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




이훈범
j 에디터


‘벼락부자(parvenu)’란 나폴레옹 일가에서 비롯된 말이다. ‘도달하다’ ‘성공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 ‘parvenir’에서 나온 것으로 영어에서도 빌려가 철자 그대로 쓰고 있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된 뒤 높은 지위와 넓은 영지를 나눠가진 그의 일가친척들을 비꼰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나폴레옹의 형 조제프는 나폴리 왕, 스페인 왕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문자 그대로 ‘벼락’으로 끝나고 마는 벼락부자들의 일반적 덕목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다. 욕심은 넘쳤고 능력은 밭았다. 자식이 없던 나폴레옹이 동생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지만 부득부득 자신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우겼다. 하지만 정작 스페인에서 저항이 일어났을 땐 진압할 엄두도 못 내고 줄행랑을 쳤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는 아쉬울 때마다 동생에게 손을 벌렸지만, 언제나 자신이 동생보다 낫다고 믿었다. 잘나가는 동생을 질시했지만, 동생이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백일천하 때도 정부 수반을 맡았지만 할 수 있는 건 거드름뿐이었다. 자신의 무능과 탐욕을 자신만 몰랐던 것이다.

 미국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시위도 이런 벼락부자들을 성토하는 것과 다름없을 터다. 뉴욕에서 시작해 워싱턴으로 옮겨붙은 것도 그래서다. 거리로 나온 미국인들에게 월가(街)뿐 아니라 백악관 역시 벼락부자와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탐욕의 상징이 된 월가 사람들도 할 말이 있을 터다.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그의 이기심 덕분”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그 유명한 경구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10년에 걸친 글래스고 대학교수 시절을 “가장 행복하고 명예로운 시기”라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귀족 자제의 개인교사가 되어 유럽 여행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행복과 명예를 던져버린다. 보수가 교수보다 두 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기 중에 교수를 그만두게 된 데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등록금을 돌려주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에 아첨하는 말을 했다. “바르게 살아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바로 살지 않고도 과도한 보상을 받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역시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공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사회관계”가 돼야 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신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얼핏 빵집 주인의 이기심과 모순되는 것 같은 이 말은 그 이기심을 조절해 빵집 주인의 의욕을 꺾지 않은 채 더 많은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현대적 해석이 가능하다.

 엄지의 힘이 커져가면 갈수록 그렇지 못한 정치력은 무능으로 인식될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를 극복할 능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권력만 좇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더욱 썩은 내 나는 탐욕이자 타도돼야 할 벼락부자인 것이다.

이훈범 j 에디터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