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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애정남’이 필요 없는 사회







김정원
jTBC 국제부 기자




‘원기둥 모양의 아이스 바를 너무 자극적으로 핥아 먹으면 안 된다’.



 얼마 전 핀란드에선 성희롱 관련 법안에 이 조항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불거졌다. 그럼 사각형 얼음 과자는 핥아 먹어도 괜찮을까. 아니면 원기둥 모양이라도 깨물어 먹는 건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걸까. 애매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레즈비언 커플이 비행기 안에서 키스를 하다 쫓겨났다.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애정 표현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커플은 “보통의 연인들이 하는 키스였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대체 ‘보통 키스’와 ‘지나친 키스’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자연스레 모 방송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떠오른다. 마트 시식 코너에선 눈치 안 보고 몇 개까지 먹어도 되는지, 한밤중 깨서 우는 애 기저귀는 엄마·아빠 중 누가 갈아줘야 하는지를 척척 판정하는 애정남이라면 헷갈리는 지구촌 이슈들에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까.



 답이 안 나오는 난제들이 하도 많아서 해보는 상상이다. 부도위기에 몰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그리스 구제 방안만 해도 그렇다. 애꿎은 이웃 나라들이 그리스 부도를 막아주는 게 맞는가. 돈을 빌려준다면 도대체 얼마를 빌려줘야 하나. 또 돈 빌리는 대가로 어느 수준까지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명확한 기준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구조조정만 해도 그렇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엔 그토록 아픈 채찍을 휘두르더니 그리스는 너무 살살 다루는 게 아닌지 부아가 나기도 한다. 그나마 그리스는 ‘배 째라’며 이들의 긴축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아 해법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그리스 문제뿐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이 실종되다 보니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풀면 될 일들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구촌 경제는 더 망가지고 중동의 혼란은 더 심화되는데 말이다. 책임지기 싫어 미룬다고 ‘애정남’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정해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애정남’에 열광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쉽지 않은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번번이 남이 결정해주길 바라는 건 좀 비겁하다.



 오늘도 ‘애정남’ 홈페이지에는 “남자는 몇 살부터 아저씨인가요”처럼 애매한 문제를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제 ‘애정남’ 그만 찾고 각자 자기 기준대로 주관 있게 해결해 보면 어떨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남자는 몇 살이든 아저씨가 아니다. 그들은 ‘영원한 오빠’니까.



김정원 jTBC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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