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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사랑에 빠진 여자들





남편에게 끌려가던 야구장, 지금은 먼저 유니폼 입고 나서요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의 시즌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야구장 내여풍(女風)이 뜨거웠다. 여성 관중 비율이 40%에 육박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이에 보답하듯 구단 별로 여성용 글러브를 600세트씩 배포하기도 했다. 2011 시즌을 마무리하며 야구와 사랑에 빠진 여성들을 만나봤다.



야구 보는 여자



“야구 시즌이 거의 마무리돼 한가해졌어요. 일주일에 몇 번씩 야구장을 오가려면 저녁 상차림 같은 하루 일과를 오후 5시 이전에 끝내야 했거든요.” 목동 주부들로 구성된 넥센 히어로즈 서포터즈 ‘주부야구특공대’ 김지숙(39·양천구 목동)씨의 말이다.



지금은 유니폼을 먼저 꺼내 들고 남편을 재촉하지만, 김씨가 처음 야구장을 찾은 것은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이 끌고 가다시피 해서다. 당시 열심히 응원하는 남편을 옆에서 보노라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무안하고 어색했다고.



그러나 부부가 함께 야구를 즐기게 되면서 김씨는 “부부싸움도 야구장 앞에선 맥을 못췄다”고 말한다. 응원하는 선수가 실책을 하면 ‘저 선수는 왜 저러냐’며 같이 흥분하고, 득점을 했을 땐 얼싸안고 함께 환호하면서 부부싸움 자체를 잊게 된다는 것.



주부야구특공대 한정애(35·양천구 목동)씨는 야구장에서 행복해하는 8살 아들을 보며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야구장으로 직행하기 위해 학원 앞에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는 한씨는 “아들이 사춘기가 되도 야구 덕분에 거리감이나 갈등 없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야구 아는 여자



두산 베어스 팬 이하미(24·용인시 기흥구)씨는 올해부터 야구장에서의 모든 군것질을 끊고, 함께 관전하는 친구도 2명 이내로 제한했다. 먹는 것에 한눈 팔다가 경기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여러 명이 웃고 떠들며 즐기기보다 오롯이 집중해서 관전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포수 뒤쪽 좌석에서 경기를 본다. 그곳에서는 본인이 마치 심판이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DMB중계도 꼭 본다. “예전에 응원석에서 현장 경기만 볼 때는 무조건 심판 탓을 하는 적이 많았다”는 이씨는 “DMB로 캐스터의 해설을 듣고 정확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보며 판정에 수긍하곤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아웃인지 세이브인지 애매한 공이 응원 팀에 불리하게 판정 나면 ‘잘못됐다’며 흥분하기 일쑤였다. 또한 이씨는 “보크(주자가 루에 있을 때 투수가 규칙에 어긋나는 투구 동작을 하는 것) 같이 어려운 룰을 이해하기 위해 야구 서적을 옆에 끼고 찾아보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한 반복하는 것은 이젠 기본이 됐다”고 덧붙였다.



구단 모든 선수들의 등번호와 얼굴, 주요 포지션을 외우는 것도 중요하다. 히어로즈 주부 팬 김지숙씨는 “얼굴을 외워두면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 같이 느껴져 그 선수의 동작을 세심히 관찰하게 된다”고 말한다.



야구 하는 여자



야구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윤지영(35·관악구 봉천동)씨는 올해 여성 사회인 야구단‘비밀리에(BIMYLIE)’에 가입했다. 보는 야구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비밀리에의 서혜진(37·인천시 부평구) 코치 역시 “회원 가입 지원서를 쭉 훑어보면, 대부분 프로야구를 더 잘 보기 위해서라고 지원 동기를 밝히고 있다”며 “여성들의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가 여성 사회인 야구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아니나다를까 가입 희망자가 한 해에 1, 2명 정도였던 예년에 비해 올 상반기에만 벌써 15명이 지원서를 냈다.



서혜진 코치는 “야구는 딱 네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던지고 치고 달려가서 슬라이딩!” 이기기 위해서 하는 네 가지 동작이다. 이것만 잘 습득하면 부차적인 룰은 이 동작들을 위해 생겼다는 걸 자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 코치는 “천천히 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주부들도 직접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며 야구를 권한다. 일요일마다 하는 야구 연습이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비밀리에 회원들은 “몸이 힘들어 주말에 야구를 쉬면 월요일엔 이상하게 더 피곤하다”며 “힘들어도 나가서 뛰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 월요일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설명] 야구를 통해 가족애가 돈독해졌다는 주부야구특공대 회장 김지숙씨.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마지막 날(6일), 남편 김창균씨와 두 딸 도연, 가연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이세라·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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