 올 2분기(4~6월) 18.5%로 1.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3%에서 17.5%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애플의 iOS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진영 간의 대리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애플의 4연승, 이유는=30건의 소송 및 가처분신청 중 현재까지 결론이 내려진 것은 가처분신청 4건이다. 모두 애플이 이겼다. 애플의 연승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이나 사용법 등 눈에 보이는, 이해하기 쉬운 기능 특허를 부각시켜 법원으로부터 유리한 판단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통신표준 특허를 앞세웠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3G(3세대) 통신 기술은 휴대전화 제조에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삼성의 기술을 쓰지 않고는 휴대전화를 만들 수 없다”고 자신했다. 아이폰에서 ‘통신 기능’을 빼면 아이팟(MP3플레이어)이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허를 찔렸다.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는 통신표준을 만드는 데 참여한 당사자로서 표준이 된 기술을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타 업체가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아이폰·아이패드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삼성의 신청을 기각했다. 애플의 전략대로 법적 쟁점이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부당하게 침해했는가’에서 ‘삼성은 특허 사용을 허락할 의무가 있다’로 바뀌었다.

 ◆향후 전망=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불리하다. 삼성이 제기한 모든 소송에 공통된 무기인 ‘통신표준 특허’의 칼날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삼성이 신형 아이폰4S의 판매금지를 신청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을 비롯, 삼성·애플 소송이 계류돼 있는 법원들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애플 측 변호사들이 헤이그 법원의 결정을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해당 법원에 제출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국가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표준 특허’뿐만이 아닌 기능 특허까지 함께 내세워 법정 공방을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전 2라운드, 3라운드로 가기 위해선 통신표준 특허 위주에서 벗어나 특허 다변화 전략을 써야 할 시점”이라며 “삼성도 사용성을 높이는 기능 특허나 디자인 특허 등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들이 전면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헤이그 법원이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애플의 주장도 기각했기 때문에 추후 본안 소송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면 승소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양사가 특허 사용료와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삼성이 관련 소송을 제기할 권리는 여전히 있다”고 명시했다. ‘판매금지’에는 실패했지만 애플에 적정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일각에선 화해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차호(51)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계약으로 서로 얽혀 있는 관계라 ‘파국’으로 치닫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특허 소송은 결국 소송 중 ‘화해의 기술’”이라며 “미국의 경우 화해 비율이 95~97%에 달한다. 삼성도 물밑협상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김기환 기자

◆애플·노키아 소송

삼성전자·애플 간 소송과 가장 유사한 최근 사례로 애플과 노키아 간 분쟁을 들수 있다. 노키아는 2009년 10월 자사의 무선기술 관련 특허 10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애플은 같은 해 12월 노키아가 13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노키아를 맞제소했다. 올 6월 애플이 노키아에 2007년 이후 판매한 아이폰 관련 특허 로열티를 일시불로 내고, 향후 정해진 기간동안 로열티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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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