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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테러국을 테러국이라 부르지 못하고 …

박원곤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국가는 세 가지 형태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우선 정부에 의한 자국민 테러로서 정부 스스로가 통치라는 명목으로 경찰·군·사법기관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고문하거나 살해하는 경우다. 두 번째 형태는 국가가 자국 이해에 따라 다른 국가의 개인 또는 집단을 테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나서서 국제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은 국가가 행할 수 있는 세 가지 형태의 테러를 모두 시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에는 6개의 강제 수용소에 약 15만 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다. 이들은 조직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비인간적인 열악한 환경에서 자의적 구금, 고문, 공개처형 등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은 또한 한국에 대해 폭파, 요인 암살, 납치 등의 전형적인 테러를 지속하고 있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으로 대변되는 북한의 대남 테러는 이후에도 97년 귀순자 이한영 암살, 대성동 자유의 마을 주민 납치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 동북지방에서 활동하던 한국 선교사와 인권운동가에 대해 독극물 테러를 자행해 한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북한 암살조 활동과 탈북자를 사주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에 대한 암살 시도 등도 적발됐다. 이외에도 북한은 여전히 국제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테러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적인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이 그나마 북한 테러행위를 일부 제한하는 기제로 작용했지만, 2008년 10월 미국은 정치적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위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북한은 두 달 후인 2008년 12월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영변 핵시설 불능화 과정을 중단했다. 이후 북한의 테러행위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특히 대남 테러와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무기 공급 시도가 증대됐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테러행위 반대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난폭하게 위반하고 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북한 강경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우려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원칙 준수다. 북한이 테러를 하고 있다면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키는 것은 북한 테러행위에 상응하는 조치이자 국제사회의 규범을 세우는 일이고 북한의 테러행위를 제한적이나마 억제하는 길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테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민의 생명 보장과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나아가 국제평화를 위해 미 정부와 의회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요청해야 할 것이다.

박원곤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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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