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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왕 5남매’ 만든 비결은






정명선(43·서울 은평구 신사동)씨의 자녀들은 ‘한자왕’이다. 6명 중 5개월된 막내 은지양을 제외한 5남매가 국가공인 한자능력시험에 합격했다. 첫째 미금(서울 선정관광고 2)양은 1급 자격증만 3개 있다. 국가공인 한자능력시험을 주최하는 11개 기관 중 한국어문회·한국외국어평가원·대한상공회의소가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했다. 둘째인 미란(서울 선정관광고 1)양은 3개 기관의 2급 자격증 3개를 갖고 있다. 이에 질세라 셋째 혜지(서울 덕산중 1)양이 대한상공회의소 한자 2급 자격증을 땄고, 넷째정진(서울 상신초 5)군이 한국어문회와 대한상공회의소 1급 시험에 합격했다. 정군은 정씨자녀 중 최연소로, 최단기간에 1급 자격증을 땄다. 다섯째 유현(서울 상신초 4)양도 한국외국어평가원의 4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손수 만든 ‘아빠표 문제지’로 꾸준히 공부

 이들 5남매의 한자공부 비결은 ‘아빠표 문제지’에 있다. 정씨는 시중에 나와 있는 한자능력시험 교재를 이용해 ‘자기만의 문제지’를 만든다. 교재를 복사해 만든 것이 아니라, ‘한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직접 쓴 뒤 복사해 배포한다. 5남매만의 교재인 셈이다. A4용지의 2배 크기인 A3용지로 된 문제지에는 240개 한자의 음훈과 빈칸이 있다. 앞면과 뒷면을 합하면 한 장에 480개의 한자가 들어있다. 아빠의 역할은 문제지를 만드는 것까지다. 아이들을 붙잡고 앉아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 수준과 능력에 맞는 유인물을 나눠주면 아이들은 아는 한자를 적고, 모르는 한자는 옥편이나 인터넷·전자수첩으로 찾아 혼자 힘으로 빈칸을 채운다.

 문제지는 시중의 교재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단계가 있다. 한자를 외운 뒤 단어→사자성어→반대어·유의어를 익히는 방식이다. 한 과정의 80~90%를 맞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렇게 한 급수를 끝내면 모의고사를 치르고, 모의고사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진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방학이 되면 5남매 모두 ‘한 급수 올리기’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평소에도 학교 과제를 마무리 한 뒤 매일같이 고등학생은 3~4장, 초·중학생은 2~3장의 문제지를 푼다.

 아빠표 문제지가 시중의 교재와 다른 점은 한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하늘호(한자), 홍익인간(사자성어), 바랄 기·바랄원(유의어)’처럼 한글로만 돼있다. 한자를 쓰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쓰기가 모든 언어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정씨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정씨는 “한자를 쓸 수 있어야 읽을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다”며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자 익히면 중국어·일본어 저절로

 정씨 가족의 한자사랑은 첫째 미금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한자를 배우면서 시작됐다. 평소 아이들에게 ‘4개 국어를 익히게 하자’고 마음먹었던 정씨는 ‘영어를 기본으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능숙하게 배우면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씨가 중국인과 일본인을 상대로 사업을 했기 때문에 두언어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자녀 수가 많아 사교육에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때 정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한자’였다. 한자를 알면 중국어와 일본어를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공부를 시작한 지 5년만인 중 3때 1급시험에 합격한 미금양은 중국어·일본어 공부에도 열중했다. 중국어·일본어도 ‘아빠표 문제지’가 한몫 했다. 외국어는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단어를 세 가지 언어로 쓰는 문제지도 있다. ‘화장실’을 영어·일본어·중국어로 쓰는 방식이다. 단어공부가 끝나면 문장을 통째로 외워 쓴다. 이런 교육 덕분에 미금·미란양은 현재 HSK(중국어능력시험) 5급 자격증과 JLPT(일본어능력시험) 2급 자격증, 혜지양과 정진군은 HSK 4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5남매의 자격증이 두 벽면을 가득 메울 정도다.

 미금·미란양이 선정관광고에 들어간 이유도 중국어와 일본어로 특화된 고등학교이기 때문이었다. 미금양은 “한자를 익힌 뒤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면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자격증에 더 도전해 수시모집으로 대입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재미 찾으며 학습하니 교과공부 수월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매일같이 한자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면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미금양은 한자 모양과 뜻의 연관성에서 재미를 찾았다. “人(사람 인) 부수를 쓰는 한자는 사람과 관련이 있잖아요. 仁(어질 인)은 사람이 어질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休(쉴 휴)는 사람이 쉬는 거죠. 이런 연관성을 알면 알수록 재밌어요.” 미란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말 속담과 같은 뜻으로 사자성어 ‘忘羊補牢(망양보뢰,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생들은 미금양을 보면서 한자를 익히면 중국어·일본어를 쉽게 배울 수 있고, 교과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일찌감치 알았다. 미금양은 “국어시간에 고전시가를 배울 때 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이 참고서를 보고 낑낑대며 읽고 있을 때 미금양은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국어점수가 20점이나 오르기도 했다. 사회나 국사 과목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일본어에 특히 관심이 있는 미란양은 “더 열심히 공부해 일본어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군도 “수업시간에 ‘고진감래’의 뜻을 반에서 유일하게 알아 칭찬 받은 적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진설명] 정명선(가운데)씨 자녀들은 아빠가 손수 만든 문제지로 꾸준히 공부해 ‘한자왕’이 됐다. 왼쪽부터 혜지양, 박정순씨, 미란·미금·유현양, 정진군.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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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