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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부는 영성(靈性) 바람 <상> 불교와 기독교, 알맹이를 좇다

3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원불교 교당을 찾아 명상하는 미국인들. 참가자 중에는 크리스천도 있고,
유대교인도 있었다. 한 미국인 여성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 명상에 들었다.

미국에 영성(靈性)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상은 과연 어떤 걸까. 동양적인 명상 문화는 1970년대 초기에 미국인에게 신비롭게 비쳤다. 그래서 80년대 들어 일본 불교, 티베트 불교, 선(禪) 불교, 인도 요가 등 각종 명상법이 앞다투어 미국으로 들어갔다. 요즘은 달라졌다. 가령 티베트 불교의 복잡한 문양과 주문 등 문화적 형식을 중시하는 측면에 미국인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또 사무라이식의 엄격함을 자아내는 일본 젠(禪)불교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인들은 실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내 마음의 문제를 푸는데 어떤 명상법이 효과적인가 .” 미국의 명상 흐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가톨릭 수도원이었다가 명상 센터가 된 개리슨 인스티튜트.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에서 북쪽으로 차를 달렸다. 허드슨강을 따라 1시간30분쯤 지난 개리슨 지역에서 수도원 건물을 만났다. 숲 속에 자리한 건물 지붕에는 십자가가 조각돼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뜻밖의 풍경과 마주쳤다. 수도원 로비 벽에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하는 만다라(밀교에서 발달한 불화)가 걸려 있었다.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마루 바닥에 좌선용 방석이 깔려 있었다. 예배당 정면 중앙에는 티베트 불상이 놓여 있었다. 수도원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그리스도교의 문양과 메시지는 여전했다.

 묘한 광경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비영리 법인인 개리슨 인스티튜트에서 운영하는 명상 센터였다. 그전에는 오랫동안 가톨릭의 ‘메리(마리아) 수도원’ 건물이었다. 명상센터의 매니저이자 10년 넘게 선(禪) 수행을 하고 있는 린다 다우니는 “재정난 때문에 가톨릭에서 내놓은 수도원 건물을 2003년 4월에 개리슨 인스티튜트에서 인수했다. 지금은 불교를 비롯한 각 종교의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가 와서 가르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원 건물의 중앙에 불상이 놓이다니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예배당에 놓인 불상에 대해 논란이 일지는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다우니는 “그렇진 않다. 건물이 팔린 뒤 1년 만에 여기서 생활하던 수사님들이 와서 ‘동창회’를 가졌는데 다들 ‘고맙다’고 하더라. 수도원 건물을 허물지 않았고, 그걸 명상을 하는 건물로 쓰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곳은 각 종교의 명상법에 대해 열려있는 일종의 플랫폼이었다. 다우니는 “우리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부디스트(불자)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명상과 수행을 통해 그 이점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종교가 도그마(독단적인 신념)가 돼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연간 수천 명에 달한다.

 3일 뉴욕에서 4시간 정도 차를 달렸다. 미국의 초기 수도였던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로 갔다. 그곳은 퀘이커 교도가 꾸리는 펜들힐 교회, 자동차와 전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식 생활을 고수하는 재침례파 공동체인 아미쉬 마을, 시·청각장애인 헬렌 켈러가 큰 영향을 받았던 스웨덴보르그 교회 등 영성적 전통이 강한 지역이다. 여기에 원불교가 대학원과 교당을 세웠다. 글렌사이드 마을에 자리한 원불교 필라델피아 교당은 뾰족 지붕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교회였던 100년 이상된 건물을 인수했다. 미주선학대학원을 세운 지는 10년째다. 원불교학과, 선응용학과, 침구학과 등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10년이 돼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주(州) 정부의 대학 인증평가를 4년 만에 통과했다. 원불교 미주 교화를 위한 생산공장인 셈이다.

 이튿날 오후 7시30분, 필라델피아 교당에서 미국인 법회가 열렸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15명의 참석자는 좌선을 했다. 그들 중에는 그리스도교인도 있고, 유대교인도 있었다. 원불교는 굳이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다. 조정수(29) 교무는 “원불교 명상에 참석하는 미국인들을 보면 형식적인 고해성사나 맹목적인 신앙을 강조하는 게 싫어서 찾아온 이들이 많다. 종교적 전통이나 격식보다 종교의 실질적인 알맹이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상을 하는 미국인들은 주로 한 종교만 좇진 않는다. 종교적 교리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불교든, 그리스도교든, 유대교든 자신의 영성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여러 종교의 명상법을 수용한다. 그래서 ‘크리스천 부디스트’‘쥬이쉬 부디스트(유대계 불교신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종교와 명상의 간판보다 실질적인 마음의 평화와 치유력에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이다.

 동양의 불교, 서양의 기독교는 역사가 길다. 역사가 긴 만큼 전통도 강하다. 그래서 ‘잔 가지’가 많다. 종교의 알맹이보다 문화가 된 종교의 형식에 치중하기 쉽다. 형식을 잡다 보면 알맹이를 놓치게 마련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다”고 말하면서도 불교식 명상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종교의 알맹이’에 목말라하는 이들이었다. 실질적인 치유력과 마음의 평화에 대한 갈망, 그게 미국에 부는 영성 바람의 뿌리였다.

뉴욕·필라델피아=글·사진 백성호 기자

“미국인은 실용적 … 명상을 심리치료와 연결시켜”

필라델피아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 월리스·로즌 교수


헬렌 로즌 교수(左), 글렌 월리스 교수(右)
4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원불교 미주선학대학원에서 글렌 월리스 교수와 헬렌 로즌 교수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각각 불교학과 선(禪)응용학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인에게 명상과 선(禪)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물었다.

 -동양에서 온 종교·명상 그룹이 꽤 있다. 미국인은 ‘별미’를 맛보듯 체험하는 측면도 있다. 왜 더 깊이 들어가진 않나.

 (월리스)“좋은 관찰이다. 미국의 전통은 윌리엄 제임스(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의 철학처럼 실용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인은 기본적으로 우주와 세상에 대한 거대한 관찰이나 철학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실질적인 수행을 통해 결과를 보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가령 힌두교의 철학보다 요가 수행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로즌) “미국에선 명상이 정신 건강을 위해 쓰인다. 명상의 기술적인 면들이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고,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불교가 심리학이나 심리치료와 결합되고 있다.”

 -역사가 긴 동양의 불교는 전통과 문화를 중시한다. 종교의 알맹이에 해당하는 명상은 오히려 서구사회에서 중시되고 있다. 나중에는 서구의 불교가 동양으로 역수입될 수도 있다고 보나.

 (월리스)“18세기 계몽주의 영향으로 서양에는 질문을 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명상을 하는 미국인들은 묻고 있다. 불교의 문화적 전통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 그래서 불교의 문화나 격식보다 명상에 포커스를 맞추려 한다. 이런 서구의 흐름이 훗날 동양 불교에 새로운 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명상에 관심을 갖고 있나.

 (로즌) “불교식 명상을 탐험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다. 다수는 그리스도교 영역에 머물고 있다. 미국인은 불교식 명상을 하면서도 자신이 믿는 종교를 바꿀 생각은 별로 없다. 불교를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이나 철학으로 보기도 한다. 오히려 그 점에 매력을 느낀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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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