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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0억 포기하는 대신 1등 공항 차별성 얻어

이채욱 사장은 1946년 경북 상주 출생. 영남대 법학과 졸업.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89년 삼성과 GE의 의료기기 부문 합작법인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인연으로 2002년 GE코리아 사장, 2007년 GE헬스케어 아시아총괄사장을 맡았다. 2008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번엔 제가 실패에서 배운 교훈과 공기업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엔 여러분께서 질문해 주시면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Q 인천공항이 세계 1위를 지키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A 먼저 공항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 세계에 등록된 공항이 1700개입니다. 공항서비스평가(ASQ)가 분기마다 서비스 평가를 위한 사람을 보냅니다. 한 번에 8일씩, 승객을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지를 돌리는 거죠. 여기엔 보안 검색, 세관 통과, 쇼핑, 식사 등 공항의 모든 것에 관한 체크리스트가 담겼습니다. 그 답을 취합해 올해의 최고 공항을 발표해요. 우리가 5년간 1위를 했습니다. 공항 평가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죠. 그리고 편리해야죠. 빠르게 수속을 밟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전·신속·편리는 기본입니다.

우리는 ‘이것만으로 되겠느냐, 뭔가 독특한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있는 공항을 추구했습니다. 차별성을 만드는 거죠. 왕이 산책하는 모습을 재현해 보여 주고, 외국인을 위한 전통문화 체험관도 만들었습니다. 이 체험관은 가장 목 좋은 곳에 뒀어요. 임대를 주면 연 80억원을 받을 수 있지만 포기했습니다. 여기서 부채도 만들고 주머니도 만들어 선물할 수 있도록 했어요. 기억하고 다시 오고 싶은 공항을 만드는 겁니다. 이런 차별화 덕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워런 버핏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GE코리아 사장을 하던 시절입니다. 슬슬 은퇴 준비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GE의 아시아 시장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며 제게 맡아 달라고 하는 거예요. 예순 나이에 이걸 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죠. 때마침 버핏의 초청 강연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이분이 일흔여덟에 새로운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은퇴는 죽은 다음에나 생각하겠다면서요. 그분 말씀을 듣고 제가 GE헬스케어 아시아총괄사장을 맡게 됐는데요, 버핏이 회의할 때마다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룰(rule) 넘버 원, 절대 고객을 손해 보게 하지 마시오. 룰 넘버 투, 넘버 원을 절대 잊지 마시오.” 그래서 저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조회할 때마다 말했습니다. 하나, 우리 공항에 들어온 입점업체들이 망하고 나갔다는 소리 듣지 말자. 둘, 하나를 잊지 말자.

그런데 6개월도 안 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어요. 경기가 나빠지니까 비행이 줄죠. 승객이 줄어드니까 쇼핑도 덜 하고 밥도 덕 먹죠. 면세점이고 식당이고 다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제가 말한 대로 입점업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점료를 10% 내려 주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임원들이 안 된다는 거예요. 공기업이니까 감사원 지적을 받는다고요. 공정하고 깨끗하면 뭐가 걱정이냐고 설득하고 논의해 10%를 내렸습니다. 10%면 1년에 1500억원입니다. 공항공사의 수익이 1500억원 줄어든다는 의미예요. 하지만 시행했습니다. 올해까지 2년간 3000억원을 깎아 줬습니다. 우리는 다른 데서 더 벌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자고 소신껏 했습니다.

Q 공기업은 철밥통인 데다 인사 청탁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조직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와서 바꾼 게 인사제도입니다. 잡 포스팅(job posting) 제도를 만들었어요. 직접 데리고 일할 사람이 뽑고 키우는 것이 이 제도의 기본 틀입니다. 저한테 직접 보고하는 사람은 본부장들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본부장만 결정합니다. 본부장 아래 처장은 본부장이 정하고, 팀원은 팀장이 정합니다. 물론 먼저 지망을 합니다. 그중에서 인터뷰를 하고 채용하는 방식인 거죠. 지망을 했는데 안 뽑혔다면 집에 갈 생각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23명이 안 뽑혔어요. 2차, 3차 거르니까 2명이 남았습니다. 집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이게 가능한 건 저한테 인사권이 없기 때문이에요. 남은 사람은 팀장에게 안 뽑힌 사람입니다. 팀원으로 잘 못할 사람이니까요.

잡 포스팅 제도를 시행하니까 직원은 스스로 뽑히려고 노력하는 시스템이 됐습니다. 팀장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을 지망하는 팀원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팀장이 집에 가야지요. 팀장도 직원들이 원하는 리더십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조직에 목표가 생기고 관리가 제대로 됩니다. 예전엔 팀원이 10명인데도 일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뽑은 사람들과 일을 하니까 변명을 할 수 없습니다. 책임경영도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런 게 이어져 당근도 받았습니다. 공기업엔 원래 당근이 없었어요. 잘못만 지적했죠. 잘하면 상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정부가 받아들였습니다. 4개 기관에 자율경영권을 줬는데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받았습니다. 목표를 성취하면 상여금을 100%까지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희 공사 직원들은 공기업 최초로 특별보너스를 받는 사람들이 되는 거죠.

사실 공기업에 와 보니 잘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밖에서는 철밥통이니 부정부패의 온상이니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불평만 하지 말고 잘하는 걸 보여 주자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하고 성과 창출, 인재 육성 등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윤리입니다. 그래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규정에 만들었습니다. 또 직속 상관이 윤리 교육을 시키도록 했습니다. 윤리를 잘 지키자고 말하는 사람이 스스로 잘 지키는 건 기본이 아니겠습니다. 이런 게 바로 스스로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 전성철)은 매달 한 번 대한민국 최고의 CEO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영구루 릴레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2-2036-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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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