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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해외 수출하는 여 사장 “비결은 깐깐한 대형마트 덕분”





해송수산 노춘자 사장



노춘자 사장이 이마트 성수점을 방문해 바지락을 보고 있다. 노 사장은 매주 한 차례 매장에 들러 바지락 진열 상태와 신선도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12조원 파는 대형마트랑 연매출이 109억원밖에 안 되는 우리 회사랑 비교해서 뭐해요. 절대적 약자죠. 근데 중소업체라고 대기업 이용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백화점 입점수수료·판매장려금 같은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곱지 않은 인식이 확산하는 요즘 외려 대형마트 옹호론을 적극 펼치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물포장 바지락·삶은 바지락을 생산하는 해송수산 노춘자(64) 사장이다.



단순히 하청 및 납품 등을 통해 판로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앞선 대기업의 경영 및 품질관리 노하우를 배워야 중소기업들이 좀 더 빨리 도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2004년 66억원가량 하던 해송수산 매출은 지난해 109억여원으로 뛰었다.



 늘어난 매출 대부분이 이마트에 납품하면서 생긴 몫이다. 내년엔 40억원가량을 투자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게 공장을 신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노 사장은 “대형마트와 거래하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노 사장이 꼽은 마트 납품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다. 사실 그는 전국 시장에선 ‘바지락 큰손’으로 통할 정도로 유명했다.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가사도우미’ 출신이지만, 사업 수완은 웬만한 남자 못지않았다.



 집 한 채에 8만원 하던 40년 전 5만원을 대출받아 바지락 운반선을 사 사업에 뛰어들었을 정도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 어민 출신이다 보니 바지락 값을 다른 도매상보다 더 쳐줬다.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값은 나중에 쳐주는 거래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어민들은 그에게 물건을 우선 납품했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예측이 어려우니 물건을 쌓아놓고 못 팔 때가 적잖았고 그때마다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2000년대 들어서기 전엔 그래도 할 만했다. 물포장 바지락 생산 공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렵 공장이 급속도로 늘었고 사업도 힘들어졌다. 노 사장은 1995년 공장을 지었다. 공장이 생기면서 직원 15명을 채용했다. 판로가 막히면 직원들 월급 주는 게 문제였다.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경영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05년.



 “그해 4월 이마트 바이어가 찾아와 납품을 제안했어요. 생각할 것도 없었죠. 바로 승낙했습니다.”



 60명 식구 굶길 일은 없겠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납품 첫 1년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였다. 품질을 높이는 데 드는 비용이 적잖았던 까닭이다. 시장에선 뻘이 나오고 껍질이 깨져도 값을 쳐줬다. 하지만 대형마트 검수팀은 이런 바지락을 모두 골라내 돌려보냈다. 반품을 줄이려고 금속탐지기까지 설치했다. 또 공장을 지으면서 자동화했던 공정에 사람을 다시 투입했다. 어디서 불량품이 발생하는지 알아내 그 공정을 수정하기 위해서였다. 트럭에 싣고 내릴 때 기계 대신 사람을 써서 껍데기가 어디에서 깨지는지를 찾아내는 식이었다. 업무량이 느니 직원들 불만도 적잖았다. “남는 것도 없는데 마트에 납품하지 말자”는 직원까지 있었다.



 하지만 노 사장은 “시장에서 하던 대로 해선 시장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마트를 잡으면 시장에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데다 다른 고급 거래처도 뚫을 수 있다. 힘들더라도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이마트 물량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전체 매출의 35% 비중까지 올라섰다. 마트에서 소개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음식 체인점에서도 납품 의뢰가 들어왔다. 우수 중소업체로 선정돼 시·도의 지원도 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미국·스페인 유통업체에서도 찾아왔다.



 노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스페인 업체에 납품하려면 일정 이상의 위생 자격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만 완공되면 수출부터 추진할 생각이다. “휴대전화 만드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수출할 수 있더라고요. 대기업을 잘만 이용하면 말이죠.”



정선언 기자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 등 전 과정에 있어 위해물질이 들어가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위생관리시스템. 195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요청으로 우주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우리나라는 95년 식품위생법에 의해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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