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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힘 빠지고 시야 흐려지면 다발성경화증 의심해봐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레르너 의대 신경과 제프리 코헨 교수(왼쪽)와 국립암센터 김호진 박사가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발성경화증(多發性硬化症)’. 생소하고 난해한 병명이다.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뇌·척수 같은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중추신경에 염증이 생겨 시력상실, 근무력증, 평형감각·의식기능 저하, 보행·손기능 장애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방치하면 중추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국내에서도 점차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이상 다발성경화증을 연구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레르너 의대 신경과 제프리 코헨 교수가 지난달 23일 한국을 찾았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다발성경화증 심포지엄에서 새롭게 개발된 먹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길레니아’)의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박사와 코헨 교수의 대담을 통해 다발성경화증의 심각성과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두 사람은 길레니아 임상시험 연구자로 참여했다.

 



▶김호진: 다발성경화증은 정의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다. 왜 면역체계가 중추신경을 공격하는지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발(多發)은 문제가 여러 곳에 나타난다는 뜻이고, 경화(硬化)는 딱딱하다는 의미다. 뇌나 척수는 말랑말랑해야 하는데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고 딱딱해져 문제가 발생한다.

▶제프리 코언 :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서양에 많다. 20~40대의 젊은 성인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세계에 200~250만 명의 환자가 있고, 이 중 40만 명은 미국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다발성경화증 환자 수는 서양보다 적다. 병에 대한 인식, 유전, 식생활의 차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시아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 2000년대 중반 기준 국내 환자는 10만 명당 약 3.5명에 그친다. 하지만 앞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특징이 점차 서구와 비슷해지고 있다. 서구식 식생활습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 최근 다발성경화증의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게 햇빛이다. 일광 노출이 적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이다. 여러 연구 결과 적도지역에서 먼 지역일수록 환자 유병률이 높았다. 미국도 텍사스보다 클리블랜드처럼 적도에서 먼 지역의 유병률이 높다.

 ▶김: 다발성경화증의 심각성은 한번 손상된 중추신경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의학으로는 완치할 수 없다. 서서히 증상이 악화돼 결국 장애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젊은 성인 환자가 많아 가족과 사회의 손실도 크다.

 ▶코: 맞다. 그래서 다발성경화증은 잔인한 질환이다. 중추신경 손상에 따른 장애 유형이 다양하고,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조기진단과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피로·어지럼증·평형감각 저하 등 다발성경화증의 비특징적 증상은 조기 진단의 발목을 잡는다. 환자는 최종 진단을 받을 때까지 병원을 전전한다.

 ▶김: 한국에서도 다발성경화증을 중풍이나 디스크로 오진해 엉뚱한 치료를 하는 사례가 많다.

 ▶코: 다발성경화증은 증상이 한두 달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는 마치 병이 나은 것처럼 오해하고 치료를 게을리한다. 하지만 병이 재발해 5~10년 후 장애로 이어진다. 증상이 중증으로 넘어가면 의학적으로 손을 쓸 수 없다.

 ▶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중추신경의 염증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몇 가지 치료제가 있다. 급성기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하지만 모두 주사제여서 환자가 부담스러워한다. 부작용이나 내성이 발생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 간단히 하루 한 번 복용하는(경구용) 다발성경화증 1차 치료제(‘길레니아’)가 출시돼 고무적이다. 다발성경화증은 평생 지속하는 질환이어서 치료제의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돼야 한다. 경구용 치료제는 최근 진행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조건이 확인됐다.

 ▶코: 치료의 핵심 중 하나가 재발률이다. 임상시험 결과 경구용 치료제는 재발률이 55%나 떨어졌다. 위약군은 30%에 그쳤다. 경구용은 신체장애의 진행도 늦고, 뇌손상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에게도 대안이 될 것이다.

 ▶김: 최근 국내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우회가 결성되고, 교육자료가 배포돼 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다발성경화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환자는 병을 악화시키지 않고 재발을 줄이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코: 예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많은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동반된다. 이때 다발성경화증이 더 빠르게 진행한다. 특히 동반질환의 증상 때문에 다발성경화증의 조기 진단이 늦어진다.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게 노력하고 치료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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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