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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서 만난 투자자들, 한국 낙관론 많이 줄었다

최근 미국 뉴욕의 월가를 방문했다. 월가 인근 주코티 공원에도 가 봤다. 주코티 공원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반자본주의 성격을 띤 시위대의 베이스 캠프 격이 된 곳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시위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대단한 규모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현지 언론들은 여전히 이곳의 시위를 매일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본산인 월가에서 벌어지는 반자본주의 시위가 전 세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그동안 구축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 지도에서 경제 발전의 동인을 놓고 다원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는 다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양대 축이다. 따라서 현재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가 안정되고 상승하려면 우선 한 축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유럽 문제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구도 속에서 각국의 이해 득실로 인해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점이 8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급등락이 자주 출현하게 된 이유이다.

하루 중 3% 이상 변동한 날이 13번이고, 무려 5% 이상 변동한 날도 3번이나 된다. 경제에 대한 펀더멘털적인 접근은 두려움에 밀려나고 심리적인 대응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아는 것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할수록 더 쉽게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질 수 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 딱 들어맞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싹은 보인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안에 대한 각국의 승인과정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그랜드 플랜’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정책 대응이 본격화되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그랜드 플랜은 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구제금융 실시, 그리스에 대한 질서 있는 디폴트 허용, EFSF 대폭 확충 등을 포함한다. 과거 리먼 사태 당시 미국이 시행했던 정책 대응과 흡사한 것으로 작금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덕분에 10월 들어 세계 증시와 더불어 한국 주식시장은 안도 랠리를 보였다.

10월 중순 이후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이벤트가 남아 있다. G20 재무장관 회의(14~15일), EU 정상회담(23일), 중국·EU 정상회담(25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임기만료(31일), G20 정상회의(11월 3~4일) 등이 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글로벌 정책공조는 11월 초까지는 윤곽이 나올 것이다. 재정위기와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 경제로까지 전이되는 단계에까지 와 있어 더 이상 합의 도출을 미룰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증시는 유럽 각국의 정책공조에 따라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라는 커다란 호재를 맞을 것이다. 반면 이행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따른 불협화음 및 향후 예상되는 전 세계의 저성장 경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겠지만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시장에 대해 낙관과 비관 어느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버리고 위험 관리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아 보인다. 최근 유럽과 미국 현지에서 직접 만나 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존 선진국의 장기 저성장과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의 악화, 개인 부채 과다에 따른 내수 부진 등으로 한국에 대한 낙관론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내외로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테일 리스크(기존 움직임의 범위를 벗어난 위험)’가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한국 시장을 트레이딩 시장으로 보고 있을 뿐 장기 투자 시장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일단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위험은 형태가 바뀔 뿐이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변형된 위험이 자신에게 전염될 여지는 없는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사막을 건널 때 오아시스에 도달하기 전에 쓰러지는 것은 더위와 갈증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조바심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으로부터의 반자본주의 외침은 지금까지의 금융 구조에 대한 문제점과 그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양 대륙 위기의 해결이 쉽지 않고 짧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강신우(51)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1991년부터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99년 현대투신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템플턴·PCA·한국투신운용을 거쳐 현재 한화자산운용 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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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