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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접속하면 컴퓨터가 손안에 … PC 없이 PC 쓴다

컴퓨터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각 가정에 보급된 TV 대수보다 PC 대수가 더 많다. 직장 일은 물론 인터넷 동호회 활동, 음악·영화 감상, 인터넷 쇼핑, 뉴스 청취, 인터넷 뱅킹 등을 한다. 그런데 PC는 과연 편리한 물건인가. 노트북으로 크기가 작아졌지만 여전히 들고 다니기 불편하고, 키보드 자판을 눌러야 한다. 책상에 놓고 자리에 앉아야 그나마 쓸 만하다. 앞으로 10년 후 PC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PC는 항상 사람 가까이서 무언가 명령을 받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PC와 사람이 항상 소통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통 수단은 키보드와 마우스였다. 도대체 왜 키보드가 필요한 것인가? 애초 PC는 문서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PC시대 개막과 더불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문서를 편집하기 위한 텍스트 편집기였다. 타이프라이터 회사로 유명하던 IBM이 PC를 만들어낸 이유다.

그러나 10년 뒤에도 타이핑이 중요할까. 그렇지 않다. PC와 사용자 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더 이상 키보드·마우스가 아니다. 음성과 눈짓·몸짓·손 등 소리와 제스처다. PC가 소리·영상 등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한 다음 이를 다시 제공하는 데이터 허브이자 데이터 센터가 된다는 얘기다. 이 데이터 센터를 움직이는 키(key)가 바로 사람의 손짓·느낌·동작으로 바뀐다. 또는 뇌파나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보여준다.

건물마다 ‘인텔리전스 디스플레이’ 설치
사람과 가장 밀착한 정보기술(IT) 기기는 휴대전화 단말기다. 애초부터 키보드 대신 위치·방향·동작을 감지하는 지자계·중력·가속도 센서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돌리면 화면이 돌아가고, 스마트폰을 흔들면 재생하던 곡이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런 원리는 PC에도 적용된다. 사람의 동작과 행동과 위치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또 윈도와 같은 PC운영체제를 움직이는 명령어는 문자가 아니라 대부분 음성으로 해결된다. PC의 음성처리 기능을 통해 음성이 문자로 바뀌어 입력되기 때문이다.

물론 키보드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도 키보드는 아무 책상이나 평평한 판에 생기는 프로젝션 키보드나, 스마트폰·갤럭시탭·아이패드 등에서 쓰고 있는 가상 키보드로도 충분하다. 굳이 많은 양의 타이핑을 하지 않아도 좋을 때에는 키보드가 아니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문자를 입력해도 된다.

지금의 PC에서는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핵심이다. 사람이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각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니터가 데이터 소통 수단으로 남아 있으면 모바일 시대의 걸림돌이 된다.

2021년께 PC는 끄거나 켜는 기기가 아니다. 각자에게 데이터 허브이며 데이터 센터다. 내가 일일이 암기할 수 없는 개인정보와 쇼핑목록, 여행·출장 일정 등을 모두 다 알고 있다. PC는 내가 회사 일을 하는지, 여가를 위한 일을 하는지 수집하고 분석한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조언하고, 여가를 즐길 때는 더 값싸고 더 멋진 시간을 보내도록 가르쳐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교통편을 준비시킨다. TV드라마 ‘전격Z작전’에서 ‘키트’ 자동차가 모든 것을 도와주듯 말이다.

내 생활의 조수인 PC는 더 이상 켜고 끄는 존재가 아니다. 항상 켜져 있지만 할 일이 없을 때는 쉬고, 할 일이 있을 때면 스스로 알아서 동작한다. PC는 내가 장소를 이동하면 이를 파악하고, 내게 e-메일이 오면 내용을 해석한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녹화하고, 가족들의 기념일엔 미리 알려준다. 내가 산 주식 가격이 변동하면 이를 반영해 재정 현황까지 알려 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게 꼭 맞는 정보를 모아 가공해 준다. 예전처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필요한 정보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PC는 외부세계와의 데이터 전송과 선별, 가공까지 담당한다.

