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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 여성 전화영어사업’ 아이디어로 상 받은 고교생들






사회에 도움되는 창의적 체험활동 구상해

 한국에 거주한 지 11년째인 필리핀 출신 주부 디오시카 이랑고스(35)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인 주부 2명을 대상으로 2주간 화상영어강의를 한 것이다. 전혀 경험이없던 분야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된 건 체계적인 교육이 지원된 덕분이었다.

 그는 “학생을 수준별로 테스트할 수 있는 자료와 가르칠 수 있는 교재가 준비돼 있었다”며 “전화영어 강사 경력이 있는 대학생이 멘토 역할을 맡아 세세한 준비를 도와줘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전준비를 한 덕에 강의를 마친 뒤 수강생들로부터 10점 만점 중 7.3점의 평점도 얻었다. 이랑고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결혼 이주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인 것 같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고등학생들이 구상했다. 서울하나고에 재학 중인 한경섭(2년)·이준(2년)군과 전민주(2년)·안채린(1년)양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로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1년 소셜벤처(Social Venture, 수익과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모델)전국경연대회’ 청소년 아이디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진로영역과 관계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간 준비한 결과다.

 한군은 “미래의 사회적 기업가가 꿈인데 대회 진행과정 중 실제 사회적 기업가와 만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끌렸다”며 “대회를 알고나서 이 분야에 관심있는 경제동아리 친구들을 직접 모았다”고 말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이군과 1단계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2단계 준비과정부터는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던 전양과 해외아동을 돕는 봉사활동 동아리장을 맡고 있던 안양이 합류했다. 팀 이름은 다울누리(다같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뜻)로 정했다.

구체적인 경험으로 진로방향 수정에 도움

 ‘결혼 이주 여성과 함께하는 외국어 전화회화 사업’이라는 주제는 한군과 이군이 정했다. 한군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멘토봉사를 하던 중 결혼 이주 여성의 경제적 자립 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결혼 이주여성에게 사회활동 참여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구상하다 전화영어사업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과 전문지식이 부족한 결혼 이주 여성의 단점을 전화영어사업이 보완해준다는 점에 착안했다. 외국어 실력이 뒤처지는 이주 여성은 행정 관리 직원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추가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시간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1학기 기말고사 직전부터 여름방학이 훌쩍 지나 2학기 초에야 최종 수상자가 가려지는 대회 일정에 전 팀원이 부담을 느꼈다. 학기 중엔 오전 7시에 모여 수업시간 전까지 상의하고, 여름방학이 시작된 직후엔 일주일간 매일 9시간씩 함께 모여 마라톤회의를 했다. 1년에 한 번 치르는 학교 축제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군은 “4단계에 걸쳐 2, 3주 간격으로 심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아이디어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모의경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말했다.

 모의경영은 실제 사업과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강사와교육담당자를 선발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이주 여성 복지센터에 의뢰해 4명의 필리핀 이주 여성을 모집했다. 이주 여성의 교육을 담당해 줄 봉사자는 인터넷으로 대학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요청했다.

 실제 사업에 참가할 의사가 있는 수요층도 조사했다. 서울 지역의 21개 여성문화회관과 주민센터에서 243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조사내용을 토대로 2주간 무료체험할 주부 10명을 선발했다. 전양은 “인적 자원이 갖춰진 뒤 2주간 수시로 교육담당자와 이주여성이 함께 만나 구체적인 교육방향을 고민했다”며 “처음 예상했던 1주간의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해 2주간 준비기간을 거친 뒤 2주간 실제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첫 수업을 마친 뒤엔 모든 수강생에게 직접 전화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의 대답을 바로 다음 시간의 강의에 반영해 수업의 질을 높였다.

 이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로 ‘관점의 변화’를 꼽았다. 안양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가치를 정확히 알게 됐다”며 “금융기업가라는 꿈을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새로운 목표를 가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군은 “사회적 기업가란 막연히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여러 사람의 조언을 얻으며 경제적 수익과 일의 가치, 삶의 보람 등의 목표가 정리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울누리 팀을 지도한 하나고 이효근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흔히 학교가 주도하는대로 학생들이 소극적·수동적으로 따르기 십상”이라며 “자신들의 진로 관심사와 연계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긴 시간을 투자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 창의적 체험활동, 이렇게 해보세요

① 희망하는 진로와 연계해 다양한 교내활동을 해보세요.
② 교내 동아리 등에서 관심분야가 비슷한 친구들을 모으세요.
③ 정부기관, 대기업 산하의 다양한 교외활동을 찾아보세요.
④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장기간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실행해보세요.
⑤ 활동과정을 포트폴리오로 자세하게 정리하세요.

[사진설명] ‘결혼 이주 여성과 함께하는 외국어 전화회화사업’을 구상한 다울누리 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오시카 이랑고스(가운데)와 왼쪽부터 안채린양·한경섭군·전민주양·이준군.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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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