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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없는 제주도 新 3多

미국 하와이나 일본 오키나와를 찾는 사람들은 훌라댄스와 사자무, 미르크 등과 처음 만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미·일의 전통문화를 이해한다. 태국의 람옹, 인도네시아의 샤만 춤도 마찬가지다. 우리 무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제주도를 수없이 다녔다. 방문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간 보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는 돈이 넘쳐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면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한적하다. 그럼에도 이런 곳에 에너지가 넘친다.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다.

연휴나 휴가철이면 제주도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가 과연 한국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는 곳마다 외국어가 난무한다. 제주도의 3다(多)는 돌, 여자, 바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관광객, 골프장, 박물관들이 새로운 3다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 못지않은 자원이 ‘사람’이다. 인간은 자연의 혜택을 상품으로 변질시키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냈지만 사람이 천혜의 자원과 어울릴 때 훌륭한 관광명소를 탄생시킬 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제주도는 평화롭기만 했던 섬은 아니었다. 도민들은 격변기마다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비장한 순간들을 수없이 연출했다. 역사적으로 유난히 바람을 많이 탔다. 그래서 섬 전체가 무용의 무대로 손색이 없다. 전통무용이니 민족무용이니 하는 용어 싸움을 하며 낯을 붉힐 이유가 없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우리 전통무용의 무대는 이곳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동작을 모방할 줄 아는 동물이다. 유희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충동과 본능을 갖고 있다. 무용, 특히 민족무용은 모든 동작이 자연과 환경의 소산이다. 훈련과 연습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나 갈대, 비장했던 역사적 순간들이 모두가 율동이다. 이들은 기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넘치는 에너지, 이것 하나면 족하다. 표준 동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연의 동작과 역사 속에서 그것을 모방하다 보면 술 취한 선녀가 되거나, 동작 하나하나에 영혼이 깃들 때도 있다. 훈련의 양과 질은 중요하지 않다. 연령의 압박을 받을 이유도 전혀 없다. 며칠간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시비 걸 관객이 없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다. 아무리 오래 바라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과 같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낸 걸작 앞에 서면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도건 어디건 우리 땅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달 초 연휴 기간에 외국 친구와 제주도를 다녀왔다. 그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 면세점 외에는 갈 곳이 없다.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이 정도의 풍광은 어느 나라에 가도 한두 군데 있다. 우리나라에는 돈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은 제품들이 너무 허접스럽다. 할 수 없이 명품을 사러 한국을 찾는다. 몇 년만 지나면 우리 제품의 질도 향상되리라 확신한다. 여기까지 와야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려가 사실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부끄러웠다. 친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면적의 2%가 채 안 되지만 한국 관광의 간판이다. 특별자치도가 된 지도 이미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관광의 유치 실적은 초라하다. 그들에게 제주도를 상징할 전통문화를 각인시킬 방법은 없을까. 물 허벅 춤이나 해녀 춤 같은 고유의 것들을 우리의 문화유산과 접목시킬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민향숙 『춤으로 걷는 세상』을 썼으며 ‘명지 얼 DMC’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올해 열린 ‘파주북소리 기념대공연’을 기획·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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