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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르포] 16개 보 완공 앞둔 4대 강 현장 가보니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강바닥 준설과 전국 16개 보 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첫 삽을 뜬 지 불과 2년 만이다. 올여름까지만 해도 보 점거농성 등 환경단체들의 반대활동이 심했고, 집중호우 땐 공사 중인 제방이 무너지거나 지천이 넘치기도 했다. 가을이 되자 정부는 “올여름 집중호우가 4대 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제대로 검증해줬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홍수 예방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그게 22조원의 가치가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사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아예 “홍수 예방효과는 없다”고도 주장한다. 본지 특별취재팀이 지난 2주간 4대 강 사업 현장 가운데 국토해양부에서 추천한 5곳과 환경단체가 꼽은 4곳을 직접 돌아보고, 팽팽히 맞선 양쪽 주장을 점검해 봤다.


지난 8일 오후 ‘낙동강 살리기’ 18공구 현장. 경남 창녕군 오호리와 함안군 봉촌리를 잇는 길이 540m의 함안창녕보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었다. 고니의 날개를 형상화했다는 가동보(수문으로 수위 조절이 가능한 보) 교각이 눈에 들어왔다. 보 위로 차도 포장과 난간 용접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함안 쪽 보 끝엔 소수력발전소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1250㎾짜리 터빈 4대가 이미 설치돼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이상록 차장은 “완공되면 주변 8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고 있는 GS건설에 따르면 공정률은 93%. 준공 예정일은 12월 24일이지만, 보 개방 행사가 오는 29일로 앞당겨 예정돼 있다. 19일부터는 보에 담수(湛水)를 시작한다. 물이 다 차면 수심이 상류는 7m, 하류는 6m에 이를 전망이다. 강바닥 준설과 보 건설 공사 전(1.5~2m)보다 5m 이상 깊어진다. 생태하천공원이라 불리는 창녕 쪽 둔치엔 짙은 자줏빛 옷을 입은 자전거길이 드러났다. 보와 가까운 둔치에선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연신 흙을 퍼나르고 있었다. 인근 전신주에 앉아 있던 천연기념물 323호 황조롱이가 푸드득 하며 날아올랐다.

함안창녕보 옆 홍보관엔 지역 시민단체 25명이 수자원공사 측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4대 강은 대운하와 다르다”는 수공 직원의 설명에 50대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수질도 개선되고 홍수도 없어져 좋은데, 처음에 운하라고 하니 못 믿고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국민에게 PR을 잘못했어요.”

