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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뉴욕 최고 백화점서 인정받는 보석 디자이너 샐리 손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버그도프 굿맨은 1899년에 문을 연 최고급 백화점이다. 주요 고객은 연봉 100만 달러(약 10억원 이상) 이상인 최상류층. 그러니까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했다는 얘기는 최고의 명품이라는 증거다. 이곳 1층 매장에는 보석 브랜드 30개가 입점해 있다. 여기에 샐리 손(44·한국 이름 윤화경)의 작품이 있다. 세계적인 보석 명가들이 독점한 곳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입성한 것은 처음이다. 2007년 입점 이래 꾸준히 매출이 증가해 백화점이 애지중지한다. 대학에선 작곡을 공부한 그가 미국의 상류층을 사로잡는 보석 디자이너가 된 데는 ‘고대 비즈를 찾아 떠난 170번의 여행’과 ‘두둑한 배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숨어 있다.

뉴욕=서정민 기자

●보석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한국에서 작곡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어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아는 언니로부터 어떤 학교의 입학원서를 받아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학교에 가보니 보석학과 보석 디자인으로 유명한 GIA(Gemology Institute of America)였다. 보석을 공부한다는 게 신기해 자석에 끌리듯 그 학교에 원서를 내게 됐다. 내게 입학원서를 부탁한 언니는 오히려 입학을 포기했다. 이런 게 운명이구나 지금도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보석 디자인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8년 전 무작정 떠났던 파리 여행에서 어떤 목걸이를 본 후 보석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해야겠구나 결심하게 됐다.”


①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로 죽어가는 펠리컨을 살리기 위한 기금 마련으로 만들었던 ‘펠리컨 반지’.
② 샐리 손의 대표작인 고대 비즈&다이아몬드 팔찌와 도깨비 얼굴의 참.
③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2011 쿠튀르 쇼 디자인 어워드’ 다이아몬드 부문에서 2등을 수상한 팔찌.


●목걸이의 어떤 점에 끌린 건가.

 “강낭콩보다 작은 알맹이 20개가 연결된 목걸이였는데 알맹이마다 사람의 얼굴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알맹이의 생김이나 색깔이 범상치 않아 주인에게 물었더니 로마시대 비즈(유리구슬)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순간 보석에 담긴 ‘시간의 힘’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전문 서적을 공부하는 한편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백, 수천 년 전 만들어진 고대 비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LA 한인타운에 작은 가게도 냈다. 고대 비즈는 지금도 내가 즐겨 사용하는 중요한 소재다.”

●고대 비즈를 찾아 어느 곳을 여행했나?

 “이란, 티베트, 네팔, 아프리카 등등 여러 나라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어느 날 비행기를 탄 횟수만 세어보니 170번쯤 됐다.”

●버그도프 굿맨 입점은.

 “다이아몬드와 고대 비즈로 팔찌를 만들었는데 주위에서 반응이 좋았다. 나 스스로도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졌다. 버그도프 굿맨은 최고급 백화점인 동시에 상류층 문화의 상징인 곳이다. 이곳에 내 작품이 진열된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무작정 내 작품들을 정리한 사진첩을 백화점 보석 구매 담당자에게 보냈더니 만나자는 연락이 바로 왔다.”

●너무 배짱이 좋았다.

 “무모하고 무지했다(웃음). 그만큼 내 디자인에 자신이 있었다. 제품이 좋다면 그들이 나를 인정해줄 거라고 믿었고 내 예상이 맞았다. 보석 구매 담당자가 나를 보자마자 ‘디자인이 무척 신선하다’며 ‘3~4개월만 기다리면 자리가 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예나 지금이나 버그도프 굿맨은 판매에 확신이 없으면 이미 입점해 있는 브랜드를 나가라고 하면서까지 새 브랜드를 들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디자인의 어떤 점을 신선하게 평가한 걸까.

 “다이아몬드와 고무줄의 조합을 신선하게 느낀 것 같다. 나는 지금도 1개에 1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구슬을 팔찌로 엮을 때 고무줄을 즐겨 사용한다. 사실 버그도프 굿맨에 보여주기 전에 한국의 유명 백화점에도 노크를 했었는데 그때는 구박만 엄청 받았다. ‘값비싼 보석을 어떻게 허접한 고무줄에 꿸 수 있느냐’며 비상식적인 디자이너와는 일할 수 없다고 하더라.”