컴퓨터의 미래는 데이터의 전송과 개인화된 정보 가공이 핵심이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한 e-메일·인터넷·방송 등의 콘텐트를 모은다. 데이터 가공은 즉시 이뤄지지만 그 내용은 내가 원할 때 보고 듣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벽이나 유리창에 정보를 표시해 주는 손목시계 모양의 프로젝터 등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건물에는 내 PC와 통신해 데이터를 보여주는 ‘인텔리전트 디스플레이’가 건물 벽·천장과 내 책상에 심어져 있다.

PC는 개개인에게 꼭 맞는 집사와 같은 존재가 된다. 하지만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들고 다니는 것은 불편하다. 또한 배터리 때문에 제한된 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TV와는 달리 PC는 공용으로 쓸 수도 없다. PC는 표준화된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 개인의 정보와 여가생활, 친목·음악·영화 등 사생활까지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설계된 아파트를 여러 채 분양해도 실내 인테리어나 가구 배치, 생활양식이 각각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2021년에도 PC는 여전히 개인별로 각자 지참해야 한다.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사람은 직접 만나고 대화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대면 접촉을 가상현실로 대신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사회는 더욱 고도화될 게 분명하다. 오늘은 서울, 내일은 도쿄, 모레는 뉴욕에서 일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일과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2010년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노트북을 들고 다닌 까닭이다.

냉방장치 필요없는 남극·북극 각광
그러나 PC를 들고 다니는 것은 영 번거롭고 위태하다. 고장·분실 위험에 배터리 성능도 시원찮다. 들고 다녀야 하는 기기도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여러 가지다. 2021년에도 무거운 PC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항상 PC를 이용하지만 하드웨어 자체를 곁에 두지 않아도 된다. 유·무선 통신과 고성능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2000년대 들어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됐다. 2011년을 기점으로 4세대(4G) 무선통신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유·무선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별 차이가 없어졌다.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중화로 이어진다. 클라우드는 데이터의 저장과 응용을 한 대의 컴퓨터가 아니라 여러 대의 컴퓨터를 묶어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는 본체 안에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세서로 이를 가공해 모니터로 결과를 보여줬다. 기기들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USB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의 저장공간에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무선통신의 발달로 데이터 교환뿐 아니라 나와 내 PC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멀리 떨어져서도 해낼 수 있다. 그저 나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조그만 통신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내가 PC에 말이나 동작으로 명령을 내리면, 네트워크상의 어딘가에 있는 내 PC가 이를 수행하고 결과를 알려준다. 워낙 빠른 통신 덕분에 이런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된다. 내 눈과 귀에 바로 PC가 연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클라우드란 어딘지 모를 ‘정보의 구름’에 데이터를 던지면 원하는 작업이 이뤄져 결과를 다시 내게 전해 주는 개념이다. 2021년께에는 PC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항상 옆에 놓고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클라우드 안에는 수많은 PC가 연결돼 있다. PC도 있지만 정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용량 서버도 있다. 이들 컴퓨터는 서로 연결돼 리소스가 남는 곳에서 내가 지시하는 작업을 처리한다. 바로 ‘스마트 그리드’ 개념이다.

PC도 마찬가지다. PC 본체는 집이나 데이터센터에 있으면 된다. 누군가 요청한 작업이 있으면 능력에 여유가 있는 PC가 이를 처리한다. 수십억 인구가 항상 PC를 곁에 둔 것처럼 느끼지만 물리적으로는 분리돼 있다. 실제로 내가 원하는 작업을 처리하는 컴퓨터는 북극의 데이터 센터에 있을 수도 있다.(현재 많은 IT기업이 서버를 남극이나 북극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냉방 장치를 가동할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결국 PC는 물리적으로 내게서 완전히 분리돼 있지만, 내 옆에 있는 한 대의 PC처럼 보이고 동작한다. 어디서든지 항상 내 PC를 켜서 프로그램을 돌리고, 사무를 보고, 퇴근길에는 전날 보던 영화를 계속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효중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광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멀티코어 프로세서 연구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반도체 개발업체 GCT세미컨덕터에서 3세대(3G)와 4세대(4G) 무선통신 시스템과 멀티미디어 전송기술을 연구했다. 2003년부터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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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