함안창녕보는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 NGO들 사이에 ‘성지(聖地)’로 통하는 곳이다. 지난해 7월 환경단체 회원 두 명이 보 건설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 21일간 점거농성을 했던 곳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 강 공사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홍수예방 효과 자체가 말이 안 되며, 오히려 환경파괴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인근에서 만난 지역주민들의 얘기는 달랐다. 홍수 예방 효과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창녕함안보 하류 강변마을인 창원시 북면 오곡마을의 주민 차영석(77)씨는 “우리 마을은 메기가 침만 뱉어도 물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거의 매년 침수피해를 겪던 곳인데 올해는 그 엄청난 비에도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4대 강 사업 이후 이 지역에서 키우는 감나무의 키도 낮아졌다. 단감 농사를 하는 차맹섭(65)씨는 “보통 감 가지치기는 따기 좋게 높은 가지를 쳐내지만 우리는 물난리를 걱정해 반대로 낮은 가지를 쳐 높게 키웠다.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과거엔 감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게 키웠는데, 이젠 침수 걱정이 없어져 나지막하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강마을 일부에 홍수 저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을 하나만 가지고 침소봉대하면 안 된다”며 “낙동강과 연결된 지천을 포함하면 홍수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걸릴 일 너무 서둘러, 단계 공사로 시행착오 줄였어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국장도 “낙동강 본류의 경우 집중호우에 의한 침수 피해는 원래부터 거의 없었다”며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키웠기 때문에 홍수피해가 줄었다고 하는 정부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속도전’과 그에 따른 예산 효율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이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의 공사라면 통상 2년이 아니라 10년은 걸릴 일”이라며 “전국 4대 강에서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일손은 물론 자재도 구하기 힘들어 비싸게 먹혔다”고 말했다. 그는 “4대 강 중 한 곳을 먼저 공사해본 뒤 시행착오를 분석해 다음 강 공사에 적용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8일 오전 경북 상주시 인근 낙동강의 상주보. 올 5, 6월 집중호우 때 보 바로 아래 제방 300m가 무너지고, 인근 지류인 병성천에 역행침식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던 곳이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강성호 현장소장은 “본류를 준설하다가 5월 초 갑자기 집중호우로 두부침식(頭部浸蝕·역행침식의 공식용어)이 일어났다”며 “강바닥이 깎이지 않도록 하상유지공(돌멩이 더미를 철망으로 씌워놓은 형태)을 설치해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하루 2교대,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상주보의 공사 진척도는 94%. 상주 인근 낙동강 상류는 원래 강폭이 좁을 뿐 아니라 깊이도 얕다. 비가 오지 않을 땐 바짝 마르고, 비가 올 땐 홍수가 나는 곳이다. 취재진이 찾은 상주보 상·하류엔 갈수기임에도 물이 적지 않았다. 아직 담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바닥을 드러낸 곳이 없었다. 강바닥과 모래톱을 걷어낸 덕분이다. 과거 평균 100m가량이라던 강폭도 300m 이상으로 늘어났다. 부산지방 국토관리청 낙동강사업2팀의 곽재익씨는 “인근 오상리·죽암리·신상리 등은 봄에 농업용수 확보가 어렵고 여름에는 침수되는 대표적인 지점”이라며 “준설과 보 건설로 더 이상 홍수나 가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주민들도 4대 강 공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준설로 인한 홍수예방 효과를 가장 높이 샀다. 오상2리의 조완식 이장은 “건너편 신상리는 비만 오면 잠기는 지역인데 올해는 한 번도 안 잠겼다”고 만족해했다. 전직 이장이라는 죽암1리 김태목씨도 “우리야 쌍수 들고 대환영”이라며 “이장 16년 하는 동안 매년 수차례 물난리를 겪었는데 공사가 진행된 지난해부터 수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6일 찾은 영산강·남한강 일대 인근 주민들 역시 홍수예방 효과를 들어 4대 강 공사를 지지했다.



“제일 필요한 것 뒤로 미뤘다”
4대 강 공사에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남 부여의 금강을 가로지르는 백제보는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7일 오전 도착한 이곳 현장은 마치 완공된 것처럼 말끔했다. 전날 보 개방행사를 치렀다고 한다. 가동보 교각 윗부분엔 말에 올라탄 계백 장군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제방 위 자전거 길엔 헬멧을 쓴 자전거족들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드러난 겉 모습만으론 완벽해 보였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금강살리기사업팀의 안정환 홍보팀장은 “부여는 금강 하류라 큰 비가 오면 홍수 피해가 심한 곳인데, 더 이상 피해가 없는 곳으로 입증됐다”며 “원래 수심이 1m도 안 돼 지역 명물인 황포돛배가 못 다닐 정도였지만 이번 공사로 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지역 농민들은 불만이 대단하다. 인근 정동1리에서 만난 소진담(57) 이장은 “올해는 이상하게 침수가 더 돼 멜론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10동을 모두 버렸다”며 “이곳 농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금강 본류 공사가 아니라 제방 너머에 있는 저지대 경작지의 배수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왕리 김세환(54) 이장도 “준설하고 보를 세우는 바람에 수위가 종전보다 2m40㎝ 높아졌다. 개발로 지역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부가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백제보 하류 지역인 충남 논산시 성동면 일대의 원성은 더 컸다. 이곳에선 제방 너머 비닐하우스 경작지의 빗물이 금강으로 빠지지 못해 넘쳐드는 바람에 수확 직전의 딸기농사를 모두 망쳤다. 지역주민들은 시공사와 충남도청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개척1리의 강태범 이장은 취재기자를 트럭에 태우고 현장을 누비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당장 필요한 건 배수시설 확충”이라며 “제일 필요한 것은 뒤로 미루고 천천히 해도 되는 4대 강 사업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고 비난했다. 백제보 일대는 함안창녕보·상주보 등과 함께 국토부에서 추천한 현장이다.
 
