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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지버’ 쓰는 아이, 난독증 의심을

서울에 사는 주부 박모(47)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최모(12)군의 성적 때문에 고민했다. 최군은 영화나 TV를 볼 때면 다음 장면을 예측할 정도로 판단이 빨랐다. 하지만 글을 쓰라고 하면 서너 줄을 넘기지 못하고 연필을 내려놓는가 하면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일이 잦았다. 박씨는 “학원 여러 곳을 보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지인의 소개로 아들과 함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최군은 학습장애의 일종인 ‘난독증(難讀症)’ 진단을 받았다. 난독증은 말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도 글을 잘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단어를 정확하게 떠올리지 못하는 증상이다. 노트에 글씨를 거꾸로 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선생님들이 나보고 머리가 썩었다고 했다’고 말했던 토머스 에디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이 증세를 보인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전국 초·중학교 학생 5명 중 한 명꼴로 난독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정서 불안 등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학교 1045곳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5만6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만1000여 명이 난독증 등 장애 증세를 보인 것이다.

 난독증 학생은 공부만 시킨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대구시교육청 등에서 정서·행동장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박형배 하이퍼포먼스브레인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은 “난독증 학생은 우뇌(右腦)가 발달해 창의성이 뛰어나고 예술 분야 등에서 재능을 보이지만 언어 중심의 국내 교육에선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맞춤형 교재나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지만 국내는 개념조차 생소한 실정이다. 최근에야 이런 학생의 특성에 맞춰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학년 중 15%가 기초학력에 미달했던 경기도 화성시 활초초등학교의 경우 올 7월 실시된 국가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현만 교감은 “보충수업을 시키거나 인턴교사를 붙여도 큰 효과가 없었다”며 “검사를 거쳐 집중하지 못하거나 책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훈련을 해줬더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특성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교사와 부모가 인식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내년부터 희망하는 모든 초·중·고 학생에게 정서행동발달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서울·대구·대전·전남·경북 등 5개 교육청에 600억원을 지원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교과부 이대영 대변인은 “공부만 시킨다고 뒤처지는 학생이 없어지지 않는 만큼 정신건강 지원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난독증(dyslexia)=지능과 시력·청력이 정상임에도 언어 관련 신경학적 정보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장애를 겪는 증상. 의사 소통이나 정리정돈 등도 어려워한다.

자녀가 이렇다면 난독증 의심해 보세요

● 읽고 쓰기를 매우 싫어한다.

● ‘초등학교’를 ‘초등학’까지만 발음하거나 ‘초등’과 ‘학교’를 따로 읽는 등 띄어 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 일부 단어나 조사를 빠뜨리고 읽는다.

● ‘공놀이를 할 때 즐거움이 커진다’를 ‘공놀이는 즐겁다’로 하는 등 대충 줄여 읽는다.

● ‘아버지’를 ‘아지버’로 쓰는 등 글을 뒤집어 쓴다.

● 자기 학년에 맞는 수준의 글을 쓰라고 하면 한 줄이나 한 문단을 넘기지 못한다.

● 질문을 하면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음’ ‘아’ ‘그’ 식으로 답하며 시간을 끈다.

● ‘안녕히 계세요’를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는 등 말할 때 방향을 혼동한다.

● ‘월화수목금토’를 ‘월화수’와 ‘토금’으로 혼동하는 등 순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자료: 박형배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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