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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BEST] “좋은 기분으로 만들면 커피도 맛있게 쓰다 ”





손으로 내린 커피 36년, 일본의 ‘커피 명인’ 나리타 센조





올해로 예순 살인 나리타 센조는 일본에서 ‘커피 대가’로 꼽힌다. 1975년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 ‘커피 스쿨’을 낸 것을 시작으로 36년을 꼬박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바쳤다. 커피 로스팅 공장과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150여 년 전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서 무사들이 마셨던 ‘번사(藩士) 커피’를 복원해 상품화하기도 했다. “커피는 몸에도 좋고 마을도 활성화한다”는 그를 만났다. 만남은 우리나라 ‘원두커피 1세대’ 박이추(61·강릉 ‘보헤미안’ 대표) 선생이 이끄는 ‘아오모리 커피기행’ 동행길에 이뤄졌다.



-커피가 정말 몸에 좋나.



 “한 세대 전만 해도 커피에 대한 헛소문이 많았다. 커피가 몸에 나쁘다, 커피를 마시면 얼굴이 까매진다 등 황당한 얘기가 떠돌았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과학자의 연구 결과 커피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간암을 예방하는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밝혀졌다. 하루 15잔씩 커피를 마시는 나도 건강하다. 1855년 홋카이도의 무사들이 부종병을 치료하기 위해 커피를 약으로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무사들이 마신 커피를 왜 복원했나.



 “커피 한 잔의 고마움을 되새겨보고 싶어서다. 당시 무사들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의식, 군사적·경제적 요충지로 부상한 홋카이도를 지키기 위해 혼슈 동북 지역에서 이주해간 사람들이었다. 날도 추운 타지에서 병에 걸렸으니 얼마나 막막하고 서러웠겠나. 그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병이 나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테니 커피가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을지 짐작된다. 맛은 솔직히 별로 없다. 원두 가루를 헝겊 주머니에 넣고 뜨거운 물에 우려내 먹는 커피였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좋다. 현재 히로사키의 커피전문점 12곳에서 ‘번사 커피’를 팔고 있다. 사람들은 맛만큼이나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커피에 이토록 빠져든 이유는 뭔가.



 “커피 안에는 메시지가 있다. 내 상태가 어떤지가 커피 맛에 그대로 담긴다. 슬픈 마음으로 만든 커피는 그냥 쓰고, 좋은 기분으로 만든 커피는 맛있게 쓰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현대사회에서 커피는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 옛날 일본 가옥에는 다도실이 있어 가족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했다. 이제는 그 역할이 점점 커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때 커피가 맛있어야 대화가 풍성해진다. 맛있는 커피는 마음을 쏟아낼 수 있게 한다. 반면 맛없는 커피로는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안 생긴다.”



-평생 핸드드립 커피만 고집하고 있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은 게 많이 나오고 자동화도 많이 됐지만 역시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다. 사람이 먹는 거니까 사람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내는 게 가장 좋은 거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래서 커피의 좋은 성분을 추출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또 인스턴트 커피는 음미할 맛 자체가 없다. 만드는 과정에서 커피의 풍미가 다 날아가버려서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요소는.



 “신선하고 좋은 콩을 구하는 것이다.”



-어떤 커피콩이 좋은 콩인가.



 “나쁜 콩이 안 섞여 있는 콩이 좋은 콩이다. 그리고 비싼 콩이 좋은 콩이다. 우리 로스팅 공장에서 재료로 쓸 생두를 사올 땐 내가 직접 안 가고 직원을 보낸다. 나는 주인이니까 아무래도 수지타산을 따지게 된다. 돈을 벌어야 된다는 욕심에 싼 걸 고르게 된다. 하지만 직원은 회사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사심 없이 고를 수 있다. ‘주인정신’이 늘 좋은 건 아니다.”



-물도 중요하지 않나.



 “물에는 ‘신토불이’ 원칙을 지킨다. 내가 사는 곳에서 반경 16㎞ 이내에서 나오는 물을 사용한다.”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나.



 “마시는 사람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커피잔도 마시는 사람의 의상에 맞춰 낸다. 그 사람의 기억에 남는 커피를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한다. 일본의 커피 문화는 이렇게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유럽의 커피 문화는 중후한 색깔을 띠고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기에 맞게 커가는 커피 문화가 따로 있는 것이다.”



히로사키 글=이지영 기자

사진=나종훈 프리랜서











융 필터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는 나리타 센조 선생. 작은 사진은 ‘번사 커피’ 제조 과정(왼쪽부터)이다.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비법은?



인터뷰 중 나리타 센조 선생에게 맛있는 커피 만드는 기술을 물었다. 선생의 답은 “자신의 미각을 믿어라”였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야 맛있는지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선생은 “물을 부을 때의 온도·리듬·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도 좀처럼 구체적 묘책을 알려주지 않았다. 더 캐물었지만 “나도 비법을 깨닫기까지 15년 걸렸다”며 “전문기관에서 배우면 좀 빨리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할 수 없이 ‘외곽 취재’를 했다. 지난 7월 센조 선생이 운영하는 ‘히로사키 커피 스쿨’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유준상(28·서울현대전문학교 커피바리스타학과 1학년)씨에게 물어봤다.



  유씨는 ‘신선한 콩 고르기’를 가장 중요하게 배웠다고 했다. 생두 상태에서 부서진 콩, 상한 콩, 하얀 색 금이 가 있는 콩 등을 골라내야 한다. 곰팡이가 슬었는지도 유심히 살핀다. 장마철 꿉꿉한 빨래 냄새가 나는 생두도 사용해선 안 된다. 그렇게 골라낸 생두를 로스팅해 원두로 만든 다음에는 ‘로스팅 후 1주일 이내’란 유효기간을 지켜야 한다. 로스팅 당일에는 기름 성분이 너무 많으므로 하루 지나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또 원두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에는 사흘을 넘겨선 안 된다.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필터는 종이보다 융’이 좋다. 종이는 융보다 조직이 더 치밀해 너무 많은 성분을 걸러낸다. 융으로 거른 커피의 맛이 더 풍성한 이유다. 필터에 분쇄한 커피를 평평하게 담은 뒤 물을 부어 추출하는 과정에선 ‘뜸 들이기와 물 돌리기 기술’이 중요하다. ‘뜸’이란 물을 원두 가루가 적셔질 정도로 살짝 붓고 30초 정도 기다리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가루가 부풀어오르면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와야 신선한 원두다. 뜸이 들었으면 물을 가루 가운데부터 붓기 시작해 나선형으로 밖으로 돌렸다 다시 정중앙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커피 두 잔을 뽑을 경우 그 과정을 서너 차례 거칠 수 있도록 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한다. 물 온도는 섭씨 90도 정도로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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