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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진력 본받자” … FTA 비상 걸린 일본 내각

미국 의회가 1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자 일본과 중국에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이 한·미 FTA를 활용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자유무역의 허브(중심)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14일 오전 일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국회의사당. 집권 민주당의 국회의원 6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내 ‘경제연대 프로젝트팀’ 1차 총회 자리다. 좌장인 하치로 요시오(鉢呂吉雄) 전 경제산업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꺼낸 첫마디는 ‘한국’이었다. “어제 미국 의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FTA가 승인됐다. 오늘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 TPP(환태평양파트너십협정)를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됐다.” 하치로 전 경제산업상에 이어 발언에 나선 의원들 입에서도 “이러다 한국에 뒤처지고 만다” “한국의 추진력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했다.

 같은 시각 열린 각의에 참석한 각료들도 신중했던 기존 모습과는 달랐다. 고미야마 요코(小宮山洋子) 후생노동상은 일본 의사협회가 외국 의료기관 진출 등을 이유로 TPP에 반발하고 있는 것을 겨냥해 “한편으로 치우쳐 (개방의) 마이너스 효과만 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TPP는 미국·호주 등 9개 나라가 함께 진행 중인 FTA 확대판이지만 실질적으로 ‘미·일 FTA’로 불린다. 일본은 농업 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갈등으로 아직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고 있다. 그런 판에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서 승인됐다는 뉴스는 큰 충격이었던 셈이다.

 경제계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현대·기아차와 미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우리 정부는 과연 지금까지 뭘 했느냐”며 아우성이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해외생산 비율을 많이 늘리긴 했지만 미국 수출분의 30%는 일본 내 생산이다. 일 자동차업계는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자동차 총 판매대수는 연간 4000만 대(전 세계 7000만 대)로 일본의 800만 대와 비교가 안 된다. 엔고·원화 약세에다 통상정책에서도 한국과 차가 벌어지고 있다”(도요타 오자와 사토시 부사장)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다 업체들이 다 외국으로 나가 산업 공동화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도 나온다.

 일본 전자업체들도 “미국 시장용 가전제품은 대부분 무관세인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어 한·미 FTA의 직접적 영향은 없다”며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이미 강자인 삼성전자 등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우월해져 일본 제품의 존재감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 언론들도 14일 ‘일본 17.6% 대 한국 35.8%’란 수치를 내세우며 “한국이 아시아 자유무역의 허브를 노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그동안 FTA를 맺은 국가와의 무역 규모를 보면 전체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의 더블 스코어가 된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는 한국이 얼마나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이)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 경제산업성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일본은 2020년 시점에서 자동차·전자·기계의 세 분야에서만 1조5000억 엔(현 환율 기준 약 22조5000억원)의 수출을 잃게 되고 관련 산업을 포함한 국내총생산은 3조7000억 엔(약 55조원) 줄게 된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성을 보여온 중국 정부는 한·미 FTA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7년 이후 한국과의 FTA 체결에 한국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 시진핑(習近平·습근평)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FTA 체결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한국과의 FTA 추진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경제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포괄적 영향력 확대라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 밀착하고 있는 한국을 FTA라는 수단을 통해 중국 쪽으로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도쿄·베이징=김현기·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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