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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유럽 더블딥 확률 60% … 유로존 살 길은 재정통합”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더블딥’ 용어 창시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사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월가를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가)다. 그는 ‘영원한 비관론자’로 불린다. 21세기 초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을 경고했고, 2008년의 금융위기를 수년 전부터 예견했다. 3년 만에 또다시 찾아온 세계경제의 위기에 대해 로치 회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지난해부터 예일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중앙SUNDAY가 미국 코네티컷주의 예일대에 있는 로치 회장에게 긴급 e-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과 미국경제의 방향, 유로존 문제의 해법,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이면서도 압축된 표현으로 전해 왔다.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불안하다. 원인은.

“경제위기 이후에는 회복세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부채 감축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질 땐 더욱 그렇다. 더딘 회복기에는 경기변동에 대한 완충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의 충격적인 사건만으로도 위기가 재발하게 된다. 지금의 위기는 정확히 2007~2009년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동안 세계는 경제 위기로 요동쳤다.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유럽의 국가채무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슬픈 사실은 그런 일련의 사건이 새로운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는 지난 30년 동안 11개의 큰 위기를 3년에 한 번꼴로 경험했다. 위기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계돼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는 불균형이 갈수록 커졌고, 기초가 흔들렸다.”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도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는 예고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자산 가격을 올리고, 부채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경제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부동산과 신용 거품이 터지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통화동맹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유로존은 유럽통화연맹(EMU) 체제를 지탱할 재정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제는 통화동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유럽은 이미 얕은 침체에 빠져 있고, 미국은 경기확장을 거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ㆍ유럽 등의 선진국이 내년 중 또 다른 경기침체에 접어들 확률을 대략 60%라고 본다.”



-1930년대 대공황과 비슷하다고 보나.

“대공황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물론 2008년 말~2009년 초의 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가혹한 비판은 백 번 옳다. 하지만 위기의 깊이와 기간으로 봤을 때 1930년대에 일어났던 10년간의 대공황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위기를 벗어날 해법은 뭘까. 긴축이 답인가. ‘긴축은 재앙’(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FRB)의 통화완화 정책이 2008년 이후 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위기의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지혈한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은 자산시장과 신용시장에서 과잉의 씨앗을 뿌리는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중앙은행이 너무 쉽게 조절에 나서면서 대형 위기의 발판을 만들었다. 통화정책은 재정안정의 지지대다. 통화정책이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몇 년 전에만 정상 수준에 가깝게 결정됐더라도 2005~2007년에 주택 및 신용 거품이 그렇게 엄청나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화 긴축과 통화 정상화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긴급 수단으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면, 그 정책은 긴급 상황에만 지속돼야 한다. 반대로 그 상황이 끝나면 통화완화 정책 또한 끝내야만 한다.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긴축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1%가 소비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의 소비자들은 가계 재정 악화라는 극심한 고통 속에 있다. 인플레를 반영한 개인소비 성장률은 2008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4개월 동안 연평균 0.2%에 그쳤다. 미국인의 소비가 이렇게 오랫동안 약화된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된 이유는 미국 가계가 자산 재조정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부족한 개인 저축을 늘리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 가계가 연간 갚아야 할 돈은 소득보다 많다. 부채상환비율이 115%로, 70~99년의 평균 75%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5%에 조금 못 미치는 개인 저축 비율은 70~99년 평균인 7.75%보다 한참 낮다. 미국 소비자들이 부채로 인한 가계 부실을 정리하는 데에는 수 년이 걸릴 것이다. 그 부실은 소비 증가율과 GDP 성장률을 계속 깎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탕감과 저축 지원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는 미국 가계의 재정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가계재정 악화에 대한 이런 직접적인 대응책은 재정 및 통화 부양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양책은 거품 붕괴 이후의 미국 경제 회복을 견인할 수 없다.”



-유럽 위기의 원인은.

“통화동맹이 최상의 조합이 되려면 체제를 지지할 세 개의 기둥이 있어야 한다. 단일 통화, 단일 중앙은행, 단일 재정당국이 그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유로존을 만든 EMU 체제는 제 기능을 못했다. 유로존은 통화동맹과 중앙은행이라는 두 개의 기둥만 가지고 있다. 단일 재정 제도가 없기 때문에 회원국 중 특정 국가들에서만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비대칭적 충격’에 취약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통화동맹 전체를 흔들었다. 2008년부터 진행된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두 개의 기둥으로 버티던 EMU 체제는 없어졌다.”



-해결 방안이 있을까.

“유럽에 있어 유일한 지속가능한 희망은 신뢰가 담보되고, 통제력이 있는 재정통합이다. 재정통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최종대출자로서의 권한을 확고히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재정통합의 필수적인 운용도구는 유로존 전역에서 통용되는 유럽공동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는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유로존 17개 회원국이 각국의 재정에 대한 통제권을 넘긴다는 것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대륙은 정치적·군사적인 갈등으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왔다. 따라서 정치통합이 동반돼야 하는 재정통합은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든 붕괴가 우려된다. 그건 유럽, 더 넓게는 세계 경제에 불길한 징조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도 경착륙이 우려된다. 현재 중국 경제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이 주는 공포에 비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덜하다. 다만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낮은 한 자릿수대로 둔화되거나, 1%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도 있다. 위기를 겪는 미국ㆍ유럽 등의 선진국이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의 해외 수요 중 40%가량이 유럽과 미국이다. 유럽은 지금 침체에 빠지고 있고,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중국 수출 증가율이 2009년 초의 -27%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는 글로벌 무역의 전례 없는 붕괴에 속절없이 당했다.

유럽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면 중국의 GDP 성장률은 8%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0년간 10%대의 추세에서 약간의 하강이 생겼다는 건 상징적인 일이다. 반면 중국경제에 비관적인 이들의 전망대로 성장률이 2~5%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인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모두 과장돼 있다. 중국의 은행 위기, 자산 거품 붕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 등의 이슈에 대한 공포는 지나치다. 중국이 새롭게 입안한 12차 5개년 경제계획을 봐라. 거기서 중국 정부는 소비진작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정책적 주도권을 갖고 있다. 대규모의 노동집약적 서비스, 농촌에서의 도시이주 및 도시화, 오랫동안 방치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이슈가 소비진작정책을 펼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낸다. 중국 경제가 소비를 조금씩 부양하기 위해서는 연착륙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위기 대처 방안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신흥개발국들은 3년 만에 두 번째 외부 충격에 의해 타격을 입었다. 이것은 아시아에 미국ㆍ유럽의 위기를 무시해도 될 만한 나라는 아무도 없다는 경종이다. 이에 더해 미국과 유럽은 앞으로 몇 년간 극심한 위기 후의 역풍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 주도형 경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신속한 회복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수출 주도형 아시아 국가들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새로운 해외시장을 발견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내수소비(특히 개인소비)를 부양해야 한다.

거대 경제권인 중국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중국보다) 작은 경제권은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한국은 중국이 부양책을 쓸 때 중국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뉴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더블딥(Double Dip)’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2001년 2분기에 그는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후 미국 경제가 잠깐 회복했다가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하자 ‘W자형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며 더블딥이라고 표현했다.

1945년생으로 위스콘신대를 졸업한 후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경제분석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뒤 72년부터 7년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구원을 지냈다. 82년 세계적 금융그룹인 모건스탠리에 합류한 후 25년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2007년부터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비상임회장에 취임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미국은 신용에 기반해 과잉 소비하는 반면, 신흥국은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면서 세계 경제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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