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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전화기… ‘비밀의 문’은 동시다발로 열린다

1931년 10월 21일은 토머스 에디슨(사진)이 84세로 사망한 날이다. 발명왕답게 그의 발명 이력을 늘어놓자면 끊임없다. 타이프라이터와 인쇄 전신기, 자동 발신기, 1877년 축음기, 1879년 전화 송신기와 백열전구, 1880년 발전기, 1881년 미터기, 1882년 발전소 건설, 1888년 영화 촬영기, 1896년 영사기, 1904년 축전지, 1910년 축음기의 원판 레코드 등등. 일생 동안 미국 특허 1093개를 취득했다. 실용신안 특허가 1084개, 디자인 특허가 9개다. 국제특허를 포함하면 2332개다. 그가 설립한 회사가 GE(General Electric)다.

그러나 2003년 6월 17일 일본 발명가 야마자키 슌페이(山崎舜平·1942~)가 2637개의 미국 특허 취득으로 최다 발명가가 됐다. 그는 컴퓨터공학과 고체물리학 전공으로 도쿄의 반도체에너지연구소(SEL) 대표다. 그가 등록한 특허 대부분은 컴퓨터 디스플레이 분야다. SEL은 1996년 삼성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특허 등록 때 중요한 레퍼런스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게 드러나 미국 법원에서 패소한 회사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 야마자키도 2008년 2월 26일 오스트리아의 가이아 실버브룩(1958~)에게 발명왕 자리를 넘겼다. 2011년 8월 23일자로 실버브룩은 미국 특허 4097개, 국제특허 9042개를 등록했다. 분야는 디지털 음악 합성, 디지털 비디오, 디지털 프린팅, 디지털 페이퍼, 컴퓨터 그래픽, 액정장치, 로봇공학, 3D제작, 유기화학, 이미지 프로세싱, 기계공학, 암호학, 나노기술, 반도체 기술 등 다양하다. 실버브룩 연구소는 1994년 ‘오스트리아 연구개발’과 발명특허회사가 공동 설립한 오스트리아 최대의 사기업이다.

발견과 발명의 역사에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독립적’으로 법칙을 발견하거나 발명품을 완성하는 ‘복수 발견’형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거의 동시에 미적분을 발표했다. 산소는 스웨덴의 칼 빌헬름 셸레, 조셉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가 비슷한 시기에 발견했다. 1858년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진화론에 관한 두 사람의 논문이 놀랄 만큼 같아서 아예 린네학회에 공동으로 논문을 제출했다.

에디슨도 마찬가지다. 그는 1876년 1월 14일 전화기의 도면만 그려 특허를 신청했다. 한 달 뒤 2월 14일에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엘리샤 그레이가 두 시간 간격으로 각각 전화기 특허를 신청했다. 결국 실물까지 완성하고 두 시간 먼저 신청한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 특허를 취득하면서 최초 발명자가 되었다. 에디슨은 도면만 제출했기 때문에 특허를 못 받았다. 그러나 1876년 5월 에디슨이 설립한 먼로파크발명연구소는 첫 개발품으로 훨씬 품질이 좋은 전화기를 만들었다. 에디슨은 전화기에 대한 권리를 영국 기업에 3만 파운드에 팔았다. 그래서 런던에 ‘에디슨 전화회사’가 설립되었다.

1877년 발명된 축음기도 동시 발견의 예다. 프랑스의 찰스 크로스(1842~88)가 1877년 4월, 에디슨은 두 달 먼저인 2월 6일 축음기를 발명했다. 에디슨은 이를 말하는 기계라고 불렀는데, ‘메리는 작은 양을 가졌네’를 직접 불러 녹음했다. 이 축음기가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소개되자, 당시 미국 제19대 대통령 러더퍼드 헤이스는 에디슨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말하는 기계’를 구경했다. 이 축음기는 1분밖에는 돌지 않아 실용화에 10년이 더 걸렸다.

에디슨의 대표작인 백열전구도 동시 발견의 경우다. 1879년 에디슨과 영국의 조셉 윌슨 스원(1828~1914)이 거의 동시에 발명했다. 그러나 스원이 끙끙 앓았던 전구 속을 진공으로 유지하는 실험은 에디슨이 해결했다. 1879년 10월 21일 에디슨은 40시간 동안 빛을 내는 탄소필라멘트 전구를 개발했다. 이것은 그해 마지막 날 밤, 새해맞이 행사로 일반에 공개됐다. 영화의 시작인 활동영상도 마찬가지다. 1889년 영국의 윌리엄 프리즈 그리니(1855~1921)와 에디슨이 각각 독자적으로 같은 해에 같은 착상을 했다.

복수 발견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학 사회학자들은 문화 요소학이나 인식론으로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동시 발견’의 개념은 천재적 또는 영웅적 발명가를 바라보던 전통적 시각에 반대한다. 봄이 오면 여러 다른 장소에서 꽃이 피듯,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예측과 발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난다는 입장이다. 노벨과학상에서 공동 수상자가 늘어나는 것도, 스마트폰을 둘러싼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 가속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학적 지식보다 과학적 소양과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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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