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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주는 기초노령연금 … 국민에게 ‘화폐우’ 뿌리는 정책”

“기초노령연금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화폐우(貨幣雨)를 뿌리는 정책과 같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미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주장을 폈다.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9일 ‘기초노령연금의 존재 의의와 재편 방향’ 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노후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2008년에 도입됐다.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과 재산 기준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타워팰리스 등 최고급 주거지역에 사는 고령자에게도 급여가 지급(본지 8월 5일자 21면)되는 등 정책목표와 대상이 일치하지 않아 복지제도의 난립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위원은 “전체 가구의 지니계수는 0.38, 노인 포함 가구의 지니계수는 0.49로 고령층 소득 불평등도는 전체 인구보다 높다”며 “고령층의 소득·재산 불평등도가 높기 때문에 고령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노령연금을 경제주체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화폐우(貨幣雨)에 빗댔다.

 ‘돈 비’를 뜻하는 ‘화폐우(money rain)’는 통화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개념이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쓸 때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은행의 돈줄을 푸는 정책을 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제주체가 금융회사에서 대출해 소비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는 이런 상황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라고 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게 ‘돈 비’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헬리콥터를 타고 마구 뿌려대면 시중 통화량이 즉시 올라간다. 비현실적인 얘기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불황에 맞서 돈줄을 화끈하게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별명이 ‘헬리콥터 벤’인 것도 결국 ‘화폐우’와 관련이 있다.

 윤 위원은 ‘화폐우’ 같은 기초노령연금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폐지하고 막대한 해당 재원을 국민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로 향하게 해 복지제도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동거자녀의 경제력을 선정기준에 포함시키고, 선정기준액을 낮춰 공적소득보장에서 배제된 빈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 연금개선특위에서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을 확대하거나 1인당 지급액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 위원은 “국회 논의는 모두 재원을 크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게는 현재 투입하는 재원의 3배 이상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킬 것”으로 추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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