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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실천·헌신이 구원의 길”… 손자병법 제친 CEO 필독서

『바가바드기타』의 주인공인 아르주나 왕자가 크리슈나를 마부로 선택하는 장면을 표현한 1790~1800년께 수채화 작품.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만약 불교와 기독교를 ‘합친’ 종교가 있다면 그 종교는 어떤 모습일까. 그 종교의 모습은 힌두교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방대한 힌두교 문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을 꼽는다면 단연 『바가바드기타』다. 줄여서 ‘기타(노래)’라고도 하는 『바가바드기타』(이하 『기타』)는 ‘신의 노래’ ‘주님의 노래’라는 뜻이다. 700개에 달하는 『기타』의 송(頌) 내지는 절(節)들은 16개의 장(章)을 이룬다. 『기타』는 일종의 시집, 긴 노래로 편하게 읽어도 되지만 수많은 사람이 『기타』에서 논리·철학 체계를 끄집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서구 세계에서 『기타』는 동양철학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랠프 에머슨, 알베르트 슈바이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TS 엘리엇, 올더스 헉슬리, 헤르만 헤세, 카를 융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기타』를 자신의 삶과 작품 속으로 흡수했다. 특히 원자폭탄 제조의 총책이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67)는 1933년 산스크리트어를 배워 『기타』의 원본을 읽었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기타』를 일컬어 ‘영성 사전(spiritual dictionary)’이라고 했다.

각자 의무·임무 충실해야 질서 유지
『기타』의 집필 연대에 대해서는 5000년 전, 기원전 200~500년, 기원후 1~2세기와 같이 다양한 설이 있다. 어쩌면 연대는 중요하지 않다. 『기타』는 『기타』에 나오는 내용이 인류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졌다고 주장한다.

『기타』의 두 주인공은 전사(戰士)인 아르주나 왕자와 크리슈나다. 왕자는 영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전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왕자의 적은 선과 악을 분간하지 못해 국민을 힘들게 하는 국왕이다. 문제는 적군에 친지와 친척·친구 등 친한 사람들이 포진했다는 것이다. 왕자는 아예 전투를 포기할 궁리를 한다. 지인들을 다치게 하는 것보다는 항복해 죽임을 당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한다. 보다 본질적인 의문이 왕자를 괴롭힌다. “사악한 세상에서 선행이건 악행이건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바가바드기타』의 19세기 북인도 사본.
흔들리는 왕자를 전쟁으로 내모는 것은 하느님 자신이다. 『기타』에 나오는 하느님의 이름은 크리슈나다. 비슈누 하느님의 화신인 크리슈나는 왕자의 친구이자 마부다. 크리슈나는 올바름을 바로 세우고 왕국에 평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왕자는 살인의 결과를 걱정하지만 크리슈나가 보기엔 잘못된 지식 때문에 하는 걱정이다. 친구·친지들은 윤회를 통해 영원히 산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착각이다. 모든 영혼은 영원불멸이기 때문에 전투로 그들을 멸한다는 생각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크리슈나에 따르면 행동하는 게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특히 인간에게는 각자 의무·임무가 있다. 인간이 의무·임무에 충실해야 사회 질서나 우주 질서가 유지된다. 인간은 어차피 한순간도 활동을 멈출 수 없다. 만약 왕자가 싸우다 죽으면 천국에 가게 된다. 살게 되면 땅 위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기타』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제대로 살려면 인간의 진정한 본성, 진정한 목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가짜 나’와 ‘진짜 나’를 구분하는 지식, 인간이 육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적인 존재라는 지식이 필요하다.

인간 행동 결과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 제물
그러나 올바른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행동과 더불어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신앙과 헌신이다. 올바른 행동은 하느님이 가르쳐준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일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행해야 한다. 크리슈나는 또한 ‘초연함’을 요구한다. 초연해야 애착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슬픔이 사라진다. ‘놓아버림(letting go)’이 필요하다.

평온한 항상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결과에 대한 걱정이나 이기적인 기대를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면 평온함을 얻을 수 없다. 『기타』는 인간이 자신 행위의 결과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행위의 결과는 행위를 한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가져가는 것이다. 결과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 제물이다. 제물로 바쳐질 때 인간의 모든 행위는 하느님에 대한 헌신·믿음과 일치하게 된다.