●사실 비상식적이긴 하다.

 “그런가(웃음).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만들고자 했을 뿐이다. 이미 여러 종류의 보석을 가질 만큼 가진 부자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려면 기존에는 없던 독특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 와보니 나의 팔찌를 누군가 흉내 내 백화점에서 팔고 있더라. 백화점 측은 ‘2007년부터 뉴욕에서 유행하는 팔찌’라는 말에 입점을 결정했을 거다. 씁쓸했다.”

 버그도프 굿맨에선 입점 후에도 매출이 안 좋으면 2개월 만에 퇴출당하는 일이 기본이다. 샐리 손의 ‘비상식적인’ 디자인은 2007년 입점 이후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30여 개 보석 브랜드 중에서도 베스트 5가 자리할 수 있는 곳으로 진열대 위치가 옮겨졌다. 현재 미 전역에 있는 니먼 마커스 백화점은 물론 내로라하는 명품 편집 숍들에도 입점했다. 그중에는 미셸 오바마의 개인 쇼퍼가 운영하는 편집 숍 이크람도 있다.

●디자인의 특징은.

 “입체감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모양도 다르게 보인다.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을 볼 때처럼 위에서 보면 얇은 관들을 붙여 만든 평평한 반지인데 옆에서 보면 길이도 각각 다르고 얇고 좁은 관마다 다양한 색깔의 보석이 박혀 있는 식이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외국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이라면 ‘동양적인 디자인’부터 예상하겠지만 나는 동서양을 아우른다. 앞에서 말한 반지는 뉴욕 맨해튼의 자랑인 고층 빌딩과 한국의 기와지붕 모두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술관을 돌며 또는 신문을 보면서도 디자인의 영감을 떠올린다.”

●신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뭔가.

 “지난해 멕시코만에서 원유시추선의 폭발로 기름이 유출되고 주변의 많은 생물이 떼죽음을 당한 사고가 있었다. 그때 신문에서 ‘특히 펠리컨이 많이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펠리컨은 동화 속에서 아이들을 운반하는 착한 새로 등장한다. 그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는 우리 아이가 함께 신문을 보다가 울더라. 펠리컨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곧바로 신선한 물고기를 먹는 펠리컨 모양의 반지를 만들었고 백화점들과 상의해 판매 수익금을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했다.”

 샐리 손의 디자인은 각각 색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수십 개의 참(펜던트 모양의 작은 장식) 모양에 재밌는 사연이 많이 담겨 있다. 송곳니가 뾰족하게 솟은 스마일 참은 “말을 잘 들을 때는 스마일 표시처럼 귀엽다가도 말을 안 들으면 꼬마 악마로 변하는 아들”을 표현한 것이다. 도깨비 얼굴 모양의 참은 ‘소유하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복 또는 화를 가져다주는 한국의 전래동화 속 존재’라는 설명과 함께 2007년 뉴욕 타임스에 소개됐다.

●보석 액세서리를 잘 하려면.

 “보석 액세서리를 했다고 꼭 예뻐 보이는 건 아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보석은 오히려 사람을 늙어 보이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어울리는 색을 찾는 일이다. 꼭 비싼 보석이 아니어도 된다. 길거리에서 파는 1만원짜리 구슬 목걸이 하나를 살 때도 내게 맞는 색인가 고민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솔직했으면 좋겠다. 남의 눈치를 보다가는 곧 내 정체성을 잃게 된다. 빨강도 파랑도 아닌 상태로 갈팡질팡하느니 촌스러운 빨강이 내 색깔이라고 우기는 디자이너가 더 확실한 존재감을 얻는다. 자신감도 중요하다. 다이아몬드 구슬을 고무줄에 뀄더니 누군가 비상식적이라고 비웃었다. 그렇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어딘가에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분명 있다.”

WhatMattersMost?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시간이죠. 과거의 추억, 현재의 즐거움, 미래의 희망…. 이 모든 게 결국은 시간이 만들어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매 시간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쓰자고 다짐하죠. 시간과 시계에 관한 내 애정을 잘 아는 단골 고객들은 때로 특별한 디자인을 부탁하곤 해요. “우리 아이가 태어난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요”라며 시침·분침이 멈춘 시계를 이용해 목걸이, 팔찌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지요.

j 칵테일 >> “1만 달러 이하로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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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