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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세계 먹기대회 챔피언, 44㎏의 가녀린 한인 소냐 토머스


Getty Images / 멀티비츠
소냐 토머스(45·한국 이름 이선경)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먹는 여인이다.  10여 분 만에 버펄로윙(닭날개) 183개, 가재 3㎏, 굴 46개, 타코 53개를 ‘꿀떡 꿀떡’ 먹어버리는데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그녀의 직업은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버거킹 점장. 취미는 ‘먹기’다.

 “소냐, 도대체 먹기대회를 계속하는 이유가 뭐예요?”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먹는 게 정말 소중해요.” 건전한 대답이다. 혹시나 해서 또 물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망설이다가) 자존심요. 한국 여자로서의 내 인생, 그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서요.”

이소아 기자

●정확한 몸무게가 얼마예요.

 “키 1m65㎝에 44.5㎏ 정도예요. 어른이 된 뒤 쭉 그대로예요.”

●먹기대회에 나가게 된 계기는요.

 “2002년에 TV를 보는데 고바야시 다케루라는 사람이 12분 만에 핫도그 50개를 먹고 대회에서 우승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는 데다 일본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해보자는 생각이 팍 들었어요.”

 하지만 먹기대회에 승부욕을 불태우게 된 데에는 하루하루가 ‘생존싸움’이었던 그녀의 인생사도 한몫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그녀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1997년, 서른이 다 돼서다. 그 전까진 한국에서 주경야독하며 ‘번듯한 서울의 호텔에 취직하리라’ 다짐하던 평범한 직장여성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좌절이 마음에 생채기를 내더니, 삶의 터전을 미국이란 낯선 땅으로 이끌었다.

●왜 한국을 떠났나요.

 “타이피스트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녔어요.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는데 일과 같이 하다 보니 좀 늦어졌죠. 드디어 서울 호텔들에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이유는 ‘나이가 많아서’였어요. 제가 25, 26살 정도였는데 전부 20, 21살만 뽑더라고요. 하얏트호텔에서 훈련도 받고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그즈음 미국인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미국으로 가게 됐어요.”

●미국에선 어땠어요.

 “결혼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결국 혼자 됐고…. 정말 미국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죠. 하하. 운전면허부터 취직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미국에서 스튜디어스 시험을 봤는데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안 받아줬어요. 식당에서 서빙하려고 몇 번이나 면접을 봤는데 번번이 ‘영어공부 더 하고 오라’는 말만 들었고요.”


●버거킹에선 어떻게 일하게 됐나요.

 “공군기지 내 버거킹 직원을 뽑는다기에 얼른 신청했죠. 한국으로 치면 9급 공무원쯤 돼요. 그런데 경력이 없어 안 된다길래 가까운 버거킹으로 가서 일하게 해 달라고 우겼어요. 결국 버거킹에 채용돼 하루 12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어요. 그렇게 두 달 경력을 채우고 나서 다시 신청하니까 뽑아주더라고요. 그때부터 버거킹이 제 직장이고요.”

 그녀는 버거킹에서 ‘독하게’ 일했다. 남들보다 몇 배 더 부지런히 일했고 미국인 동료들이 쉬고 싶다면 군말 없이 일을 맡았다. 영어는 부족했지만 계산이 빨랐고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으로 신임을 얻어갔다.

●‘검은 독거미’란 별명은 누가 지어줬나요.

 “친구들과 의논해서 제가 지었어요. 먹기대회 선수들은 다 별명이 있거든요. ‘메뚜기(The Locust)’나 ‘이터 X(Eater X)’ 등등. 당시 출전자는 대부분 남자였는데 그들과 대결해서 이기는 게 목표였어요. 검은 독거미는 독성 있는 암컷 거미인데 강한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죠. 그러고 나서 정말 모든 남자를 이겼어요. 2006년까지 제가 거의 1인자였어요.”

●원래 먹는 걸 좋아했나요.

 “그럼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넌 참 맛있게 먹는다’고 했어요. 지금도 군산에 가면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랑 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어요. 남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는데 전 먹기 위해 살아요. 먹는 낙으로 산다니까요.”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해요.

 “기초대사량이 높아요. 하긴 미국에 온 뒤 교통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다녀요. 게다가 어떤 날은 12~15시간씩 쉬지 않고 서빙을 해요. 일주일에 70시간을 걷는 셈이죠. 집에 오면 또 운동을 하고요. 하루에 약 5000㎉를 먹지만 그만큼 소비하는 셈이죠. 대회에 나가면 5~6㎏ 정도 찌지만 일주일 만에 원상복구돼요.”

