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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극좌·극우가 전체 목소리 대표하듯 과잉 행동”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왼쪽)와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해 14일 본사 회의실에서 대담을 했다. 김태성 기자
▶사회=보수와 진보가 북한 인권 참상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나.
김근식=북한 인권이 열악하다는 점엔 진보도 공감한다. 보수 진영은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상황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한다.
윤덕민=인권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다. 라종일 위원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여성들이 증언할 때 미국 국민이 보였던 반응을 보고 가슴이 찡하더라’고 했다. 그 탈북자들은 지금 한국에 와 있을 것이지만 그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에겐 없다. 그만큼 국민 일반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사회=북한 인권이 얼마나 열악한가.
김=국제 인권 규약에 B규약, A규약이 있다. B규약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로 신체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 자유를 아직 탄압받고 있다. A규약은 노동의 권리 등으로 사회주의적 권리다. 이 역시 북한이 말로는 전원 고용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공장 가동률이 20%며 주민들은 월급이나 식량 배급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윤=21세기 바로 이 순간에도 이웃에 정치 수용소가 있다. 북한의 6개 수용소 중 요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들어가면 못 나온다. 여기서 20만 명이 표현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게 현재의 북한 인권 상황을 보여준다.

▶사회=그래도 최근엔 공개 처형이 줄어드는 등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김=국내외의 노력 때문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북한도 수동적이나마 대응한다. 탈북자 송환의 경우 예전 같으면 가혹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 공개처형 숫자도 국제사면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니 줄었다. 북한 내부의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

윤=해법이 거기 있다. 지속적인 관심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면 남북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성 있게 접근하면 태도를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북한과 인권문제 대화를 시도한다.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당국이 인권 탄압 주체이면서 개선 주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북한 정권 타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사상검열이나 단속으로 주민들의 생존권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김=지속적인 노력도 신뢰에 바탕해야 한다. EU의 시도는 북한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북지원을 병행하면서 이뤄졌다. 적대적인 나라가 문제를 제기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사회=박정희 시대에 미국의 강한 인권문제 제기는 효과가 있지 않았는가.
윤=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에 유신체제 인사들은 ‘대한민국엔 특수성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반대로 민주화 세력이 이 논리를 북한에 적용한다.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중의 잣대다. 그러나 인권은 보편적이다.

김=당시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우리와 북한 사이에도 최소한의 신뢰와 우호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진보 진영이 북한의 특수성을 거론하는 것은 ‘특수의 과잉’이다. ‘어느 나라가 특수해서 인권문제가 유보돼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북한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런 과함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 주저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그러나 인권을 둘러싼 한·미 관계를 볼 때 강압도 효과 있지 않은가.
김=강압과 설득 가운데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유엔 사례를 볼 때 두 개가 같이 가는 게 맞다. 이때 전략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에 공개적으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 부분은 시민단체의 부분으로 남겨둬야 한다.

윤=대한민국 역사상 북한 인권문제에 우선적으로 대처해 본 적이 없다. 역대 정권에 남북 정상회담이 먼저고 인권은 후순위였다. 우리 스스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의 인권은 얘기하면서 북한 문제는 눈감지 않았나.

▶사회=듣기 싫은 소리를 북에 해야 하는데 과연 말을 듣겠나.
윤=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북한도 곤란한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해 왔다. 평화협정도 그 하나다. 초기에는 우리가 수용할 수 없었다. 북이 지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우리가 점점 이런 쪽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직접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정치 수용소를 개선해야 한다는 식으로 연계해 접근해야 한다. 계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면 북 내부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김=지난 정권까지 남북 장관급 회담을 20여 차례했다. 초반에 기 싸움도 했지만 정례화되니 상호 신뢰가 생겨 ‘이렇게 풀어야겠다’라는 해법이 보인다고 한다.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도 북한이 처음엔 안 듣다 4~5년 지나자 듣는다. 우파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데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통해야 한다. 정권 타도로 나가면 남북관계가 파행된다. 극단적인 입장은 열악한 상황을 증대시킨다.

▶사회=진보·보수 내부도 다양하지 않나.
김=진보는 북한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본다. 구호에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 측면을 강조하자는 것이다. 최근 북한 인권법도 논란이 됐지만 내용이 실질적이라기보다 기구를 만든다는 등 상징적이고 형식적이었기 때문이다. 인권 개선을 안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사회=그런데 진보는 ‘보수는 민주화 시기 때 인권 탄압을 외면했던 세력’이라며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김=진보 일각에서는 ‘유신 때 침묵하고 군사 정권에 협력한 사람들이 북한 인권 개선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판은 소모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보수는 진보가 왜 북한 인권에 눈감느냐고 한다. 그것도 문제다. 진보는 외면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구호가 아닌 현실적인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

윤=고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나. 그런데 지금 우린 북한을 외면하고 있다.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이제는 행동을 할 때다. 너무 늦었다.

▶사회=이명박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면 어떤가.
김=지금의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 적대 감정이 높지 않나.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인권문제만 제기하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식량 지원 등을 인권 개선의 전제로 요구하면 실질 효과는 거의 없다.

윤=현 정권은 인권문제를 과거와 달리 제기는 한다. 전 정권은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현재 국제적 조류는 ‘인간 안보’다. 과거에는 인권 유린도 그 나라의 주권 문제였기 때문에 불가침 영역이었다. 그러나 코소보·리비아 등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사례가 생겼다. 대한민국 품격에 맞는 인권 정책이 시급하다. 현재의 북한 인권 상황을 보면 긴급한 상황까지 와 있다.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사안에 따라 대응할 것은 해야 한다. 교류 협력과 병행해야 한다

김=지금 중국에 잡힌 탈북자 20명이 강제 송환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식 액션을 안 한다. 이번 사안은 국제사회 누가 봐도 문제다. 장관급이든 대통령 차원이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남북관계만 중시한다고 모르는 척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극단적 보수, 극단적 진보 측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진보 측에서 돌 맞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진보 쪽에서는 북한 인권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이 마치 보수·진보의 전체 목소리인 양 과잉 대표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제는 아니면 아니라고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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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