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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젊은 인재 몰리는 육사 … 이제 정치·독재 꼬리 떼고 있는 그대로 육사를 보라

[일러스트=차준홍 기자]

한때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유행했다. 민간 박사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육사보다는 대통령 영부인이 더 세다는 비유였다. 그 시절 집권여당은 ‘육법당(陸法黨)’으로 불렸다.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육사 출신 대통령과 그의 사관학교 후배 정치인들의 시녀가 되어 꾸려가는 정당이라고 비꼰 것이다.

 요새야 육사 정치인은 쑥 들어간 지 오래됐고, 대신 K대와 영남 출신이 쌍벽을 이룬다 한다. ‘믿음과 사랑과 소망, 그중에 제일은 소망이라’는 패러디도 나돌았다. 하지만 예전 육사는 정말 셌다. 중국집에서 ‘육사(肉絲)짜장’을 시켜 먹다가도 이거 혹시 육사 나온 유명한 분이 드셨다 해서 붙인 이름 아닌가, 라며 먹던 자세를 공손히 할 정도였다. 시인 이육사도 육사 출신 아닌가 싶어 약력을 찾아보기도 했다. ‘세상에 남자 놈치고 시원치 않은 게 몇 종류 있지. 그 첫째가 제복을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라는 문구를 신문 연재소설에 썼다가 동료 시인, 신문사 간부들과 굴비 두름처럼 엮여 보안사에 끌려가 죽도록 고문당한 작가가 있었다.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을 썼다고 정보사 군인들로부터 회칼 테러를 당한 언론인도 있었다. 아, 육사는 그냥 센 게 아니라 무섭게 셌다.

 요즘 군 지휘관들이 흐뭇해하는 일이 생겼다. 육사는 지난 7월부터 2012학년도 신입생 선발절차를 진행 중이다. 모두 5905명의 지원자 중에서 1차로 1050명을 추린 뒤 지난 11일 2차 합격자 625명을 발표했다. 12월에 275명(남 250명, 여 25명)의 최종 합격자가 탄생한다. 21.47대1의 경쟁률이다. 26년 만에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지난해(21.59대1)에 이어 그야말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지원자 거의가 내신 1등급이라 질적으로도 알차다.

 육사 경쟁률은 우리나라 정치·경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다. 군 출신이 권력을 휘두르던 1980년대 중반까지는 호조였다. 83년 21.6대1, 85년도에는 26.0대1로 최고기록을 세웠다. 민주화 시위를 거쳐 문민(김영삼)정부가 들어서자 경쟁률은 4.4대1(94년)까지 쪼그라들었다. 군에 대한 인식이 다시 호전되고 외환위기 후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반영돼 최근에는 18.1대1(2009년), 20.2대1(2010년)로 해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육사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깥 사회도 이제 육사를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독재’나 ‘정치’의 눈으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육사, 국가방위 전문가를 기르는 대학으로 보자는 말이다. 미국 웨스트포인트는 포브스지가 발표한 미국 내 대학 순위에서 2009년 1위, 올해는 3위를 기록했다. 우리 육사라고 왜 못 하겠나.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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