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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질문 받기가 두려우십니까

서승욱
도쿄 특파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연설이 주특기다. 정계 진출을 결심한 1985년부터 재무상으로 입각한 지난해 6월까지 지역구 전철역 앞에서 매일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했다. 일본 최대의 영어회화 학원 노바(NOVA)가 전철역 부근마다 있는 걸 빗대 “역 앞 학원은 ‘노바’, 역 앞 연설은 ‘노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총리 자리가 걸린 8월 말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그는 “미꾸라지가 금붕어 흉내를 내봐야 어쩔 수 없다. 미꾸라지처럼 땀을 흘리며 투박하게 정치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 명연설은 계파 의원수에서 절대 열세였던 그가 대역전극을 일궈낸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이 달변가는 총리가 되자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말실수가 잦았던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라사가리(매달린다는 뜻)’로 불리는 기자들의 즉석 취재에도 잘 응하지 않았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일본 기자들이 출근길과 퇴근길에 ‘매달리듯’ 질문 공세를 폈지만, 허탕치기 일쑤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엔 “32번의 즉석 질문에 24번이 묵묵부답, 나머지도 ‘간바리마스(열심히 하겠다)’처럼 하나 마나 한 답변들이었다”고 꼬집는 기사까지 실렸다.

 노다 총리는 결국 “부라사가리가 아닌 공식 회견 방식으로 질문을 받고 싶다”고 선언했고, 언론들은 야당의 입을 빌려 “입맛에 맞는 질문만 받겠다는 거냐. 도망가는 미꾸라지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민주당의 거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90CE>) 전 대표도 최근 기자회견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정치자금 허위 기재 혐의로 법정에 선 뒤 한 회견에서 그는 논란의 핵심인 정치자금의 출처엔 입을 다물고, 검찰만 장황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회견 내용보다 더 문제가 된 건 그의 회견 매너였다. 기자들의 질문 수를 제한했고, 비판적 언론엔 질문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20년간 국정의 중심에 서온 실력자가 왜 도망 다니느냐”(아사히신문)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었다.

 최근 만난 일본 기자는 “일본 언론의 취재가 극성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곤란한 질문을 받는 건 정치인의 숙명 아니냐”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숙명을 대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사정은 어떤가. 취임 초 ‘이명박 청와대’는 질문의 주제를 청와대가 제한하는 바람에 기자회견 때마다 논란이 벌어졌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유치, 원전 수주 등 좋은 일에만 기자회견을 열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국회 본회의장 출퇴근길에 기자들을 향해 짤막한 코멘트를 던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의사표현 방식은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소통 문제로 두들겨 맞는 일본 정치인들을 보면서 ‘한국 정치인들도 느끼는 바가 크겠다’ 싶었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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