●상금도 엄청나겠네요.

 “전부 다 해서 20만 달러 정도? 미국에서 집 사고 나중에 제 버거킹 매장을 갖는 게 꿈이에요. 미국 공무원은 20년 지나면 은퇴할 수 있으니 그 이후를 생각해야죠.”

●먹기대회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많죠.

 “그럼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느냐, 무식해 보인다 등 비난도 많아요. 하지만 전 먹기대회가 엔터테인먼트·스포츠랑 비슷하다고 봐요.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지 기록을 세우고 1등 하는 쾌감을 느끼는 거예요. 과연 누가 10분 안에 핫도그 68개를 먹을 수 있겠어요. 그 능력은 존중해야 하는 거예요. 게다가 누구나 먹는 데 관심이 있잖아요. 저는 먹기를 좋아하고. 그럼 된 거죠.”

●미국에 팬도 많을 것 같은데요.

 “버거킹에 있으면 손님들이 다 알아봐요. 처음 딱 보면 ‘오 마이 갓!’ 하고 소리 질러요. 생각보다 너무 왜소하니까요. 주로 사인해 달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는데 응원 메일, 축하 메일도 많이 보내줘요. 얼마 전엔 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어요. 아이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좋아요.”

●먹기대회 이후 어떤 변화가 있나요.

 “사는 게 먹기대회와 일밖에 없죠(웃음). 정말 사적인 시간이 거의 없어요. 15시간씩 일하니까 주변에서 워커홀릭이라고 해요. 연애도 안 해요. 남들에게 ‘이기적’이란 소리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을 너무 소중히 여겨요. 자아가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물론 남 생각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 받을 기대는 안 해요.”

●그런 자신에게 만족하나요.

 “사실 조금은 라이프를 바꿔보고도 싶어요. 이기적이고 제 위주고 일만 하면서 평생 살 순 없으니까요. 조금은 인생을 여유 있게 만들어 보고 싶어요. 나만의 시간도 갖고 남도 더 많이 배려하고.”

●매력적인 외모인데 연애도 하셔야죠.

 “하하. 고마워요. 아직은 혼자가 더 좋지만 이런 마인드도 바꿔봐야겠죠?”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건강이죠. 아프면 일도 못 하고 동료들에게도 민폐거든요. 미국인들은 꾀병이 많아요. 미국 직원이 그러면 ‘두통? 그건 누구나 있다’ ‘나도 아프다. 그래도 일한다. 오케이?’ 이렇게 말해요. 한국에 있을 때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3개나 부러진 적이 있어요.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병원에 누워만 있는데 정말 지옥이었어요. 돈보다 건강이 최고예요!”

j 칵테일 >> “먹기도 정신력 … 손도 빨라야 해요”

소냐는 먹기대회를 ‘스포츠’라고 정의한다.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전략이 필수라는 것.

 가냘픈 몸으로 10분 남짓한 시간에 치킨 날개 183개를 먹어 치우는 비결은 뭘까.

●몸집이 작은데 그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요.

 “위 용량이 커요. 버거킹에서 일하고부터 식사가 불규칙해졌어요. 손님을 기다리게 하기가 싫어 밥도 안 먹고 12시간을 내리 일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하루에 한 끼 밥을 먹다 보니 양을 채우려고 물을 엄청 마셨어요. 그때 위가 늘어난 것 같아요.”

●빨리 많이 먹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남보다 손동작이 빨라요. 그리고 목이 메기 전에 물을 마셔서 트림을 해 주면 돼요. 그러면 빨리빨리 삼킬 수 있죠. 먹기 대회는 체력보다는 정신력이에요. 주어진 시간 동안 집중해 정확히 자신의 먹는 페이스를 조정하고 유지하는 게 관건이에요.”

●평소에 따로 연습을 하나요.

 “먹는 건 가장 좋아하는 취미예요. 취미를 연습하는 사람도 있나요?(웃음)”

●제일 자신 있는 종목은 뭔가요.

 “굴과 할라페뇨, 버펄로윙, 삶은 계란이 주 종목이에요. 샌드위치나 핫도그는 잘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해도 2, 3등밖에 못 해요. 개구리 뒷다리나 소 뇌같이 ‘특이한 음식’도 싫어해요.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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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