환경단체·정부, 역행 침식에 이견
환경운동연합이 추천한 ‘문제 현장’ 4곳은 주로 지난여름 집중호우 때 지천의 역행침식이나 4대 강 공사 중 사고가 난 곳이었다. 이곳에선 4대 강 공사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향후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11일 오전 10시40분쯤 도착한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의 낙동강변. 달성보 건설이 한창인 현장을 지나 2㎞가량 하류로 내려가자 지류인 용호천이 보였다. 이곳에선 지난 7월 13일 집중호우 때 강기슭 둔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가로 30m, 세로 20m가량의 옹벽이 무너져내렸다. 당시 ‘휘청대는 4대 강 현장’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용호천과 낙동강의 합류지점 우측엔 그 뒤 다시 쌓은 듯한 3단의 석재 옹벽이 눈에 띄었다. 다리 부근의 낡은 콘크리트 옹벽에는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국장은 “용호천은 작은 하천이었는데 지금은 침식이 많이 돼 폭이 넓어졌다”며 “역행침식이 계속되다 보면 합류지점 위쪽 사촌교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낙동강 주변 지천의 수많은 교량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달성보건설단의 한주헌 차장은 “역행침식과는 무관하게 노후된 석축이 침수됐다가 물이 빠지면서 넘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천 정비에 엄청난 돈 들 것”
지난 6월 23일 급격히 불어난 낙동강 물 속에 교각과 상판 2개가 무너졌던 왜관철교.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에 위치한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입구엔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취재진은 다소 엉성한 바리케이드를 지나 철교 위를 걸었다. 전체 467m 중 100m가량이 유실된 상태였다. 끊어진 상판 부근에서 걸음을 멈추고 건너편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새 교각 건설이 한창이었다.

인근 주민인 문정호(31)씨는 “사람이 안 다니는 새벽에 다리가 끊어져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모두 크게 놀랐다”며 “출퇴근 때나 산책, 운동할 때 자주 이용하는 다리여서 모두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낙동강공동체의 배문용 사무총장은 “지류·지천은 그대로 두고 본류에만 손을 대 물살이 빨라진 탓에 다리 등 구조물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류·지천 정비가 시급한데 4대 강 전체에서 공사판을 벌여놓은 탓에 수많은 지류·지천 정비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무리한 대규모 공사 탓에 앞으로 유지 관리도 그렇고 후손들에게 너무 큰 짐을 떠안기게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김정훈 하천국장은 “낙동강 홍수의 경우 대부분 지천·지류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인 홍수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본류에서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본류 사업이 끝나고 지천·지류 정비사업이 시행되면 문제가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 참외농가 “안개 잦아지면 농사 끝”
참외 산지로 유명한 경북 성주군은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참외 비닐하우스가 상당수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특히 용암면과 선남면에서는 비닐하우스 800여 동이 침수됐다. 취재진이 성주군 용암면 후포의 참외 재배 단지를 찾았을 때는 제방도로 옆으로 4대 강 사업의 하나인 농지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강바닥에서 파낸 모래를 침수피해가 잦은 저지대 경작지에 깔아 해발고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선원2리의 유재현 이장은 “농지 리모델링 공사장에 쌓여 있던 모래가 폭우에 배수로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래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해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고 침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이장은 앞일이 더 걱정이라 한다. 상주 지역이 가뜩이나 안개가 잦은데 4대 강 공사로 지천의 수위가 올라가면 안개가 더 많이 끼게 돼 참외 성장에 필수인 일조량이 크게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 측은 “안개 일수 증가 가능성에 대해선 고려한 바 없다”고 답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4대강 특별취재팀 : 글=강갑생·최준호·위문희·이유정·한영익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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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