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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가난한 나라의 민주주의는 쉬 무너진다

전쟁, 총, 투표
폴 콜리어 지음
윤승용·윤세미 옮김
21세기북스
280쪽, 1만5000원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내전이 발생했다. 국민끼리 편을 나눠 전쟁을 벌이는 걸 보니 민주주의나 선거 제도가 없는 무지막지한 나라냐고? 천만에, 이 나라는 대통령 직선제와 결선 투표를 비롯한 민주주의 제도가 이미 정착된 나라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던 로랑 그바그보가 지난해 12월의 대선결과 발표에서 야당 후보인 알라산 우아타라가 당선한 걸로 나타나자 승복을 거부하고 총을 들었을 뿐이다. 사태는 유엔평화유지군이 도착해 몇 달 동안 전투를 벌인 끝에야 진정됐다. 국민은 큰 희생을 치렀다.

 하긴, 2007년 케냐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한 종족들이 들고 일어나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인 투표 제도가 정착한 나라였는데도 그랬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나라의 안정을 담보하는 제도가 아니란 말인가? 민주주의가 정착해 국민이 투표로 정치 권력자를 선출할 수 있어도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건 아니란 말인가?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인 지은이는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런 화두로 참선을 시작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아프리카 최빈국들에선 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이 제도로 정착됐지만 외려 그 제도 속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적 폭력이 더욱 증가한 데 주목했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암살, 폭동, 시위, 게릴라전, 유혈내전, 쿠데타 등 여러 폭력을 쓰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소득 수준이 일정 이상인 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폭력을 줄이고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지만 가난한 나라에선 이런 공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민주주의를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물질적인 토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제대로 판단해 투표를 할 수 있다 .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은 종족이나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투표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선거제도의 본질을 또 다른 측면에서 꿰뚫어 본 콜리어 교수의 눈매가 매섭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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