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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고미술 목마름, 진품명품서 풀어야 하나




권근영 기자

#1. 2일 오전, 서울 당산동의 한 대중목욕탕 휴게실. 중·장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TV쇼 진품명품’을 시청하고 있었다. 35년 전 선물 받은 ‘호접도(蝴蝶圖)’, 정조가 직접 채점한 규장각 초계문신(抄啓文臣)의 답안지 등이 소개됐다. 개별 유물의 사연과 가치가 드러날 때마다 휴게실엔 탄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2.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16일부터 시작하는 가을 정기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풍속인물화대전’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엔 혜원(蕙園) 신윤복(1758∼?)의 ‘미인도’가 4년 만에 세상 구경을 한다. ‘미인도’가 전시됐던 2008년 가을, 미술관의 관람객은 2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신윤복 ‘미인도’

여전히 우리 미술에 목마른 이들이 많다. 시장의 냉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본지가 전세계 주요 경매에서 다뤄진 한·중 미술품 거래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한국 미술은 16년째 정체 상태임이 드러났다.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70억원에 팔린 철화백자 운룡문 항아리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1위는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973억원대에 팔린 청대 건륭제 때 도자기다.

 중국의 미술품 경매는 우리만큼이나 역사가 짧다. 90년대 중반 시작돼, 서울옥션의 첫 경매(1998년)보다 조금 앞섰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미술정보원 윤철규 대표(서울옥션 전 대표)는 “중국엔 168곳의 경매사가 있고, 이 중 상위 10곳이 올 상반기 205억 위안(약 3조 8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경매로 공개된 자료 또한 풍부해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 경매사들은 상위 한 두 곳 외엔 자료 공개를 꺼린다. 투명한 거래로 고객들의 신뢰를 쌓고, 자료를 축적하며 시장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 즉 공개 시장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사동 고미술상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선수들의 물건은 경매까지 가지도 않는다. 고미술은 특히 소수 개인 거래에 그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강진청자 고가매입 등 사기 사건 대부분은 업자들이 일으켰다. 또 기록 경신이 예상되는 작품이 나오면 위작 의혹부터 제기하는 등 결론도 책임도 없는 흠잡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 결과 요즘 인사동은 미술거리라기보다 중국산 토산품을 파는 관광지에 가깝다.

 ‘진품명품’은 824회를 준비하고 있다. 16년간 이어진 장수프로다. 간송미술관 전시는 81회로 41년째다. 언제까지 우리 미술에 대한 목마름을 TV프로그램과 몇몇 사립미술관 전시를 통해 풀어야 할까. 시장이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우리 고미술 빙하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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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