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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괴질

원인 모를 전염병이 괴질(怪疾)이다. 순조 21년(1821) 8월 13일 평안감사 김이교(金履喬)는 평양 안팎에서 괴질이 발생해 열흘 동안 1000여 명이나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병상(病狀)은 토하면서 설사하는 토사(吐瀉)와 관격(關格)이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관격증(關格證)’에 따르면 관(關)은 소변을 못 보는 것이고 격(格)은 토하는 것이다. 토사 관격은 콜레라를 뜻하는데, 청나라에 가 있던 서장관 홍언모(洪彦謨)는 8월 21일 “연로(沿路)에 운기(運氣)가 크게 유행해서 산해관(山海關) 이남부터 연해안 수천 리 사이에 죽고 상한 백성이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고 보고했다. 중국을 통해 조선까지 콜레라가 들어온 것이다. 이 콜레라는 1917년 인도 캘커타(콜카타의 옛 이름)에서 일어나 1923년까지 아시아 전역과 아프리카까지 유행했다.

 일본은 1822년, 즉 분세이(文政) 5년 창궐했다고 해서 분세이콜레라(文政コレラ)’라고 부르는데, 조선이나 류큐(琉球)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측한다. 일본도 병명을 몰랐다가 네덜란드 상인에게 콜레라라는 명칭을 듣고 호열자(虎列刺)라고 음역(音譯)했다. 호랑이가 물어뜯는 것처럼 고통이 심하다는 뜻이다.

 같은 해인 순조 22년(1822) 4월 서울 안팎에도 괴질이 유행했는데, 비변사(備變司)는 ‘떠돌아다니는 백성(流民)이 가장 먼저 전염된다’면서 ‘의탁할 곳 없는 무리들이 거리에서 넘어져 많이 죽고 있으니 듣고 보기에 참혹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세도정치기에 생계 대책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이 감염 경로였으니 전염병 확산도 혹정(酷政)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비변사는 병들지 않은 유민들을 넓은 공터에 모아 식량과 옷을 준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게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런 귀향자(歸鄕者)들에 의해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것인데, 이때 전 백성의 10%가량이 희생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전염병이 돌면 국가에서는 도성 북쪽에서 여제(?祭)를 지내는데,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에 따르면 ‘삼대(三代:하·은·주)’부터 이 제사가 있었다고 전한다. 민간에서는 굿을 하기도 하는데, 역귀(疫鬼)에게 여비를 줄 때 편도 비용만 준다. 가서 돌아오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독일·캐나다 연구팀이 유럽에서 7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의 병원균에 대해 660년 만에 정체를 밝혀냈다는 소식이다. 지금의 콜레라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니 영장류의 영원한 적이 세균인지도 모른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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