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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학원 안 다녀 경시대회 못 나가는 수학왕 기철이

동화 없는 동화책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창비
198쪽, 9500원


하나같이 쓸쓸한 이야기들이다. 첫 번째 단편 ‘수학왕 기철이’의 기철이는 수학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갈 실력은 있지만, 경시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된다. 선생님은 학원에 다니면 대표에 넣어주겠다고 한다. 기철이는 엄마가 내놓은 가계부를 꼼꼼히 뒤져보지만 어느 구석에서도 학원비를 뽑아낼 구멍은 없다. 계산 결과는 터무니없다. 기철이네가 집을 사려면 물가가 오르지 않아도 110년이 걸린다. 그런데 대학에 다닌다면 내 집 마련은 150년 뒤로 미뤄진다. 기철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차라리 내 집 마련을 당기는 길 같다. 어려운 계산을 마치고 나자 아빠는 직장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다시 계산이 복잡해진다.

 ‘마지막 손님’은 기름 유출 사고로 죽음의 바다가 된 바닷가 작은 마을의 이야기다. 횟집을 하는 선미네는 개점휴업 상태. 기름을 닦으러 온 자원봉사자들에게 라면을 1000원씩 받고 끓여주는 게 수입의 전부다. 선미네 수족관엔 사고 전에 잡은 고기 몇 마리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선미가 먹이를 먹여 키우는 애완 물고기다. 회칼 놓은 아빠의 기를 세워주려면, 떨어져가는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회 먹을 손님을 불러야 한다. 그러나 선미의 입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가 먼저 손님들을 끌고 와 선미의 애완 물고기까지 잡아 올린다. 물고기는 물고기일 뿐, 수족관을 싹 비우는 게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길이니까. ‘동화 없는 동화책’이란 제목이 연상시키듯, 냉정한 현실 앞에서 동심은 무너진다.

 단편 ‘혼자가 아니야’는 암울한 상황을 비교적 밝게 그린 작품이다. 당장 먹을 쌀과 불지필 연탄이 떨어져 일거리를 얻으러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칠순 노인과 손녀가 주인공이다. 산불감시인을 모집하는데 무거운 소화기를 메고 운동장을 도는 시험을 봐 빠른 순서대로 뽑는다는 정보를 얻은 할아버지와 손녀는 매일같이 달리기 연습을 한다. 맹훈련의 결과 할아버지는 일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암 수술을 받고도 시험에 응시한 사람이 있었으니, 당연히 꼴찌를 차지했다. 암에 걸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며 우는 그를 두고 돌아서는 아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책의 마지막에 놓인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는 여섯 단편 중 가장 빼어나다. 동굴에서 짐승의 털가죽을 덮고 사냥 나간 부모를 기다리는 남매. 굶은 지 며칠째인지 셈하기도 어려운 두 남매는 냉기 도는 지하방에서 ‘크로마뇽인 놀이’를 하며 버티는 중이다. 안데르센 동화를 연상시키는 비극적 아름다움이 있다. 어차피 동화란 밝고 순수한 환상의 세계만 담는 게 아니었음을 일깨워주는 작품집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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