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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교수 “돈만 푸는 가짜 양적완화 아무 효과 없을 것”





‘양적완화의 아버지’ 베르너 교수





리하르트 베르너(44)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양적 완화(QE)의 아버지다. 그는 1994년 양적 완화를 처음 제시했다. 2000년까진 이단적 정책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의 중앙은행 총재가 금융위기 백신처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베르너 교수는 달갑지 않은 듯했다. 그는 1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 등의 양적 완화는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가 없다니 무슨 말인가.



 “일본·미국 등이 쓴 양적 완화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보유 국채를 사들이고 현금을 풀어주는 기존 공개시장 정책과 뭐가 다른가. 똑같다. 표현만 다를 뿐이다. 그러니 효과가 없는 것이다.”



 -양적 완화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된 것 아닌가.



 “다시 후퇴하고 있다. 돈의 양을 늘려 일시적으로 주식 등 자산 값을 회복시키긴 했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튼튼하게 되살아나지 못했다.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자산 가격이 또 떨어진 이유다.”



 -최근 영국은행(BOE)이 양적 완화를 다시 실시했다. 효과를 봤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요즘 쫓기고 있다. 여러 정책을 처방했으나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아서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양적 완화를 하고 있다.”



 -왜 효과가 없을까.



 “진짜 양적 완화가 아니어서 그렇다. 내가 개발한 양적 완화는 단순히 현금(본원통화)을 시중은행에 주입하는 게 아니다. 금융위기 때문에 고장 난 신용창출 장치를 고치는 정책이었다.”



 신용창출은 중앙은행에서 나간 돈이 은행의 대출 메커니즘을 거치면서 증폭되는 과정이다. 금융통화 정책의 핵심적인 전달 경로로 꼽힌다.



 -은행에 현금을 풍부하게 공급하면 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일본이 1999년까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면서 은행권에 엄청난 현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기업과 가계 대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한번 고장 난 신용창출 기능은 돈의 양을 늘린다고 해서 쉽게 되살아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



 “94년 일본에서 자딘플레밍(현 JP모건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처음 ‘료테키 긴유칸와(量的 金融 緩和, 양적 금융 완화)’를 제안했다. 네 가지 ‘비상대책’과 함께였다.”



 -어떤 대책이었는가.



 “첫째, 주요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정부가 보증해줘야 한다. 70년대까지 한국과 일본 등이 채택했다. 둘째, 은행과 정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대출 대상과 목표 등을 정하고 실제 자금을 공급한다.”



 -나머지 두 가지 정책은 무엇인가.



 “셋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BIS 비율은 은행의 두려움만 키워 대출이 줄어든다. 넷째, 처방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은행에서 돈을 빌려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가 최우량 고객이기 때문에 은행 장부를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가 말한 대책은 이른바 ‘비정상적’ 또는 ‘비시장적(관치)’ 금융정책 일색이라고 할 만하다. 이코노미스트들이 베르너 교수를 ‘경제학계 이단아’로 부르는 이유다. 베르너 자신도 그런 평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2000년 일본은행(BOJ) 사람들이 내 양적 완화를 채택하면서 비판이 두려웠는지 네 가지 대책을 빼먹었다”며 “그들은 반쪽짜리 양적 완화만 실시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도 네 가지 대책을 쓰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금융권 사이에서만 신용창출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권-기업·가계 사이에선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양적 완화로 자산 가격이 오르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실물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까닭이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앞으로도 네 가지 처방을 쓰기 어렵지 않을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좀 더 다급해지면 네 가지 대책을 하나씩 꺼내 쓸 것이다. 97년 8월 글로벌 신용경색 이후 중앙은행들이 썼던 정책들을 봐라. 모두 비정통적 처방이다.”



 -일시적인 현상이지 않을까.



 “나도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정도는 금융통화 정책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비정상적인 정책이 정상 대책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강남규 기자



◆리하르트 베르너=1967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을 졸업했다.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품시대인 80년대 후반 일본은행(BOJ)에서 경제분석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일본 소피아대를 거쳐 현재는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금융통화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00년 선정한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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