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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보지만 말고 수화해설도 들어보세요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청각장애인 종로문화관광해설사 홍수관씨가 같은 장애를 가진 관광객들에게 수화로 경회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종로구청 제공]







가을비가 부슬대던 지난달 29일 정오 경복궁 앞. 70여명의 사람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리더니 흥례문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궂은 날씨 탓에 약속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탓이다. 이들은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남녀를 보자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이마에서부터 댔다가 펴서 내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에 상대방은 오른 주먹에서 새끼손가락만 펴서 턱을 가볍게 두어 번 댔다. 수화로 “미안하다”는 말에, “괜찮다”는 대답이었다. (사)광주농아인협회 회원들과 청각장애인 종로문화관광해설사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시 종로구청은 지난달부터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같은 장애인 해설사가 직접 문화관광지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개월간 고궁 및 역사교육을 받고 실전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총 17명의 장애인(청각 11명, 시각 6명)이 경복궁·창덕궁·창경궁·종묘·북촌 등 5개 코스를 돌며 해설한다. 이날도 홍수관(48), 박승미(48·여), 유승희(36·여)씨가 경복궁을 보기 위해 광주에서 올라온 관광객들을 맞았다. 세 사람 모두 청각장애 2급이다.















유씨는 해설사로 선발된 뒤 이날 처음 현장에 나왔지만 차분하게 사람들과 시선을 일일이 맞춰가며 설명을 했다. 근정전의 역사부터 천장에 조각된 칠조룡까지, 빠짐없이 설명하는 유씨의 손동작을 따라 회원들의 눈이 바삐 움직였다. 유씨가 무쇠 드므(넓적하게 생긴 큰 독)를 가리키며 “물을 담아두면 화마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 달아난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하자 직접 만져보는 이도 있었다. 교회에서 수화를 가르친다는 전병환(32)씨는 “그동안 어느 유적지를 가도 늘 겉모습만 보고 왔다”며 “이번엔 나 같은 청각장애인이 수화로 직접 설명해주니까 경복궁에 대해 훨씬 많이 알게 돼 좋다”고 말했다.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 입술 움직임 등을 보며 의사소통(구화)하는 경우도 있다. 수화통역사 고인경(28·여)씨는 “청력에 이상이 있는 장애인 중에서 수화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농인’이라고 한다”며 “이들은 평생 한글의 어휘나 문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농학교에도 수화로 완벽하게 수업하는 교사가 부족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고궁 등에 안내판이 배치돼 있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농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제도는 종로구가 전국에서 처음 마련한 것이다. 시각장애인 해설사들은 기둥이나 계단을 직접 만져보면서 설명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금까지 문화나 관광에서 소외됐던 장애인들이 종로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또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측은 해설사들에게 매 회 3만5000원의 활동비를 구비로 지원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해설사 홍수관씨는 “TV 사극의 경우 궁에서 찍은 장면 등이 나올 때 화면해설자막에 이 수화해설 프로그램 안내도 해주면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최다 해설(9회)을 한 박승미씨는 “지금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며 “좀더 활성화돼 청각장애인들이 아무 때나 궁에 와서 수화해설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훼영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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