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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훈이 제2 이완용이라니…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며칠 전 국회 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낯선 식민지’고 국회가 이를 비준하는 건 을사늑약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을사늑약으로 일본 식민지가 된 걸 빗대 한·미 FTA를 체결하면 대한민국이 미국 식민지가 된다는 얘기다. 그는 또 “FTA 협상 대표든, 대사든, 국장이든 외교부 관리들은 미국과 한통속인 것은 맞는데 대한민국의 국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인지, 미국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이지”라면서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관료로 쓴 것을 후회한다. 저 하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정 최고위원 발언의 천박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외교부 관리들이 모두 미국과 한통속이고 김종훈이 이완용이라면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들에게 세금 내서 월급을 줘왔다는 말인가. 이것이 한때 장관을 지냈고 2007년에는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한·미 FTA를 하면 식민지가 된다는 주장도 과장을 넘어 범죄에 가까운 거짓말이다. 만일 FTA를 통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면 도대체 왜 미국 민주당과 자동차 업계 등은 그토록 맹렬하게 이 조약의 체결에 반대했단 말인가. 7년 전인 2004년 칠레와 FTA를 체결할 때도 일부에선 “칠레 농산물 때문에 한국 농업 망한다”고 맹렬히 반대했다. 지금 어떤가. 칠레와의 FTA 때문에 한국 농업이 망했는가.

더 심각한 것은 정 최고위원의 언행 자체가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열심히 주장하고 다녔다. 2006년 CBS 인터뷰에선 “미국과의 FTA는 불가피하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 점유율이 3%로 줄었는데 미국시장을 넓혀가는 게 국익”이라고 말했다. 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17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났을 땐 “한·미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 줄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입장이 정반대로 바뀔 수 있는지 납득이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하는 주장들도 상황이 불리해지면 다 뒤집을 것 아닌가.

정 최고위원은 지난 8월 6일 해군기지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 시위에도 합류했다. 거기서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한 일인데 사과드린다. 해군기지 백지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FTA에 대한 말 바꾸기와 비슷하다. 정치인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고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말을 믿을 수 없는데 도대체 그 정치인을 어떻게 신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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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