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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품 목소리들의 조화,본고장 이탈리아서도 탐낼만

이만 하면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13일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린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스태프부터 출연진까지 모두 우리나라 대표선수다. 가수들의 목소리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명품이었다.

‘가면 무도회’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 가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마침 국립발레단이 바로 지금 산 카를로 가극장에서 ‘왕자 호동’을 공연하고 있는 터라 다음엔 국립오페라단이 ‘가면 무도회’로 같은 무대를 밟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다가 점점 우리말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페라가 있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다들 이탈리아에서 공부해 이탈리아 말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채우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그래서 지휘자만 따로 이탈리아에서 불렀을지도 모른다.

소리를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온통 신경을 쓰다 보니 말이 제대로 살지 않는다. 이탈리아 말은 문장을 매끈하게 다 잇지 않더라도 중요한 단어의 음절 하나에 강약을 주고 장단을 살리면 느낌이 확 달라지는데 번번이 놓치고 자꾸만 얼버무린다. 점음표로 좀 더 길어진 음들의 길이만 충분히 살렸어도 리듬이 살면서 뜻도 살았을 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리카르도를 맡은 테너 정의근은 외모와 체격, 소리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어 그를 찾는 무대가 많을 듯싶다. 그래서 말인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역할은 거절할 수 있는 용단을 부탁한다. 그래야 오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당장 이번처럼 권력자의 고독과 카리스마를 뿜어내야 하는 리카르도는 너무 착해 보이는 그에게는 맞지 않다. 그리고 발성에 문제가 있어 타고난 소리를 다칠까 걱정이다. 목을 열고 소리를 몸에 붙이지 못해 마치 독일의 저음 가수를 듣는 듯한 퍽퍽한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이만한 조건을 가진 테너를 자주 만나기 어려울 터이기에 진정한 애정으로 쓴소리를 한다. 천하의 파바로티도 발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 싶으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코치를 만났다고 한다. 그러니 긴 장래를 생각해 발성 문제부터 해결하기 바란다.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임세경은 소리와 노래는 나무랄 데 없지만 연기가 불만이다. 리카르도를 몰래 만나 그의 거듭된 구애를 뿌리치고 뿌리치다 끝내는 사랑을 고백하는 부분에서도 확실한 심경의 변화를 느낄 만한 몸짓과 표정이 없다.

점쟁이 울리카를 열연한 이아경은 메조소프라노가 들려줄 수 있는 저음에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들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국내 무대에서의 독주가 예상될 만큼 독보적 소리가 아닌가 싶다. 트집을 잡자면 소리만큼 노래와 연기도 좀 더 음산하고 소름 끼칠 정도로 거칠고 어두웠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역시 고성현은 이름값 그대로였다. 썩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리와 노래, 연기까지 홀로 잘난 척한다 싶을 만큼 얄미울 정도였다. 이게 바로 관록의 힘인가도 싶다. 특히 3막에서 친구이자 주군인 리카르도와 부인 아멜리아의 불륜을 오해하고 분노와 격정으로 어쩔 줄 모르다가 아멜리아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약해져 흐느끼듯 부르는 아리아는 이날 공연의 절정이었다. 바로 앞에서 힘을 아끼려는 듯 그답지 않게 소극적으로 보였던 것도 바로 이 노래 때문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음악은 느리고 작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커튼 콜이 다 끝나고 닫힌 막을 보면서 문득 붉은 벨벳 천으로 만든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의 막에 아무런 문양이나 장식이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마음이 텅 빈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무대를 가리는 막으로써 반드시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에 눈길이 닿아 멈출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면 무도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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