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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당 태종에게 배운다, 리더의 사람 다루는 법

당 태종 평전
자오커야오 외 지음
김정희 옮김, 민음사
688쪽, 3만5000원


“군주는 나라에 의지하고 나라는 백성을 의지한다.”

 책상물림의 이상론도 아니고 꼬장꼬장한 도학자의 입바른 소리도 아니다. 7세기 중국 당나라를 통치하던 태종 이세민의 말이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그의 통치철학이었지 싶다. 그는 ‘정관(貞觀)의 치’로 불리는 태평성대를 이뤘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정치를 잘한 제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의 사후 태종과 가까운 신하들이 정치의 득실을 논한 문답을 엮은 『정관정요(貞觀政要)』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더불어 통치술에 관한 동서양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당 태종
 책은 제목 그대로 당 태종의 일생을 다룬 평전이다. 청년 시절 아버지 이연을 도와 군사를 지휘한 것부터 20세이던 617년 천하를 다투기 위해 거병해서는 1년 만에 당 나라를 세우고 형제들과의 권력 다툼에 승리해 29세에 황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리는 과정을 소상하게 다뤘다. 오긍이 지은 『정관정요』가 정치에 중점을 둔 반면 이 책은 집권 이전기를 다루는 등 인간적 풍모를 담아내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당 나라 건국 후) 세민은 궁중에서 고종 황제를 모시고 연회를 할 때마다 여러 비빈을 대하면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나 황제가 천하를 얻는 것을 보지 못한 태목황후(태종의 친모)를 그리워해 흐느껴 울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는 푸단(復旦·복단)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당대사(唐代史)를 전공한 두 저자가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소설적 서술을 한 덕분이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사학자로서의 비판적 자세도 잃지 않는데 615년 수 양제가 안문(雁門)에서 돌궐의 부대에 포위되자 그 구출 작전에 참전한 이세민이 “많은 깃발과 북으로 병사가 많은 듯 위장하는” 책략을 제시해 큰 공을 세웠다는 정사(正史)의 기록을 “사관(史官)의 지나친 찬사로 실제로는 스스로 겨우 지킬 수 있었을 뿐”이라 지적하는 대목이 그런 예다.

 빛나는 부분은 역시 “비천한 사람이라 하여 임용하지 않은 일이 없고 멸시받는 사람이라 하여 존중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태종의 용인술에 초점을 맞춘 7장이다. 그는 심지어 황위를 놓고 벌어진 골육상쟁에서 형 건성의 모사였던 위징(魏徵)을 중용했을 정도였다. 위징은 이후 태종에게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또한 뒤집을 수도 있다”는 투의 직언을 거듭해 태종이 “내가 오늘에 이른 것은 위징의 힘”이라 했을 정도로 명신(名臣)이 되었다.

 책은 흥미로운 일화도 적지 않고, 특히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겐 시사하는 바도 풍부하다. 그래도 찾아보기를 마련하는 등 편집의 노력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원저 자체가 지닌 한계 때문이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표방한 직후인 1980년대 중반에 쓰인 이 책은 ‘계급투쟁’ ‘계급모순’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 식으로 마르크스주의 사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여기에 고구려 원정 실패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태종의 이상화를 경계했다는 저자들 스스로의 다짐에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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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