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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30년전 시작된 ‘월가 탐욕잔치’… 정부는 뒷짐을 풀어라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자음과 모음, 540쪽
1만7000원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언 브레머 지음
차백만 옮김, 다산북스
320쪽, 1만7000원


요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한창이다. 뉴욕에서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 시위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오늘 우리나라에도 상륙한다.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세계화에 대한 분노다. 하지만 결국은 양극화와 불공정 심화에 대한 항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들이, 국민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이 왜 벌을 받지 않은채 잘 사는가에 대한 시위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주범은 월가다. 예컨대 이 책은 “금융재앙의 씨앗은 30여년전 영리하고 야심찬 세 남자가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이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었을 때 뿌려졌다”고 시작한다. “MBS가 생긴 덕에 주택구매자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대출채권을 투자자에게 팔 수 있게 됐다. MBS를 만든 세 남자는 루이스 라니에리, 래리 핑크, 데이비드 맥스웰이었다”고 덧붙인다. 라니에리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인 살로먼 브라더스의 모기지 채권부서를 이끈 사람이고, 핑크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설립자다. 맥스웰은 패니메이라는 미국의 연방주택저당채권공사의 최고경영자였다. 금융사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 대출채권(모기지)이 생긴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빌려준 건 프라임 모기지, 낮은 고객에게 빌려준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떼일 위험이 높아 다른 사람에게 되팔기 쉽지 않다. 이를 프라임 모기지와 적절히 조합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리스크 별로 나누고 재포장“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MBS다. “모기지를 그냥 파는 것보다 수수료가 훨씬 높다“. 그러니 월가는 몽땅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3년 살로만 브라더스가 거둔 이익 4억2500만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이익을 라니에리가 지휘한 모기지 부서가 거뒀다“. 월가의 뻥튀기는 MBS뿐 아니다. 자산담보부 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으로 이어졌다. 모기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금융시장 전체가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금융위기의 주범은 월스트리트임에 분명해졌다. 더불어 천방지축 날뛰는 월스트리트를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찌할 것이냐다. 대책과 해법의 문제다. 원인이 결국 고삐풀린 신자유주의나 워싱턴 컨센서스라면 해답은 그 반대에서 찾아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크게 강화된 이유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란 책에서 지은이가 ”국가가 재등장했다”고 말한 이유다. 물론 이때의 국가는 단순한 의미의 정부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걸프만 주변의 아랍왕정국가 등 국가가 완벽하게 시장을 지배하는, 그럼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국가자본주의를 뜻한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강화된 걸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시장에 맡겨두었던 의사결정 권한을 전례없는 규모로 다시 거둬들였다”. 하지만 선진국 정부의 시장개입은 국가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선진국 등에서 “거대 민영기업들을 구제한 이유는 그들을 다시 회생시켜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 등에서는 국유기업이 핵심이고, 이들을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국가자본주의가 상당기간 득세할 것이라고 본다. “혼란을 야기한 자유시장 경제시스템을 옹호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데다 “향후 상당기간 중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제적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라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붕괴를 겪으면서 국가자본주의가 단기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고용을 창출하여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매우 요긴한 수단이라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 소련식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살아남은 것 처럼”말이다. 그 이유로 지은이는 “국가자본주의에는 중대한 약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지은이는 베이징 컨센서스보다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옹호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지은이를 시장만능주의나 신자유주의자로 보는 건 온당치 않다. 이 책에서 줄곧 ‘현명한 정부 개입’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할 일 역시 자명하다. 민간부문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장의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다. 미국인 다운 발상이다.

김영욱 논설위원

신자유주의의 그늘
시장-정부 균형이 해법

더 읽을만한 금융위기 관련 책


금융위기와 양극화가 분노의 시위대를 불러냈다. 뉴욕 월가를 점령한 이들은 상위 1%의 탐욕에 맞서 99%를 위한 정의를 외친다. 시장의 무단질주를 제어할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뉴욕 AFP=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관한 책들은 참 많다. 이중에서도 다음의 세권은 어떻까.

원인으로는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Sub-Prime Crisis)』(브루스 E 헨더슨, 조지아 가이스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를 권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보통 미국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다. 이런 참사의 밑바탕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는 주장이다. ‘1가구 1주택’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내세운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과 모기지 중개업자는 물론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연방준비은행의 책임도 크다고 한다. 프랑스의 석학인 자크 아탈리가 쓴 『위기 그리고 그 이후』(위즈덤 하우스)도 읽을 만 하다. 금융사 경영자들을 아예 ‘탐욕에 가득찬 강도’라고 비난한다. 세계화와 양극화 심화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들이다. 다만 해결책이 그리 만만찮다고 한다. 미국에 전제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등 민주주의와 자유가 위협받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끝나지 않는 추락』(21세기 북스)도 좋은 책이다. 월가의 탐욕이 위기의 원인이므로 신자유주의로 되돌아가선 결코 안된다고 한다. 해결책으로 ‘시장과 정부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각 국이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위기는 또 찾아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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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