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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없는 ‘하룻밤의 꿈’ … 베트남 오지의 ‘사랑시장’





2014년 문 여는 광주문화전당
아시아 곳곳 이야기 100개 발굴
소설가 방현석 등 현장 찾아가
영화·드라마 등 문화콘텐트로 활용



아시아의 숨은 이야기 발굴에 나선 한국 답사단이 2일 베트남 북부 산간지역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박하시장을 찾았다. 답사단을 이끈 소설가 방현석(오른쪽에서 두 번째)씨가 소수민족인 플라워 몽족 여성들을 만나 취재를 하고 있다. 왼쪽은 문학평론가 정은경씨. [사진작가 최경자]





베트남 북서쪽, 라오스와 중국의 국경에서 가까운 사파 지역은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오지인데다 해발 1600m 대의 고산지대여서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베트남 소수민족들이 특유의 전통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풍광이 청량하고 볼거리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꾀는 것은 당연한 일. 20세기 초부터 프랑스에 의해 개발돼 지금은 유럽인들 사이에 꽤 알려진 휴양지다. 아기자기한 식당과 숙소가 즐비하다. 인터넷도 뚫려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노이에서 밤 기차나 낮 버스를 타고 꼬박 9시간을 달려야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사파를 다녀왔다. 소설가 방현석씨, 문학평론가 정은경(원광대 문창과 교수)씨, 사진작가 최경자씨, 뮤지컬 제작자 임영근씨 등의 현지 답사를 따라갔다. 이들은 지역 특유의 이야기 원형(原型) 발굴을 위해 사파를 찾았다. 여기서 건진 이야기는 2014년 광주광역시에 문을 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안에 DB 형태로 보관한다. 방현석씨가 소속된 아시아문화 연구단체인 아시아문화네트워크는 지난 7월 전당 측으로부터 아시아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따냈다.



 일행은 1일 오전에야 사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파현 전 서기장이었던 쩐요안탕이 지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자오족(族) 사이에 과거 행해졌던 ‘사랑시장’이라는 독특한 풍습을 설명했다. 파격적인 내용에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는 사이든 낯선 사람이든 옛 연인이든 상관 없다. 토요일 시장에 나와 함께 노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맞게 되고 한 쌍 한 쌍 떨어져나간다.”



 자오족의 사랑시장은 사랑을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었다. 금기를 넘어 자유로운 사랑이 허용되는 시장이었다. 산간 지역에 흩어져 사는 자오족은 장날 사파를 찾았다가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남녀가 어울려 노래를 부르다 짝을 맞췄다고 한다. 기혼·미혼 가릴 것 없이 참가했고, 하룻밤 연애의 결과로 아이가 생기면 오히려 마을의 경사로 쳤다고 한다. 특히 처녀에게 아이가 생기면 더 좋아했단다. 왜 이런 풍습이 생겨 유지된 것일까. 쩐요안탕의 답은 이랬다.



 “산자락 계단논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자오족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다. 소수민족 특유의 개방적인 성 관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일종의 생존수단이자 독특한 문화산물인 셈이다. 자오족의 사랑시장은 지역에 따라 모습도 조금씩 달랐다. 역시 북부 산간지방인 커우바이 지역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옛 사랑의 연인들이 1년에 하루, 음력 3월 27일에 사랑시장에서 만나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을 달랬다.



 답사단은 이야기로서 사랑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방현석씨는 “이야기 발굴을 떠나 내가 소설로 쓰고 싶다”고 했다. “1년을 참게 하는 하루의 열정, 고통을 견디게 하는 달콤한 기억과 그날에 대한 기대, 사람은 결국 이런 힘들 때문에 사는 거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삶의 본질을 건드리는 소설 소재라는 얘기다.



 아시아문화네트워크는 아시아 전역에서 모두 100개의 이야기 원형을 발굴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사랑시장도 물론 그 중 하나다. 다음 달 10개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100개를 선정한다. 이 이야기들은 아시아문화전당에 보관되고, 영화·뮤지컬·TV 드라마 등 문화콘텐트로 만들고자 하는 아시아 각국의 제작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사파(베트남)=신준봉 기자

사진=사진작가 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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