『기타』에 나오는 하느님은 인간이 그에게 헌신하면 반드시 응답하는 하느님이다. 힌두교의 하느님은 이름과 형상을 초월한 신이기도 하지만 인격신이기도 하다. 『기타』의 신은 이슬람의 신과 마찬가지로 순종·복종을 요구한다. 헌신은 윤회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합일(合一)하는 전제조건이다. 인간의 ‘진정한 나’는 본질적으로 신성(神性)을 지니고 있다. 그 신성을 깨워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타』가 집필될 당시에도 인도에는 다양한 종교적 조류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힌두교는 ‘종교의 백화점’이다. 『기타』는 인간 구원에 대한 힌두교의 견해를 종합했다. 그러나 『기타』에 따르면 크리슈나와 같은 인격신에 대한 헌신으로 구원을 얻는 게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기타』는 놀랄 만큼 관용적이다. 『기타』의 관용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기타』가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기타』의 인격적 하느님이 아니라 초월적인 하느님을 믿어도 된다. 한마디로 다른 종교를 믿어도 된다.
근현대 세계에서 『기타』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기타』는 인도 민족주의·독립운동과 밀접하다. 『기타』는 10만 절로 된 서사시 『마하바라타(바라타 왕조의 대서사시)』의 제6권이다. 『기타』는 『마하바라타』의 다른 주요 부분보다 늦게 형성됐다. 『기타』는 8세기부터 독립된 책으로 인식되기 시작됐다.

기독교 성경에 필적하는 힌두교 성경
힌두교는 텍스트를 중시하는 종교가 아니었다. 19세기 말부터 인도인들은 기독교의 성경, 이슬람의 코란처럼 힌두교를 대표할 경전이 필요했다. 그들은 기독교의 성경에 필적할 텍스트의 가능성을 『기타』에서 발견했다. 특히 간디는 『기타』를 비폭력 독립운동의 사상적·종교적 근거로 삼았다. 살인이나 전쟁을 정당화하는 『기타』의 일부 내용이 문제였다. 간디는 『기타』에 나오는 전쟁의 문제를 풍유(諷喩·allegory)로 처리했다. 간디는 『기타』에 나오는 전쟁이 선과 악이 벌이는 전쟁, 심리적인 갈등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기타』의 전장(戰場)은 곧 영혼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간디와 그의 추종자들이 『기타』를 통해 새로운 힌두교를 ‘발명’했다고 평가한다. 보다 혹독한 사람들은 간디가 『기타』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기타』는 비교종교학적으로도 논란과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문헌이다. 『기타』는 불경과 내용상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기타』는 힌두교 내 신구(新舊) 갈등의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불교의 도전에 대한 힌두교의 응답으로 집필됐을 가능성이 크다. 힌두교에 따르면 크리슈나나 부처나 비슈누의 10대 화신 중 하나로 세상에 왔다. 『기타』의 하느님은 인간을 방치하지 않는다. 세상에 덕(德)이 사라졌을 때 하느님은 크리슈나나 부처처럼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느님이 인간이 됐다는 것을 비롯해 『기타』는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기타』는 서구인들에게 기독교를 더 깊게 믿을 이유, 믿지 않을 이유, 다르게 믿을 이유를 제공했다. 역사적 예수와 마찬가지로 크리슈나도 실존 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신약성경 속 예수처럼 크리슈나는 『기타』에서 신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 신분과 상관 없이 크리슈나를 믿는 이는 누구나 구원받는다고 약속하는 점에서 『기타』는 신약성경과 짝을 이룬다.

『기타』는 CEO들을 위한 지침서로도 인기다. CEO들이 보다 나은 정책결정자가 되고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추구할 만한 물질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기타』가 효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타』는 구원을 위해서 지식·헌신·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식·헌신·실천은 기업 경영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기타』는 미국 비즈니스 스쿨 강의에도 등장했다. 인도계가 비즈니스 스쿨 교수진의 10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도 배경이다. 『기타』는 80~90년대에 미국 경영도서 분야에서 『손자병법』이 누리던 인기를 빼앗아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동양 하면 떠오르는 문헌이 이제는 『손자병법』이 아니라 『기타』다.

크리슈나의 설득으로 아르주나 왕자는 전투에 나서 승리했다. 그러나 18일간의 혈전 끝에 극소수만 생존했다. 『기타』는 하느님을 의식하는 사람은 신적인 자질을 구비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기타』를 신조로 하는 사람들은 관용·친절·자비·비폭력을 실천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21세기 가치와 부합되는 특질들이다. ‘아시아의 세기’라는 21세기에 『기타』가 평화의 텍스트가 되려면 역시 간디의 『기타』 해석이 더 바람직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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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