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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세종대왕·루터와 법령







제정부
법제처 차장




1446년 조선, 한자를 몰라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할 길이 없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1520년께 지구의 반대편 독일, 성경을 “고향의 어머니와 길거리의 아이들과 시장의 평민들”의 언어로 쉽게 써서 ‘알기 쉬운 성경’을 만들고자 했던 종교개혁가 루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500여 년 전에도 일반 국민들이 쉽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글자를 새로 만들고, 쉬운 용어를 쓰는 등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현대는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다. 트위터니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개인 간 인맥을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1% 부족한 소통 방식으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데 법률 관련 분야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외적으로는 정보기술(IT) 우등생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가법령정보센터도 일찌감치(2000년) 구축해 놓고 판례 등도 대법원 홈페이지에 다 올라와 있으니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설물을 일반의 용(用)에 공(供)할 수 있다’(시설물을 일반이 사용하도록 제공할 수 있다),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한 물건’(범죄행위로 생긴 물건) 등 어색한 일본어투 문장이 태반이었다. 일제강점기가 까마득해진 몇 년 전까지도 기모노를 입은 일본 법률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또 국민의 의료균점(醫療均霑:고르게 의료 혜택을 받음), 해장(解裝) 후 소분(小分)하여(포장을 뜯고 작게 나누어), 소구(遡求:상환 청구) 등 지나치게 어려운 표현이 많았다. 회원 자격의 득실(得失:취득과 상실), 채무의 완제(完濟:완전 변제), 문부(文簿:문서 및 장부) 등의 어려운 축약 형태도 있었다. 팔, 다리로 쓸 것을 상지(上肢), 하지(下肢)로 쓴 것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법제처가 2006년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위원회를 개최했을 때 일부 법대 교수들은 “법을 강의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법령문이 문제투성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추진, 2011년 9월 말 현재 977건의 법률을 정비해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하위 법령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규정이 많으므로 과감하게 도표, 그림, 계산식 등을 도입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 외에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검찰 등이 알기 쉬운 판결문이나 결정문 작성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법과 관계된 문장들이 쉽고 친절해진다면 국민들의 준법정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정부 법제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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